11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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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돌담, 쉼표를 찍다 / 허정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대상 ‘골목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마시게’* 집과 집으로 이어진 돌담이다. 담장 너머 안주인의 생이 조각보처럼 바느질된 것 같기도 하고, 기승전결이 완벽한 퍼즐처럼 삶의 편린들이 제자리를 찾아 맞춰진 것 같다. 채마밭처럼 푸른 이끼로 덮인 돌담들이 세월의 눈가에 주름진 그리움을 품고 있다. 그 돌담 위로 호박넝쿨이 느릿하게 타고 오른다. 안과 바깥의 경계가 아니라 원래부터 그들의 언덕이고 기둥이었던 것처럼 오래된 생을 끌어안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골목길이 탈출구를 찾아가는 미로 같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순간 나를 잃고 자리에 멈춰 선다. 귀를 기울이고 코를 벌렁거려본다. 뭔가 알 듯하다. 이곳 사람들은 방향과 표식보다 자기에게 익숙한 소리와 ..

댓글 수필 읽기 2021. 10. 11.

11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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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최남선 시인(2-2)

시조집 〈백팔번뇌(百八煩惱)〉 최남선의 창작시조집 〈백팔번뇌(百八煩惱)〉는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시조집으로 1926년 동광사(東光社)에서 간행하였다. A6판. 154면으로 작자의 서문과 발문이 있고 총 108수의 시조가 3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서문 누구에게 있어서든지 하찮은 것이라도 자가 독자(獨自)의 생활(生活)만치 끔찍대단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 속에는 남모르는 설움도 있거니와 한 옆에 남 알리지 아니하는 즐거움도 있어서 사람마다의 절대(絶對)한 일세계(一世界)를 이루는 것입니다. 나에게도 조그마한 이 세계(世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남에게 헤쳐 보이지도 아니하는 동시(同時)에 그렇다고 가슴속 깊이 감추어 두지만도 아니하였습니다. 이 사이의 정관적조(靜觀寂照)와 우흥만회(偶興漫..

댓글 시詩 느낌 2021. 10. 11.

11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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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최남선 시인(2-1)

해(海)에게서 소년에게 / 최남선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通寄)하고 나서..

댓글 시詩 느낌 2021.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