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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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한여름 밤의 환상곡 F단조 / 나운택

유난히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 잠 못 들어 뒤척이던 어느 밤. 오후 내내 직방으로 내리쬐는 태양열로 한껏 달궈진 집안을 식히느라 한껏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질 즈음 부스스 일어나 에어컨 스위치를 끄고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본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단숨에 들이키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서서히 술기운이 번져온다. 천장이 희뿌옇게 변하면서 꿈틀대기 시작한다. 온갖 상념들이 스멀스멀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 은근히 속으로 좋아했던 계집아이 얼굴, 박경리의 ‘토지’ 속 월선이와 용이, 임이네, 메밀밭길을 휘적휘적 걸어가는 허생원과 동이… 수많은 얼굴들이 어지럽게 천장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한여름 밤의 꿈! 아, 맞아! 그..

댓글 수필 읽기 2021. 10. 18.

18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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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양순복 시인

백년의 약속 / 양순복 봄비가 내리는 골목/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매질소리/ 팔십 성상 이어온 철원의 쇳소리는/ 오늘도 강동에서 내 귀를 울리네// 풀무질 불간을 나와 모루에 모로 누운 후/ 목욕재게하던 그 옛날 농기구/ 이젠 정이 되고 지팡이가 되어/ 다스린 기물들 가없이 신묘하구나// 장인의 공으로 사는 삼대/ 불속에 달구고 모루 위에 단련되고 숫돌에 기대어/ 천호의 동네 수문장이 되겠다는/ 그 언약/ 호미자루에 고인 송진 같이 진득하게 지켜다오.// 노을이 질 때면 / 양순복 고향집 지붕 위로/ 낮게 내려앉은 달빛에/ 박꽃도 새하얗게 웃던 날// 처마 끝에 등불 밝혀 놓고/ 마루 끝에 앉아/ 자식들 기다리시던 어머니// 어서 가거라./ 해 저물기 전/ 어서 가 식구들 잘 건사하라// 서쪽 하늘 노을..

댓글 시詩 느낌 2021.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