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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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피안(彼岸)으로 가는 길 / 김영인

2021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구불구불한 도로를 천천히 감아 돈다. 여기까지가 경계라는 듯 포장도로가 끝나고 숲이 나온다. 자동차 바퀴가 숲에다 철길처럼 쌍가르마를 그려놓았다. 가르마를 따라 능선을 오르니 차도 몸도 덜컹덜컹 흔들린다. 나지막한 구릉을 지나 산 중턱에 집 몇 채가 띄엄띄엄 놓였다. 카메라 줌을 당기듯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간다. 솔숲이 둘러싼 공간 푸른 잔디밭 한가운데 집이 앉아있다. 죽은 사람을 태워준 집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내 집에 든 것처럼 선뜻 안기지 못하겠다.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가 본다. 백 년이 넘은 이 상엿집은 본래 영천시 화북면 자천마을에 있었다. 그런데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오래도록 방치되다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우리의 얼과 혼을 소중히 여긴..

댓글 수필 읽기 2021. 10. 25.

25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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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때죽나무 경전 / 최장순

때죽나무 경전 / 최장순 쪽동백과 4촌쯤 되는 사이란다. 그러나 꽃차례나 잎사귀의 크기로 때죽과 쪽동백을 구별한다. 시제時祭참석차 고향에 내려갔다가 들른 대관령 기슭의 솔향수목원. 싱싱한 금강송 내음에 취한 산책길에서 꽃송이 가득 매달고 있는 몇 그루 때죽나무를 만난 것은 보너스였다. ‘눈종’snowbell이라 불리기도 한다. 정말 하얀 종처럼 생겼다. 누구는 활짝 펼친 꽃무늬 양산 같다고 했지만, 나는 앙증맞은 꽃과 열매가 사랑하는 이의 귀에 매달렸다는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아래를 향한 꽃들이 엎어진 사기 종지 같기도 하다. 향기로운 소리가 쏟아질 것 같다. 봄과 여름 사이, 숲 냄새를 맡으며 나는 때죽나무를 ‘귀 많은 나무’라 부르기로 한다. 귀가 많다는 것은 남의 소리를 잘 듣는다는 것. 위를 향..

댓글 수필 읽기 2021. 10. 25.

25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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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주요한 시인

불놀이 / 주요한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江)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四月)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 밀어가는 사람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우에서 나려다보니, 물냄새, 모래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不足)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過去)의 퍼런 꿈을 찬 강(江)물 우에 내어던지나 무정(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아아 꺾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

댓글 시詩 느낌 2021.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