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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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돌할매의 미소 / 백현숙

2021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산지사방 가을빛이다. 심란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좁고 긴 골짜기를 지나니 누런 들판이 낮은 산을 등에 업고 낮잠을 자는 듯 평온한 동네가 눈에 잡힌다. 간절함을 안고 돌할매를 찾아 나선 길이다. 영천시 북안면 관리에 있는 돌할매 공원. 낯선 시골길에 안내판이 반갑다. 돌할매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지극정성 기도를 드리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고 적혀있다. 수백 년 전부터 주민들이 당산 신으로 모시면서 마을의 대소사나 가정의 길흉화복을 빌고 각자의 소원을 다져보는 신비의 돌 할머니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니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모두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듯 진지한 표정이다. 하여 햇살마저 골짜기 사이로 안개처럼 내려앉았고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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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낱낱이 아프다 / 윤영

빗줄기가 도드라지는 사이 잠에서 깼다. 사나운 꿈을 꾼 것도 같다. 가로등 빛이 격자 유리창을 투과해 천장에 기찻길을 냈다. 내가 기차를 처음 타본 것은 스물 두셋 정도였을 것이다. 모자를 거꾸로 쓰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던 친구, 김밥과 통닭을 챙겨왔던 친구. 그렇게 동갑내기 예닐곱 명이 모여 영천 은해사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고대하던 동요의 풍경은 기찻길 옆 어디에도 없었다. 칙칙폭폭 기적소리를 내며 오막살이집과 옥수수밭을 스쳐 가리라 생각했건만. 꽤 무거운 충격이었을까. 여전히 기억의 언저리에 남았다. 정작 생애 첫 기차를 탔던 내 모습은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답답하다. 날 밝으면 사라질 기찻길을 보고 있자니 지워질 일이 비단 저 그림자뿐이겠는가 마는, 동무들 생각 간절하다. 발목이 서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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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축산 할매와 병곡 할매 / 윤영

엄마는 뇌경색으로 세 번의 수술을 받았다. 후유증 탓인지 본래의 모습을 기대한다는 건 욕심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어루만지거나 손을 잡았다. 그 일도 심드렁해지면 밖으로 나가자고 십여 분 간격으로 졸랐다. “야야 나를 바구니에 담아 옥상 꽃밭에 던져놓고 가거라. 까마귀랑 놀구러. 지은 죄도 그리 많지 않구마는 왜 자꾸 병실에 감옥살이 시키노.” 예의 그 바구니라는 휠체어에 엄마를 앉혀 병원 담벼락을 따라 야트막한 산책로를 돌았다. 십자가가 보이면 기도하랴 날아가는 새들에게 손 흔들랴 한 손이 바쁘다. 날이 차가운지 이내 들어가자고 난리다. 할 수 없이 병원 옥상에 자그마하게 꾸며 놓은 꽃밭 가운데 엄마를 모셔놓고 찬송가를 틀어주었다. 때론 고개 숙인 해바라기였다가 때론 박꽃으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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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권기만 시인

어머니가 사는 곳 / 권기만 옷이 엄니 손같이 느껴지는 날/ 나는 아이처럼 엄니가 벗겨주던 대로 옷을 벗는다/ 물끄러미 앞섶 바라보던 콧날 참 따뜻하다/ 내 안의 것을 보는 듯 한 눈빛/ 한 종지 미소 같은 단추를 끄른다/ 눈물 가득 고인 조그만 호수/ 주름진 엄니 손마디 물결처럼 일렁인다/ 얼룩진 윗도리 벗어 빨래통에 던진다/ 던지면서 돌아앉는 뒷모습에 얼른 다시 줍는다/ 엉거주춤 벌린 두 팔/ 엄니가 안아 달랬을 세월 안겨있다/ 단단히 여며주지 못해 힘들어하던 모습/ 후줄그레 어려 있다/ 벗어든 옷으로 엄니 잠시 나를 보듬는다/ 부시시 까슬하다/ 주름진 옷 속 조그만 엄니/ 빨래통에 넣으려다말고/ 부둥켜안고 한참 참는다// 어머니의 양탄자 / 권기만 이불을 편다 하루 종일 접힌 굴곡을 편다/ 두발 뻗..

댓글 시詩 느낌 2021.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