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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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코너 수채화 같은 편지글 / 김순정

스님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행운을 파는 가게를 하고 있는 김순정(법성화)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복권가게를 운영한 지는 16년이 되었죠. 보통 ‘복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대박으로 연결시키겠지만, 저는 이 작은 공간에서 인생을 느낍니다. 당첨의 기쁨이나 즐거움보다는 낙첨의 한숨이 더 길게 느껴지는 곳, 이곳에는 사연이 참 많습니다. 보증을 써서 잘못되신 분, 무역업을 하다가 상대국가의 사업자에게 속아서 파산지경에 이른 분, 대출금 때문에, 부모님 간병비 때문에, 부도난 회사를 다시 일으키고 싶어서 복권을 사는 사람이 오지요. 전세집을 내 집으로 바꾸고 싶다는 어르신과 자녀 결혼비용을 마련하려고 가게를 찾는 사람들…. 제가 하는 일은 매일 그런 분을 만나는 일입니다. 저는 가게에 출근하면 늘..

댓글 습득 코너 2021. 10. 29.

29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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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나의 막차시대 / 한영탁

젊은 시절 나는 막차의 단골손님이었다. 야간 통금을 앞둔 밤 열한 시 무렵이면 도심의 버스 정류장은 늘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다가 서둘러 가게 문을 닫고 나온 장사꾼, 찻집 아가씨와 학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수생들로 장터를 이뤘다. 피로에 지친 이런 군상 속에는 거듭된 야근에 녹초가 되어 귀갓길에 나선 사무직 직장인과 공무원도 섞여 있었다.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라는 주인의 재촉에 떠밀려 나온 거나하게 취한 술꾼들도 섞여 있고. 나도 그중 한 사람일 때가 잦았다. 나는 일터가 자리한 광화문 인근 무교동이나 다동, 관철동의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다가 허겁지겁 종로로 뛰쳐나와 막차 버스를 기다리곤 했다. 막차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목적지 행 버스가 들어서면 우르르 몰..

댓글 수필 읽기 2021. 10. 29.

29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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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도다리의 언어들 / 박금아

숨소리도 미동도 없다. 턱없이 작은 입은 침묵이 지은 집이다. 오른쪽으로 쏠린 두 눈은 외부세계와 눈맞춤을 피한 듯 반응이 없다. 깊은 바다의 파고를 읽는 듯, 한 곳만을 응시할 뿐이다. 자세히 보면 여러 마리가 몸을 포개고서 죽은 듯이 있다. 사노라면 있기 마련인 자리싸움도 포기한 채 구석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퉁이를 지키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사업을 하던 남편을 도와 무던히도 열심히 달렸건만 호의호식은커녕 먹고 사는 일조차 걱정 줄을 놓을 수 없었다. 남편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고, 그녀는 남편이 남겨준 빚더미에 앉았다. 회생파산 업무를 담당하는 친구는 '파산신청'을 권했지만, 어떻게든 갚아보겠노라고 했다. 찔끔 눈 한번 감아버리면 외면해버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많은 빚을 지고도 편하게 살아..

댓글 수필 읽기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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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김수우 시인

이승잠 / 김수우 미음 몇 술 뜨고 진통제를 삼킨 엄마/ 금세 잠에 떨어진다/ 어둠을 밝은 데로 끌어내려는 듯/ 입을 벌린 채 잠이 들었다// 벌어진 목구멍으로 매화가 피어났다 아, 아,/ 바람 한 점 없는 암병동 침상에서 홀로 한 꽃 떨어지고 한 꽃 터진다// 가슴팍 두 개의 낡은 창고엔/ 여든 여섯 갈피의 봄이, 여든 여섯 굽이의 매화숲이 살고 있었는가/ 덜겅대는 문짝 찐득찐득한 그리움을 밀고/ 돌아오는 매화, 돌아가는 매화/ 사랫길 아득하다// 조심조심 허물어지는 저 노동의 담장/ 먼지의 고집을 닮은 엄마의 창고는 전부가 사랑이었다/ 첫사랑을 오래 연습해온 모양/ 산그늘에 풀거미에 새벽달에게 혼자 젖물리던 날들/ 창고 속 그렁그렁한 눈물로 서성인다// 헝겊주머니가 된 창고, 이승잠 속에서/ 하루하루..

댓글 시詩 느낌 2021.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