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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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은색 비늘 같은 강의 기억 / 이상열

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먼 산자락을 휘감은 물안개가 서서히 옅어지며 강은 아침을 맞는다. 물결은 잔잔하게 흐르고 이따금 가마우지에 쫒긴 물고기들이 강물 위로 튀어 올랐다가 잽싸게 달아난다. 고기잡이 배 위에 백로 한 마리 하염없이 홀로 서 있다.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부의 손길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녀석이 애처로이 고개 떨구면 어부는 못이긴 척, 작은 고기 서너 마리를 던져준다. 백로는 긴 목을 주억거리며 단번에 물고기를 집어 삼킨다. 나른한 강 수면에 비친 백로의 모습이 어인일로 낯이 익다. 요즘 나는 부쩍 시간을 잊은 채 세상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잦다. 여름이면 나와 아버지는 서로를 찾으면서 눈을 맞추기 바빴다. 집 근처의 금강으로 투망 메고 고기 잡으러 가고 싶기 때문이었다. 누가 더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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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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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마지막 선물 / 김영순

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사립문 열고 들어서면 감나무 사이로 금반지처럼 둥근 달이 떠 있는 옛집, 그 시댁이 내 추억 속에는 늘 있다. 반짝이는 달빛을 받으며 맨드라미가 장독대를 받치고 있는 집이다. 적적하고 외로운 날이면 나는 마음속에서 무작정 그 집을 찾아간다. 못다 한 사랑 남기고 떠난 시어머니가 툇마루에 앉아 그 시절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아가, 한이 엄씨야." 어머니는 나를 늘 다정하게 불렀다. 입담 좋은 이야기로 살기가 바빠 메마른 나의 가슴에 화사한 융단을 깔아 주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로 저녁은 푹신했고 부드러웠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꽃이 피지 않았는데도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이야기꽃으로 화사했다. "아가, 한이 엄씨야.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고 살다 보면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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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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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정재학 시인

정재학 시인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6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하였다. 2001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모음들이 쏟아진다』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시인에게 시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좋아서’, 달리 할 말이 없다. 더 멋진 의미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발표된 시의 주인은 시인이 아니다. 시인의 의도보다는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시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감상이나 해석이 천차만별인 것도 시의 매력이다. 한 가지로만 해석되는 교과서 시들은 그런 점에서 불행한 시가 아닐까.”(동아일보)라는 말을 독자들에게 남긴다. 어머니가 촛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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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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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삼재불입지(三災不入地) / 임세빈

2021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 코로나19가 창궐한다. 직장, 식당, 체육관 어디를 가도 안전한 곳이 없다. 바깥을 나가려면 마스크를 끼어야 하고, 집에만 머물자니 숨이 막힌다. 이 재난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인터넷에 들어가 여행기를 읽는다. 어딘들 나를 끌어당기는 곳이 있으면 재난을 피해 가볼 심산이다. 재난이 들지 않는 곳은 어떤 곳일까. 내로라는 명승지는 거의 다 가봤어도 삼재불입지는 생소하다. 가고 싶은 곳, 찾고 싶은 것, 궁금증이 머리끝까지 솟아올라 좀체 가라앉지 않는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이것저것 알아본 뒤 날을 벼르다가 봉화 춘양에 있는 각화산으로 핸들을 돌린다. 각화사는 신라 신문왕 때 원효가 지은 절이다. 인근에 있던 남화사를 옮기면서 ‘그 절을 생각한다’는 ..

댓글 수필 읽기 2021.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