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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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밥 주는데요 / 하재열

대로의 빛줄기들이 밤을 휘젓는다. 비구름 먹은 구월의 바람이 엷어진 가로수 잎을 뒤집어 흔들며 서걱거린다. 토요일이라지만 추석도 앞두고 있는데 이전과 다르게 설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백화점 사이 외진 안길이 앞쪽의 밝은 곳과 대비되며 더 어둑하다. 어둠을 메우듯 길옆 공터에 서 있는 거뭇한 차림의 사람들이 문득 허수아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제우 선생의 동학 관련 자료를 읽다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나온 터였다. 서점부터 들렀다. 문 닫을 시각이 다가오는 현대백화점 안의 교보문고에도 파장 같은 흐름이 묻어났다. 원하는 책이 검색을 해봐도 없었다. 습관처럼 서가 앞에서 두어 책을 빼 들고 목차를 읽으며 내용을 헤아려보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입도 가리고 말도 줄여야 하는 황망한 세태에 갈 데가 마..

댓글 수필 읽기 2021. 12. 5.

05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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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해기둥 / 하재열

호수에 떨어진 낙조의 해기둥이 눈부시다. 물을 건너오는 찬바람 맞받으며 옷깃을 여민다. 송림수변공원 세 바퀴 둘레길 걸음에 배어 나온 등의 땀도 이내 잦아지며 선득해진다. 일렁이는 붉은 물결을 멍하니 찡그린 눈으로 바라보는 데 내가 흔들리며 떠내려가는 환각에 빠진다. 그렇다. 지금 모두가 떠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고 말만 무성하다. 하나같이 입 가리개를 두른 사람들의 종종걸음은 역병의 끈을 떨쳐내려는 몸짓이다. 숙지려나 했는데 추위를 타고 다시 힘을 쓰는 마왕의 기운 같은 그자 앞에 갈 데가 없다. 두문불출이 최상의 길이라 하지만 사람이 어찌 그리 살아내랴. 하여 내가 팔공산 길을 한 바퀴 휘돌아 여기 물가에서 숨을 고르고 있듯이 모두 나름의 마음 풀 길을 찾아 나선..

댓글 수필 읽기 2021.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