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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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코너 절밥과 까마귀 / 박태관

번역문과 원문 자리에서 일어나 한가로이 걷노라니 산이 깊어 누가 다시 이 길을 지났으랴! 산그늘은 온통 안개 낀 듯 어둑한데 숲속 눈은 절로 꽃으로 피었구나. 괴이해라! 소나무는 바위에 서려 늙어가고 가련해라! 부처는 암자 벽화 속에 많구나. 종 울리니 절밥이 다 됐나 보다 까악까악 까마귀들 쪼아대는 걸 보니. 睡起吾閒步 수기오한보 山深誰復過 산심수부과 峰陰渾欲霧 봉음혼욕무 林雪自開花 임설자개화 石怪盤松老 석괴반송로 菴憐畵佛多 암련화불다 鐘鳴齋飯熟 종명재반숙 啼啄有寒鴉 제탁유한아 - 박태관(朴泰觀, 1678~1719), 『응재유고(凝齋遺稿)*』 권상 「관음사에서[觀音寺]」두 번째 수[其二] * 凝齋遺稿: 朴泰觀의 詩集이다. 『응재유고』에는 김창흡과 이병연의 비평 27항이 실려 있다. 해 설 이 시를 쓴 ..

댓글 습득 코너 2021. 12. 8.

08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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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직선 그리고 곡선 / 신창선

자연에 직선은 없다. 불국사 가는 길, 토함산 고갯길 모롱이를 돌 때마다 굽이굽이 동해바다가 숨었다, 드러났다 한다. 고갯길이 바다를 품고 있는 것 같은 푸근한 마음, 곡선이 내게 주는 자연의 맛이다. 탐험가와 원주민의 단거리 경주 일화가 있다. 탐험가는 모든 걸 경쟁과 승패로만 보는 문명인이었기에 앞만 보고 빨리 달렸다. 원주민은 곡선으로 달리며 꽃과 바다를 눈에 가득 담으며 느리게 달리는 자연인이었다. 누가 더 지혜로운가. 누가 더 행복한가. 쭉쭉 뻗은 고속도를 달리다 보면 바둑판 모양의 논을 볼 때가 많다. 사각형은 농지 관리가 편하고, 농기계 사용도 수월하다. 경계가 분명해 토지분쟁의 소지가 없고, 생산량 측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직선이 추상적인 곡선보다 깊이는 없을지 몰라도 생활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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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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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해감 / 양희용

TV에서 갯벌의 먹거리 체험과 관련된 방송을 한다. 벌교에 여행 가서 다양한 꼬막 요리를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꼬막 중 벌교산이 최고로 대접받는다. 인근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벌교 앞바다의 여자만汝自灣갯벌은 모래가 섞이지 않고 오염도 되지 않아 꼬막 서식지로는 최적이라고 한다. 여자만의 갯벌은 생명의 땅이고, 꼬막은 생존을 위한 식량이다. 오래전부터 꼬막 채취는 여자들의 몫이다. 길이 2m, 폭 50㎝ 정도의 널빤지로 만든 널배를 타고 갯벌을 샅샅이 훑어야 한다. 배라고는 하지만 동력이 없어 갯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갯벌용 스키라고 할 수 있다. 왼쪽 무릎을 꿇은 채 널배 위에 올려진 플라스틱 양동이에 가슴을 기대고 엎드려 작업한다. 오른발로 갯벌을 밀어 이동하면서 ..

댓글 수필 읽기 202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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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 1974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작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노작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등이 있다. 성내동 옷 수선집 유리문 안쪽 / 신용목 잉어의 등뼈처럼 휘어진/ 골목에선 햇살도 휜다 세월도 곱추가 되어/ 멀리 가기 어려웠기에/ 함석 담장 사이 낮은 유리/ 문을 단 바느질집이 앉아 있다/ 지구의 기울기가 햇살을 감고 떨어지는 저녁/ 간혹 아가씨들이 먼발치로/ 바라볼 때도 있었으나/ 유리..

댓글 시詩 느낌 2021.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