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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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배설기排泄記 / 백남일

건강의 척도는 잘 먹고 잘 싸는 데 있다고 한다. 한데, 인생길 팔부능선에 오르고 보니 먹는 덴 예나 지금이나 별 이상이 없는데, 문제는 싸는 게 영 시원찮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양변기 타고 끙끙대다가, 황금덩이는 끝내 구경도 못한 채 엉거주춤 내려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뜰에 내려 옛날 습관대로 재래식 변소에 들어가 가까스로 근심 한 덩이를 풀고 나왔다. 해우소解憂所에 쪼그리고 앉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도습蹈襲 하노라면, 대장大腸이 압박을 받아 물리적 배변을 촉진 시켰다. 뿐만아니라 어릴 적 뒷간에 앉아 별자리를 짚었던 귀소본능의 향수에 젖어 거룩한(?) 작업을 이행할 수 있었다. 변비는 스트레스로 인한 대장 운동의 장애나, 위궤양으로 복벽근腹壁筋의 쇠약과 대장 ..

댓글 수필 읽기 2022. 1. 6.

06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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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화장하는 남자 / 유상옥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내가 화장품 회사의 경영자가 되자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화장품은 성능과 가격 등 제품 특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꿈과 희망, 욕망까지 한데 뭉쳐진 아름다운 브랜딩의 꽃을 피워야 했기 때문이다. 제품개발, 디자인, 모델 선발 등 다양한 회사의 안건이 있을 때마다 중년 아저씨인 나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사장'이었다. 생각나면 곧장 실천해야 하는 성미였던 나는 당시 내 집무실에 손님을 위해 준비해뒀던 제품들을 꺼내 하나씩 발라보기 시작했다. 아내의 것 같기도 한, 어느 날엔가 마주쳤던 고운 처녀의 것 같기도 한 향기가 나쁘지 않았다. 내친김에 당시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머드팩도 듬뿍 발라보았다. 사용법을 몰랐던 나는 씻어내지 않고 서류를 보다 얼굴에서 흘러내린 흙..

댓글 수필 읽기 2022. 1. 6.

06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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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멀리 또 가까이 / 김성옥

온종일 마음이 쓸쓸하다. 살고 죽는 문제가 비일비재 일어나는 인생길이지만 태어나는 기쁨보다 죽는 슬픔이 내겐 왠지 더 크다. 남의 일로만 여기던 일들이 내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 놀라움과 허전함은 마음의 갈 곳을 잃어버리곤 한다. 다잡지 못해 헝클어진 일상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더 힘든 심적 고통을 겪게 된다. 사회생활이 무너진 요즘에 어쩌다 건너건너 듣는 소식들은 한탄스런 사연들이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미국에서만 오십만 명이 넘는다. 해도 걱정스럽고 딱한 마음만 들었다. 내 주위에는 적어도 그 대열에 서지 않으리라 믿으며 그러길 간절히 소원했다. 하지만 어제도 그제도 눈에 선한 사람들이 떠나갔다니 믿을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다. 가족 모두가 악기를 다루고 찬양도 잘..

댓글 수필 읽기 2022.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