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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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상 봉길리 해변

대략 일천삼백 년 전 문무왕이 죽어 동해의 용이 되었다.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그의 안식처가 모셔졌다. 갈매기 떼들이 마치 수중릉을 지키는 근위병 같았다. 해변에서 인파들이 무리를 지어 무엇인가를 하였다. 굿을 하는 거 같기도 하고 경을 외우는 것 같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플라스틱 바가지 두 개를 들고 섰다가 장어가 담긴 큰 물고기 통에서 한 마리를 얻어 바가지 하나에 담고, 다른 바가지는 뚜껑 용도로 덮어 장어를 바다에 던져서 넣어다. 그런 후, 더러는 무엇을 비는지 바다를 향해 합장을 하였다. 이른바 '방생(放生)'이었다. 그냥 물가에 살짝 넣어주면 될 텐데, 드라마틱한 요소가 부족해서일까. 바다에 던져지는 장어가 마치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버 같다. 스릴 방생이다. 불현듯..

댓글 그냥 일상 2022. 1. 11.

1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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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억새의 노래 / 나대영

28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작 ‘여백(餘白)을 가득채운/저 숨가픈 날갯짓,/꿈꾸는 세상(世上)은/아직도 아득한데/바람이/키운 씨앗들/눈꽃으로 피어난다.//무위(無爲)로 뿌려놓은/수많은 아우성,/별빛에 씻기우다/꽃등에 맺힌 이슬은/어쩌다/서럽게 흘린/눈물인 줄 알았다.//세월(歲月)뿐인 산등성이/적막(寂寞)도 인연(因緣)이니/덩실덩실 춤추고/허공을 걷노라면/무심한/가을 노을도/너털 웃음 터뜨린다.’ ​ 한 계절 아름다운 채색(彩色)과 향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미나 모란, 국화 등은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애지중지하며 가꾸어진다. 그에 비해 억새풀은 결코 뭇사람들의 관심을 갖고 자라나는 풀이 아니다. 물론 화려한 빛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짙은 향기를 품어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찌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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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껍질의 길 / 김도은

2022년 전라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건조했던 나의 귀가 수족관을 채우는 맑은 물소리에 촉촉해진다. 병원 관리원이 복도에 있던 유리 속 세상을 대청소중이다. 호스를 타고 들어온 투명한 물줄기들이 수족관으로 콸콸 쏟아지고 물이끼로 불투명했던 유리 안쪽 세상이 말갛게 깨어난다. 붕어, 잉어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주저앉았던 수초가 다시 일어선다. 느릿느릿 우렁이들이 서로 몸을 비빈다. 입원 중인 엄마를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었다. 작년에 결혼해 임신한 딸이 입덧이 심해서 새콤한 무생채를 해볼 참이다. 막상 무를 사 오기는 했는데 무생채를 만드는 일이 아득하다. 커다란 무를 썰려니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칼을 힘주어 누르니 중간에 단단히 꽂혀 칼날이 빠지지 않는다. 아삭아삭 씹히는 무가 이렇게 단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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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나는 천사 갈비찜을 먹었다 / 김미향

집 구조가 사람 냄새를 느끼게 했다. 간판이 없었다면 그저 오래된 할머니 댁 같은 분위기였다. 검은 바탕에 ‘천사 갈비찜’이라고 쓰인 흰 글귀가 마치 현수막처럼 가로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여도 맛은 빈틈이 없었다. 한동안 그 맛이 입안에서 요동쳤다. 태양도 녹아내리는 무더운 여름날 그 집을 다시 찾았다. 찜 종류는 매콤한 맛과 간장 맛 두 가지뿐이다. 밑반찬이라고는 매운맛을 조절해 주는 깻잎과 쌈무, 알알한 기운을 개운하게 해주는 시원한 콩나물국 그리고 고소한 참기름에 간간한 맛이 밴 김 가루가 전부다. 더 필요하다면 직접 가져다 먹는 셀프바가 준비돼 있다. 우동 사리나 라면 사리도 다투어 대기 중이다. 무엇보다 이미 만들어져 나오기에 먹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 편하고 좋다.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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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인간은 왜 불맛에 환장하는가? / 이명희

좋아하고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추억과 관련이 있는 음식을 꼽는다. 어머니의 손맛이 배인 음식이 객관적으로 가장 맛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릴 적부터 먹었던 익숙한 맛이기 때문에 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행복한 추억까지 가미가 되면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넘사벽이 되고 만다. 호모 에렉투스는 인류를 아프리카에서 벗어나 세계로 퍼져나가게 한 주인공이다. 불을 발견함으로써 어두움과 짐승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갔던 그들의 용기. 어두운 동굴을 벗어나 첫걸음을 떼었던 도전의 순간이 오늘날 우리를 이곳에 있게 한 이유일 것이다. 그 유전자의 힘으로 인류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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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시어머니의 손맛, 누른 국수 / 박향숙

먹구름이 몰려온다. 번개를 동반한 천둥이 시끄럽게 다녀간다. 우레의 꼬리를 물고 빗발이 창문을 후려친다. 하늘도 삼복더위를 피하고 싶었는지 결국 작달비를 퍼붓고 만다. 거센 빗줄기에 창밖 풍경이 뿌옇다. 괜히 내 마음마저 흐려놓는다. 칼국수 생각이 굴뚝같다. 하얀 수건을 쓴 시어머니가 대청에서 만들어 주던 누른 국수 한 그릇이 오늘따라 더 그립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머리 모양을 바꿀까, 친구와 수다를 떨까 고민하면서 집을 나섰다. 빗줄기는 여전히 세차다. 속이 허전하고 기분이 우중충할 때는 먹는 게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동을 켠 채 망설이다 평소 즐겨 먹던 다전손칼국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윈도 브러시가 내 마음처럼 바삐 움직인다. 라디오에서 가야금 소리가 흘러나온다. 빗소리와 가야금의 동당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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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야끼우동 / 백천봉

수성못을 바라보며 용마루 테이블에서 야끼우동을 주문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 한편에서 불기둥이 솟구치는가 싶더니 이내 짬뽕 같은 야끼우동이 묵례를 한다. 그냥 맛있게 후다닥, 그릇째 삼켜 버리면 좋겠다는 것인지 달콤한 향내를 풍기며 벌겋게 달아오른 맛 덩이가 꽃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다. 역시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비주얼이 한몫을 차지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 조개와 주꾸미 그리고 꽃게랑 조화를 이루며 하얀 살점을 드러내고 있는 오징어가 군침을 돌게 한다. 백반 기행의 주인공인 양 나도 모르게 젓가락을 나름 그럴듯하게 잡고 푹 익은 해산물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천히 식감을 느끼는 폼을 내가 생각해도 웃기긴 웃긴다. 맛있다. 너무 맛있다. 그냥 이리저리 둘둘 말아 후..

댓글 수필 읽기 2022. 1. 11.

1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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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이봉주 시인

이봉주 시인 △1957년 춘천 서면 출생. △한림대평생교육원 시창작반 수료 △2015년 강원문학 전국신인상공모 신인상 당선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빛글문학회 동인 △낭만문학상 수상 폐사지에서 / 이봉주 부처가 떠난 자리는 석탑만 물음표처럼 남아 있다// 귀부 등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아득히 목탁소리 들리는 듯한데// 천 년을, 이 땅에 새벽하늘을 연 것은/ 당간지주 둥근 허공 속에서 바람이 읊는 독경 소리였을 것이다// 천 년을, 이 땅에 고요한 침묵을 깨운 것은/ 풍경처럼 흔들리다가/ 느티나무 옹이진 무릎 아래 떨어진 나뭇잎의 울음소리였을 것이다// 붓다는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설법 하였으니/ 여기 절집 한 칸 없어도 있는 것이겠다// 그는 풀방석 위에 앉아 깨달음을 얻었으니/ 불좌대 위에 풀방..

댓글 시詩 느낌 2022.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