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2022년 01월

12

수필 읽기 거짓말 / 이봉주

스물세 살에 나와 결혼한 아내는 늘 생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다녔다. 첫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어느 날 아내가 파마를 하고 내 일터까지 찾아와서 들뜬 모습으로 “여보 나 어때?”하고 물었다. 아내가 생전 처음 한 파마였는데 예쁘다거나 잘 어울린다거나 듣기 좋은 말로 맞장구쳐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광판리에서 콩 팔러 온 아줌마 같네”라고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을 해 버렸다. 그날 이후로 오늘까지 나는 아내의 파마머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지나온 길을 뒤 돌아보면 얽히고 설켰던 그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지난날의 사소한 오해나 엉뚱한 말 또는 깊게 생각하지 않은 말로 사태를 그르쳤던 모든 것을 헤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소리나 감촉이 없지만 말과 행동을 통해서 향기, 감촉,..

댓글 수필 읽기 2022. 1. 12.

12 2022년 01월

12

수필 읽기 알다가도 모를 일 / 박영수

한 해에 두 번씩 혼사를 치르는 일은 결단코 하지 않겠다던 내가, 일이 묘하게 되느라고 큰 녀석 장가보내던 해, 남부끄럽게도 딸마저 시집을 보내게 되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던 딸애가 하루는 마음에 드는 청년이 생겼다고 집으로 데려와 인사를 시키면서 “아버지 때문에 사귀게 된 거에요.” 라고 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싶었는데, 알고 보니 녀석의 이름이 나와 똑같은 ‘영수’라는 거였다. 아버지와 이름이 똑같다는 사실이 운명의 끈인 양 잡아 끌더라며 “아빠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 아니겠어요?”라고 했다. 그럴싸한 핑계였다. 그러나 혹여 올해 안에 식을 올리자면 어쩌나 싶어 “청년이 내 맘에도 썩 든다마는 한 해 두 번 혼사는 치를 수 없으니 서둘지 말라.”고 단단히 못을 박아 놓았다. 이때만 해도..

댓글 수필 읽기 2022. 1. 12.

12 2022년 01월

12

수필 읽기 풀벌레소리 / 안재진

두어 달 만에 고향 집을 찾았다. 오래 비워둔 집이라 무언가 서먹서먹하다.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 잠을 청하지만, 눈이 감기질 않는다. 되레 정신만 말똥말똥하여 온갖 상념이 강물처럼 이어진다. 이미 오래전에 쓰레기 더미 속에 처박은 너절한 일들이 떠오르고,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연들까지 차례로 나타나 머리를 어지럽힌다. 고향도 멀어지면 타향이라 했던가. 처음 떠나 살 때는 문득문득 그리웠다. 골목길도 그리웠고, 그 골목길에 들꽃같이 곱게 피어 웃는 이웃들도 그리웠다. 맞이하고 떠나보낸 동구 밖 느티나무 그늘도 잊을 수 없었고, 봄이랑 가을이랑 무언가 끊임없이 새로운 역사를 몰아오던 바람결도 잊을 수 없다. 솜털 같은 바람이 대지를 쓰다듬으면 빈터마다 무리지어 꽃은 피었고, 여울물 소리 같은 바람이 ..

댓글 수필 읽기 2022. 1. 12.

12 2022년 01월

12

습득 코너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는다 / 이수광

번역문과 원문 고을 수령이 되는 자는 아침에 바뀌고 저녁에 갈려서 자리가 따뜻해질 겨를이 없는데 구실아치들은 젊을 때부터 늙을 때까지 변함없이 일을 맡으므로, 마음대로 부려서 늘였다 줄였다 함이 오로지 그들 손에 달려 있으니, 단지 장부를 숨기고 재물을 훔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세속에서 이른바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爲官者朝更暮遞 席不暇暖 而胥輩從少至老 任事自若 操縱伸縮 專在其手 非止絶簿書盜財物而已 俗謂江流石不轉以此 위관자조경모체 석불가난 이서배종소지로 임사자약 조종신축 전재기수 비지절부서도재물이이 속위강류석부전이차 - 이수광李睟光,1563~1629), 『지봉유설(芝峯類說)』 16권 「잡설(雜說)]」 해 설 강류석부전(江流石不轉),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

댓글 습득 코너 2022.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