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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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바람 부는 날엔 / 심선경

바람 부는 날엔 춤추고 싶다. 옥상 위에 널린 하얀 이불 호청이 되어 출정하는 배의 돛폭처럼 허공으로 힘차게 펄럭이고 싶다. 살아갈수록 때가 끼는 마음 자락을 씻어내어 볕 좋은 날 빨랫줄에 나란히 널어 말리고 싶다. 묵은 세월에 얼룩지고 땀내에 절은 나를, 빨래 방망이로 탕탕 두들겨서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궈내고 싶다. 어릴 적, 외할머니는 빨래비누에 치댄 속 고쟁이를 우그러진 놋양푼에 담아 바글바글 삶곤 하셨다. 삭아서 고무줄이 툭툭 터지는 속옷들을 신명나게 방망이질하여 마당에 내다 말리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햇볕이 아깝다, 정말 아까워." 하시던 말씀이 이제는 딸아이에게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되었다. 저 무수한 햇볕을 공으로 쏘이면서 단 한 번도 그것에 고마워하지 않은..

댓글 수필 읽기 2022. 1. 13.

13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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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끈 / 김정화

이야기 하나 작고 수필가 허천 선생에 대한 글을 쓸 때다. 당시 그분의 지인을 만나 귀한 일화 한 토막을 들을 수 있었다. 허천 선생은 평소 오영재 화백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오 화백은 부산미술의 개척자로 평생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팔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했다. 그가 가난에 쫓겨 부산 변두리의 외진 마을로 들어갔을 때 허천 선생은 심심찮게 그곳에 들러 종일 보내다 돌아오는 낙을 즐겼다. 그런데 두 분은 아침나절부터 해거름까지 별말도 없이 지냈다고 한다. 화백은 좁은 방의 벽을 향해 스케치만 하고, 허천 선생은 창밖 풍광이나 천장을 보고 누웠다가 가끔 빈 종이에 글 몇 줄 끄적거리는 일이 전부였다. 점심때가 되면 화백의 빈처貧妻가 내어온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저녁까지 조용히 지내다 돌아오..

댓글 수필 읽기 2022. 1. 13.

13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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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김언 시인

김언 시인 1973년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산업공학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시론집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가 있다. 미당문학상,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 박인환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의 말 / 김언 이상하게 외로운 시만 계속 썼는데, 이상하게 외로워지지 않는다. 아직 덜 외로운가? 그래서 더 외로운 시를 썼는데, 닳는 것은 시고 닳으면서도 부대끼지 않는 것이 또한 시라는 말씀. 참 외롭다. 외롭게 들리지만 외롭게..

댓글 시詩 느낌 2022.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