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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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겨울 툇마루 / 박혜숙

수필문학회 행사가 있었던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시집 한권을 선물 받았다. 목소리 낭랑한 김 선배가 그 중 한 권을 골라 읽는데 주제가 무겁다. 이런 좋은 아침에는---. 눈은 목차를 훑는다. '칼' 이라던가 '작살' 이라는 섬뜩한 제목을 지나 시선이 딱 멈춘 곳은 '겨울 툇마루', 세상에! 이런 말을 알고 있는 이가 또 있다니. 오래 전에 헤어진 친구를 우연히 만나면 이만큼 반가울까. 때론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불씨처럼 살아나는 수가 있다. 그 아침에 그랬다. 가슴 속 저 밑에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던 추억이 이제 막 허물을 씻은 나비처럼 날아올랐다. 작가는 아마도 볕이 잘 드는 툇마루에 앉아 종이접기를 했었나 보다. 비둘기를 접었다는 것도 ..

댓글 수필 읽기 2022. 1. 21.

2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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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비 맞는 쾌락 / 박혜숙

당신은 비를 맞아 본 적이 있습니까? 가늘게 내리는 보슬비나 우장을 갖춘 상태에서 맞았는가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창밖으로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고 있노라면 그 속으로 뛰어 들어 본 적이 있었는가 말입니다. 저는 이따금 몽유병자처럼 앞뒤 생각 않고 빗속을 걷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충동은 번번이 이성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짓을 하고 말았지요. 며칠 째 걸렀던 산행을 나섰습니다. 반쯤 올랐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는 폼새가 수상했습니다. 발길을 돌릴까 하다가 이왕에 나선 김에 목표 지점까지 갔지요. 돌아오는 길을 재촉했지만 먹구름이 지름길로 쫒아와 심통을 터트렸습니다. 약수터 정자에 왔을 때는 반쯤은 젖고 말았습니다. 올라갈 때 보았던 할머니와 다른 등산객 서넛이 함께 피하고 있었..

댓글 수필 읽기 2022. 1. 21.

2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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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덧나무의 선물 / 오승휴

초목이 우거진 숲길 따라 산등성이를 오른다. 혼자 걷는 산책에 맛들인지 벌써 몇 년이 된다. 산길에서는 사람들이 왠지 반갑다. 숲속의 풀과 나무에서도 자연의 소리와 아름다움을 만난다.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며 부딪히는 세상사에도 애정 어린 눈빛으로 관심이 더 깊어진다. 모든 근심이 산길에서 만나는 반가움과 아름다움에 용해되어버려 그럴까. 이 수목원 숲속 ‘체력단련장’ 한가운데에 야생하는 덧나무 한 그루가 있다. 자태가 빼어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관상용 나무다. 꽃나무들이 제 멋을 뽐내는 요즘, 이 덧나무엔 넝쿨처럼 뻗은 가지마다 활짝 핀 꽃들이 볼만하다. 높이가 3m쯤 되는 활엽관목이다. 굵은 나무줄기엔 이끼가 돋아있고 버섯도 피어있어 수령이 30여 년은 되었음직하다. 이곳엔 정자(亭子)도 있고..

댓글 수필 읽기 2022. 1. 21.

2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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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김평엽 시인

김평엽 시인 전북 전주 출생, 전주고등학교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 박사수료. 1997년 《시대문학》 신인문학상, 2003년 《애지》 등단, 임화문학상(2007), 교원문학상(2009) 수상. 시집으로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노을 속에 집을 짓다』.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원. 〈현대시문학〉 편집장. 꽃은 바람의 각도를 알고 있다 / 김평엽 바람을 안고 발돋움하는/ 모든 건 꽃이다/ 세일러복 소녀가 하늘로 오른다/ 오르막 끝에서 분홍을 풀고/ 살구꽃이 된다/ 살아야 하는 집착은 출처가 없다/ 기억의 렌즈를 조이면 선명해지는 과거/ 봉숭아는 가슴에 묻어야 산다/ 어머니도 누이도 화단 마루에서 핀다/ 어디로 갔을까 내 스텐레스 시계/ 어느 계절에서 멈추었을까/ 버림받은 것은 날개부터..

댓글 시詩 느낌 2022.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