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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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직소폭포 / 김지헌

내 나이 열 넷, 산벚꽃이 아름다운 봄날에 직소폭포와 처음 만났다. 전깃불 대신 희미한 등잔불 밑에서 전설 따라 삼천리에도 자신을 몰입시키던 순박한 소녀였을 때였다. 그 폭포를 보며 상상한 것은, 전설 속의 인물, 한 많은 여자와 그 용소에서 죽은 남자들이었으며, 전해오는 이야기처럼 열 두 타래의 실을 풀어 그 깊이를 알아보고 싶어했다. 그 때의 내게 폭포는 전설을 품은 자연의 일부였다. 내 나이 스물 셋, 녹색 이파리들의 광합성이 한창일 때, 직소폭포와 두 번째 만났다. 그 때 내 옆에는 신록같이 푸르른 한 남자가 있었다. 자연과 사람과 그들이 꾸는 꿈까지 초록빛이었을 때의 직소폭포는 자신만만하게 내달리는 일직선의 물줄기였다. 한 인간에게 향하는 감정이 직선적이던 시절, 내 삶도 직소폭포처럼 힘차게 흘..

댓글 수필 읽기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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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아니무스 / 정여송

내 안에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이병헌처럼 멋지지도 않고 전유성 같은 유머와 위트를 지니지도 못했다. 타이거우즈마냥 신의 기술을 훔친 남자는 더더욱 못된다. 약간 화통한 것 같으나 좁쌀뱅이 남자다. 그래도 나는 그 남자가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물어볼 줄 아는 남자였으면 했다. 희끄무레하고 누리끼리하며 푸르뎅뎅하고 불그스름한 세상을 볼 줄 아는 남자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름과 차이가 만들어가는 다양성이 내는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남자이기를 소원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아이디어를 찾는 남자라면 대길이었다. 하지만 그 모두는 허황된 바람이었다. 그 남자는 스스로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면서 융통성 없이 따지기만 했다. 그런가 하면 과거로만 문을 열고 닫으려고 할..

댓글 수필 읽기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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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코너 이를 뽑다 / 채수

번 역 문 내 나이 쉰네 살에 오른쪽 잇몸 첫 번째 이가 아무 이유 없이 흔들리니 통증을 견딜 수 없기에 의원에게 뽑게 하였다. 느낀 바가 있어 다음과 같이 쓴다. 내 나이 세 살에 네가 처음 나서 내 입의 빗장이 된 지 오십여 년이구나, 분쟁과 우호가 너에게 달려 있었고 음식의 맛을 너를 통해 알았지. 내가 한창 강건할 때는 너 역시 튼튼해서 말린 고기와 딱딱한 떡도 칼처럼 잘랐었다. 내가 항상 옥보다 더 귀중히 여겨 이불을 물어뜯지도 돌로 양치하지도 않았지. 원 문 吾年五十四, 右車第一齒無故動搖, 痛不可忍, 令醫拔之, 感而有作. 吾生三歲, 汝始生焉, 爲我口關, 五十餘年. 興出戎好, 職汝所爲, 酸鹹甘苦, 由汝得知. 吾方強健, 汝亦堅牢, 乾肉勁餠, 截之如刀. 吾常寶愛, 不啻珙璧, 不曾嚙被, 不曾漱石. -..

댓글 습득 코너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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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허갑순 시인

허갑순 시인 전남 순천 출생.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시와 산문》으로 문단에 올랐으며, 제2회 서울시인상, 제4회 국제한국본부광주펜문학상, 제16회 광주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꿇어앉히고 싶은 남자』, 『나를 묶어주세요』, 『그저 꽃잎으로 번져나갔다』, 『강물이 흐를수록 잠은 깊어지고』, 『상처도 사랑이다』, 『나무들』, 『나무들2』와 평론집 『현대시의 시간과 공간인식』, 『현대시와 낭만적 층위』가 있다. 전 조선대학교 동신대학교 외래교수 현 한국연구재단연구원. 님이시여 / 허갑순 그대 그리는 마음 날 주고 가소/ 내 목숨 끝나는 날까지/ 그대 향한 그리움 여기 벗어두고 가면/ 행여 떠난 길 되돌아올 줄 모르는데/ 봄 그리워 그리워 하다가/..

댓글 시詩 느낌 2022.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