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2022년 04월

30

30 2022년 04월

30

시詩 느낌 구재기 시인

구재기(丘在期) 시인 1950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충남대학 교육대학원 졸업.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농업시편』, 『천방산에 오르다가』, 『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목마르다』, 『제일로 작은 그릇』 등 20여 권이 있다. 충청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충남시협본상, 한남문인상, 신석초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충남문인협회장 및 충남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시(詩) / 구재기 쓸모없는/ 구절들만 모아/ 그 구절들로만 이루어진/ 백 편 천 편의 시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곧 시다// 꼭 쓸모만큼/ 잎 돋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고/ 가진 거 다 버리고는// 깊은 동안거에 들어간/ 겨울나무가 곧 한 편의 시다// 무게에 대하여 / 구재기 무게..

댓글 시詩 느낌 2022. 4. 30.

30 2022년 04월

30

수필 읽기 골목의 매력 / 고유진

어깃장부리지 않고 차분히 살다가도 쳇바퀴 같은 삶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남편과 나는 부산의 낯선 길로 차를 몰곤 했다. 길섶으로 우거진 나무를 끼고 달리다 산중턱에 이르면 시가지를 내려다보면서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게 된다. 언젠가는 우연히 금련산 산마루를 넘어 과거 속으로 들어선 듯한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비탈에 층을 이룬 슬레이트 지붕 집들은 시골이나 과거 모습을 복원해 놓은 것처럼 딴 세상 같았다. 하나같이 단조롭고 소박한 집들 사이사이로 빨래가 널려있고 도란도란 장독들도 가족처럼 둘러있었다. 그러나 내려가는 길은 경사지고 좁아 차가 마주오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까 불안하기까지 했다.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한편으로 신기하게 생각하며 돌아왔다. 그 뒤 ‘골목 에세이’라는 TV..

댓글 수필 읽기 2022. 4. 30.

30 2022년 04월

30

수필 읽기 공중전화 / 이성환

무언가 허전하다 싶더니 휴대폰을 깜박 잊었다. 지하철역 승강장에 와서야 집에 두고 온 걸 알아챘다. 출근길인 데다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그대로 지하철을 탔다. 나를 애타게 찾는 지인이나 고객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 본의 아니게 여유가 생길 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휴대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사람들은 직접 통화하지 않아도 문자 기능을 활용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오늘 나에게 문자나 카톡을 한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발신 후 1시간이 지나도 읽지 않으니 업무가 바쁜가 보다고 여길 것이다. 3시간이 지나면 내가 일부러 무시하는 것이라고 의심받기 십상이다. 5시간이 되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할 것 같다. 급기야 나에게 전화를 걸면 신호는 가는 데 받지 ..

댓글 수필 읽기 2022. 4. 30.

29 2022년 04월

29

시詩 느낌 이소호 시인

이소호 시인 1988년 서울 여의도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국대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석사 4학기 재학 중 이경진에서 이소호로 개명. 월간 《현대시》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와 에세이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가 있다.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캣콜링 / 이소호 헤이뷰티풀 순백의 빅토리아 시크릿 이메진 웨얼아유고잉 허밍으로 돈츄스피크잉글리쉬 침 튀기는 엔초비 프린스 두유해브타임 개들이 살 비비는 센트럴 파크 따발총 칭챙총 호퍼의 창문 하루 종일 키스미 미트볼 뚱뚱한 금요일 고져스 에이비씨 에비뉴 전깃줄에 묶인 발레리나 행아웃위드미 한밤중의 컴히얼 망아지 산책교실 인용구로 남은 스..

댓글 시詩 느낌 2022. 4. 29.

29 2022년 04월

29

수필 읽기 보풀 / 이옥순

첫추위 예보에 옷장을 연다. 바로 입을 수 있는 카디건 하나를 손쉬운 위치로 옮겨놓는다. 사실 이 옷은 내 손에서 떠나보낼 뻔했다가 돌아왔다. 입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풀이 일기 시작했다. 처음 느꼈던 보드라움에 비해 질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취급 부주의인가 하고 각별히 조심해보아도 점점 범위를 넓혀갔다. 보풀을 핑계로 함부로 입기 시작했다. 형편없는 옷이 되고 말았다. 현관 앞에 내놓았다. 분리수거함에 넣기 위해서였다. 현관을 드나들다 어느 날 봉지 속에서 카디건을 건져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세탁소에 맡겨보았다. 옷이 멀쩡해져서 돌아왔다. 보풀은 옷 전체를 생각하면 별 것이 아니었다. 그 옷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날 샹젤리제 거리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을 때 개선문 쪽에서 눈바람이..

댓글 수필 읽기 2022. 4. 29.

29 2022년 04월

29

수필 읽기 세상 끝에 서다 / 유영모

문득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들은 내겐 삶의 이유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때론 진부한 일상에 나태해질 때면 무작정 길을 나서게 된다. 그 낯선 길에서 빠져드는 사유는 또 다시 방랑을 하게하고 거기서 겪는 새로운 경험들은 놀라운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그 달콤한 유혹에 매혹되어 마음 내키는 대로 가다 보니 그만 세상 끝에 와 버렸다. 안데스 산맥을 등뼈처럼 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끝자락 파타고니아까지 몇 날이 걸렸는지, 기억에도 없다. 그저 꿈을 꾸듯 훠이훠이 오다 보니 순백의 빙하 위에 서 있었다. 칼날같이 치솟은 설산을 뒤로하고 그레이 호수 위로 무너져 내리는 빙하는 오싹한 소름마저 돋게 했다. 우레 같은 천둥소리를 동반한 파편들은 곧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유히 수..

댓글 수필 읽기 2022. 4. 29.

28 2022년 04월

28

시詩 느낌 이성목 시인

이성목 시인 1962년 경북 선산 출생, 금오공고, 제주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6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남자를 주겠다』, 『뜨거운 뿌리』. 『노끈』. 『함박눈이라는 슬픔』, 『세상에 없는 당신을 기다리다』 봄, 알리바이 / 이성목 여자의 몸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 담배에 불을 붙이자/ 꽃들은 만만한 나뭇가지를 골라 호객을 일삼는다. 나무들은 비틀거리며 꽃 가까이서/ 꽃값을 흥정한다. 이미 몸에 불을 당긴 꽃잎이 재처럼 떨어진다. 꽃을 만났던 나무들은/ 순한 잎의 옷을 걸쳐 입는다. 내 몸에서도 휘발유 냄새가 난다.// 기억한다./ 나는 붉고 여린 수술을 내밀었을 것이다. 목련은 순백의 꽃봉오리를 활짝 열었으므로,/ 세상과 나는 서로 결백했을 것이다./ 기억한다./ 그 해 3월 마지막 날,..

댓글 시詩 느낌 2022.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