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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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오성인 시인

오성인 시인 1987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시인수첩》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푸른 눈의 목격자』가 있다. 2018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제2회 나주 문학상 수상, 못다 끓인 라면* / 오성인 오늘은 동생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일 겁니다 봉지 안 마른 면발 같은 동생의 길은 꼬이고 굳어져 있어요 아무도 걷지 않는 텅 빈 길엔 아사(餓死)한 바람의 뼈들이 갈아져 비명처럼 흩날립니다 시간의 체온에 닿아본 적 없는 동생은 더 이상 빛과의 추억을 간직하지 못하는 수명 다한 싸늘한 알전구처럼 차갑습니다 손짓을 오해한 산새들이 놀라 흐드득 달아나고 짓궂은 산짐승들이 우우우우 어둠을 타고 내려와 길목을 막고는 여행을 떠나는 언어들을 위협..

댓글 시詩 느낌 2022. 5. 6.

06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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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안녕, 미소포니아 / 김사랑

무작정 집을 나섰다. 마스크만 쓰고,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을 보니 체한 듯 답답했던 명치끝이 조금은 시원하다. 전망대에 털썩 주저앉아 내려다본 풍경은 내 유년 시절을 품어주었듯이 따뜻하다. 그리움이 출렁이며 춘풍에 머리카락이 가볍게 날린다. 언제나 이곳에 오면 바람은 부드럽게 내 감성을 살찌운다. 물 냄새가 가볍게 코끝을 간질이고 두 눈을 감는다. 호수를 내려다본다. 만수(滿水) 위로 수상가옥이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전에 없던 좌대가 낚시꾼을 기다리며, 어릴 적 내 놀던 곳을 가늠해 본다. 아슴아슴한 기억이 저쯤이라고 일러준다. 맞아 저쯤에 우리 집이 있었지, 살짝 들어간 산허리에는 다랑논이 있었고, 그 위로 밭이 있었어, 밭가의 너구리굴도 무서웠어, 그러나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도 걱정..

댓글 수필 읽기 2022. 5. 6.

06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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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이불의 숨결 / 이정자

해맑은 날씨에 눈이 부시다. 봄물이 번져가는 벚나무 둥지에 꽃망울이 브로치처럼 앙증맞다. 간절기 이불을 빨래하고 의류 건조기 안에 넣으려다 꺼낸다. 이불을 베란다 창틀에 툭 걸쳐놓고 하늘을 바라보니 나비 구름이 흘러가며 유혹한다. ‘이불은 햇살 좋은 날, 마당 어귀 담에 널어서 말리는 게 최고야.’ 하는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아득한 날, 나의 요람은 헌 이불이었다. 어머니는 푹신한 이불을 마주하면 “네가 태어나던 순간이 떠오른다.”라고 하며 애잔한 눈빛이다. 할머니는 태아의 탯줄을 자르고 이불로 핏덩이를 감싸서 밀쳐 두었다. 아버지는 외동아들인데 내리 딸이 태어나 푸대접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서운함이 웅크리고 있다. 하지만 파란만장한 엄마의 일생을 들춰보면 가슴 먹먹한 일들이 스르르 풀린..

댓글 수필 읽기 2022.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