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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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상 그 바닷가

물이 빠졌지만, 바다는 50년 전 군복무할 때 그대로다. 군 시설은 어제의 일들을 숨긴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바다로 오가던 유채밭 언덕은 숲으로 우거졌고, 방둑과 산기슭을 따라 경운기 길이 만들어졌다. 방둑에 서 바다를 바라보니 갯벌밭이 타임머신이 되어 향수에 젖게한다. 이곳은 부모의 슬하를 떠나 처음으로 나의 젊음이 머물었던 곳이다. 영광군 염산면 옥실리 내묘 마을 앞바닷가. 꼬막밭은 안녕하신지... 법성포 바다. 썰물 때는 크지 않은 고만고만한 어선들이 갯골을 따라 드나들었다. 계마항 인근 해변. 사람들이 뻘밭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 평화롭고 정겨운 모습이다. 가마미해수욕장. 수심이 낮고 바닥이 단단해 물놀이하기에 좋다. 밀물이 몰려온다. 멀리서 보면 서서히 오지만, 가까이서 보면 빠른 것을 ..

댓글 그냥 일상 2022. 5. 9.

09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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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박은형 시인

박은형 시인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났다. 부산대 대학원 국문과를 나왔다. 2013년 《애지》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흑백 한 문장』을 썼다. 제17회 김달진 창원문학상 수상. 주걱 / 박은형 개망초 흰 머릿수건 사이 여름 오후가 수북한/ 그 집은 가득 비어있다/ 인기척에 반갑게 흘러내리는 적막의 주름/ 컴컴한 부엌으로 달려간 빛이/ 삐걱, 지장을 놓으며/ 눈썹처럼 엎드린 먼지를 깨운다// 밥상을 마주했던 날들을 배웅한 징표일까/ 남은 것들로는 그림자도 세울 수 없는 회벽/ 그을음으로 본을 뜬 그늘 주걱 하나가 거기,/ 테 없는 액자처럼 걸려 있다// 무쇠솥이며 부엌 바닥의 벙어리 주발들/ 눈이 침침한 채 아직 남은 밥 냄새, 만지작거린다/ 누군가와 마주앉아 먹던 모든 첫 밥에는/ 허밍처럼 수줍고 고슬한..

댓글 시詩 느낌 2022. 5. 9.

09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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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멀미 / 강향숙

* 전학 어제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하늘색 원피스에 양 갈래로 머리를 땋아 내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책가방을 메고 대문을 나서자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 앉아있던 참새들이 포르르 날았다. 골목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을 마을 어귀에서 만났다. 큰길에서 모퉁이로 접어들어 좁은 논둑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조잘대며 걸었다. 학교가 파하면 동무들과 냇가에서 붕어를 잡기로 했다. 아침 조회 시간이 끝나자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가방을 메고 나오라 했다. 복도에는 흰 반팔 와이셔츠에 양복바지를 입은 아버지가 서 계셨다. 학교에 오시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평소 같지 않게 나를 보고 웃지도 않으시고 몸을 돌려 앞장서 걸었다. 따라간 곳은 교장실이었다. 기름을 발라 뒤로 빗어 올린 머리 때문에 이마가 유난..

댓글 수필 읽기 2022. 5. 9.

09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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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백일몽 / 김창수

한 해가 또 저물어간다. 소마세월 탓인가 착잡한 마음은 가랑잎처럼 바삭하다. 마음속 갈증을 풀어 줄 청량제가 필요했다.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서다 희한한 일을 겪는다. 묘한 기시감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편도 2차로에서 내 차는 우회전하려는 참이었다. 1차로에는 직진·좌회전 차량이 줄을 섰다. 1차로 맨 앞에서 대기 중인 차량의 뒷자리 번호 두 개만 비스듬히 보인다. ‘○○53’이다. 문득 앞자리 두 개 숫자는 ‘68’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차량번호는 ‘6853이다.’라고 혼자만의 최면을 건다. 아내에게 그 상황을 말하려는 순간 신호가 바뀌고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만치 앞서가는 그 차량의 번호가 내 생각 대로였다. 착시가 아니었다. 내 안에 어떤 영적인 존재가 있는 건지, 깜짝 놀랐다. 흰..

댓글 수필 읽기 2022.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