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022년 05월

13

시詩 느낌 박은정 시인

박은정 시인 197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창원대학교 음악과 졸업하였다. 2011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밤과 꿈의 뉘앙스』가 있다. 대화의 방법 / 박은정 평생 인형의 얼굴을 파먹으며/ 배고픔을 달래는 아이/ 네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내 이빨은 단단해졌다./ 말을 해도 말이 하고 싶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살을 꼬집으며/ 되물어보던 허기처럼/ 형광등은 깜빡이고/ 인형은 얼굴도 없이 던져졌다// 오늘 이 자리,/ 용기가 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지만/ 모두들 처음 보는 사람처럼 앉아/ 손뼉을 치며 웃는다// 나고야의 돌림노래 / 박은정 두 손을 움커쥐고/ 줄넘기를 돌리는 밤// 한 번 두 번 세 번/ 공중으로 떠오를 때마다/ 어제의 파..

댓글 시詩 느낌 2022. 5. 13.

13 2022년 05월

13

수필 읽기 쪽지 이야기 / 김정읍

별 볼일 없는 듯, 별일을 하는 것이 쪽지이다. 쪽지는 단순하고 간편해서 좋다. 휴대폰이 쪽지의 역할을 대신하는 요즘도 나는 볼펜과 메모지를 챙겨 다닌다. 무시로 신속하게 전할 수 있는 쪽지, 오발 전송 등의 문제는 예나 다름없이 돌발적인 해프닝이나 웃음을 자아낸다. 짤막한 한 마디라도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쪽지의 매력은 순수한 감동이다. 퇴직할 때 빨간 하트모양의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가볍디가벼운 상자, 너무 가벼워서 내용물이 더 궁금하다. 수수께끼를 푸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알록달록한 쪽지들이 가득하다. 아 무슨 말들을 썼을까, 설레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당신, 맘 단단히 먹고 읽어야겠네.” 남편이 옆에서 겁을 준다. 퇴직하고 떠날 사람이니 무슨 말인들 못쓸까. 삼십팔 여년을 같이 근무한 사..

댓글 수필 읽기 2022. 5. 13.

13 2022년 05월

13

수필 읽기 산문시 / 양일섶

시계 우리 집에 다섯 개의 시계가 있다. 안방과 주방, 거실과 욕실에 하나씩 있고, 서랍장에는 손목시계가 잠자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시계 중 세계표준시에 맞게 가는 놈은 하나도 없다. 안방 시계는 10분, 나머지는 5분 빨리 가면서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가끔 약이 다된 시계는 엄마 심부름으로 옆집에 돈을 빌리러 가는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며 느릿느릿 움직인다. 늦거나 멈춘 게 있어야 정상으로 가는 시계의 고마움을 안다. 세상을 움직이는 시계도 약이 떨어져서 좀 천천히 가거나 한 번쯤 정지했으면 좋겠다. 시계가 쉬면 우리는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핸들 핸들을 잡으면 햇살에 반짝거리는 강을 따라 달리던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자잘한 섬들이 뒤꿈치를 들고 손짓하는 모습도 보인다. ..

댓글 수필 읽기 2022.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