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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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김경후 시인

김경후 시인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 독일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가 있다. 현대문학상,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손 없는 날 / 김경후 귀신도 쉬는 날, 짐 부리는 사내, 빈 그릇 위에 빈 그릇, 의자 위에 의자, 쌓고 쌓는다, 귀신이 쉬는 날, 사내의 짐값은 높지만, 꼭대기 올라가는 사다리차만큼, 덜컹, 덜컹, 내려앉은 사내의 등, 사내는 손 없는 날의 손, 집을 옮기며 짐을 부린다, 동서남북을 옮긴다, 기..

댓글 시詩 느낌 2022. 5. 20.

20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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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개입 / 권오훈

봄기운 완연한 수밭 고개로의 아침 산책길은 언제나 싱그럽다. 인적이 드물어 해찰하며 걷노라면 온전히 내 세상이다. 문득 길가 나뭇잎에 잔뜩 붙은 송충이 떼가 눈에 들어온다. 몸통의 송송한 가시털을 보니 스멀스멀 소름이 돋는다. 보드라운 잎사귀가 태반이나 뜯겨 잎맥만 앙상하다. 푸르른 녹음의 절정을 누리기도 전에 비명횡사 지경이다. 징그러운 송충이에 대한 불쾌감과 새잎에 대한 연민이 나를 충동질한다. 송충이가 붙은 가지를 통째 꺾어 길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그것들을 밟아 문지르려는데 한 마리가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든다. 네가 뭔데 우리를 이리 핍박하느냐고 항의하는 듯하다. 문득 한 생각에 발을 거둔다. 먹이사슬의 상위 계보인 조류의 식량을 수탈하는 행위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개입은 여기까지, 힘이 ..

댓글 수필 읽기 2022. 5. 20.

20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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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벚꽃의 일생 / 양문선

이월에 끝자락에 서면 봄소식이 기다려진다. 제주에는 유채꽃이 가장 먼저 봄을 전한다. 반도 남쪽의 매화나무는 섬진강의 삼동(三冬)칼바람을 몸으로 지켜, 가지마다 따뜻한 온기가 돈다. 물오른 가지는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린다. 긴 어둠과 추위를 견디어온 기다림의 신비가 하나씩 그 속에서 싹트고 있다.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봉오리마다 새 생명이 움트는 듯, 봄의 메시지를 전한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봄비가 자주 온다.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이라지만 봄바람은 세차게 불면 내 가슴도 미어진다. 가지마다 봄맞이를 준비하던 과실수는 계속되는 냉해로 움츠린다. 피어오르려는 꽃망울마다 얼음 덩어리를 뒤집어쓰고 겨울잠으로 되돌아간다. 봄꽃을 시샘하는 봄바람이지만 벚나무는 묵묵히 말이 없다. 가지마다 보랏빛으로 변..

댓글 수필 읽기 2022.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