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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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윤이산 시인

윤이산 시인 1961년 경북 경주 출생. 경주 문예대학,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9년 《영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물소리를 쬐다』가 있다. 계간 《문학청춘》 기획위원. ‘시in’ ‘응시’ 동인. 선물 / 윤이산 늙은 두레상에 일곱 개 밥그릇이/ 선물처럼 둘러앉습니다/ 밥상도 없는 세간에/ 기꺼이 엎드려 밥상이 되셨던 어머닌/ 맨 나중 도착한 막내의 빈 그릇에/ 뜨거운 미역국을 자꾸자꾸 퍼 담습니다/ 어무이, 바빠가 선물도 못 사 왔심니더/ 뭐라카노? 인자 내, 귀도 어둡다이/ 니는 밥 심이 딸린동 운동회 때마다 꼴찌디라/ 쟁여 두었던 묵은 것들을 후벼내시는 어머니/ 홀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바람이 귓속을 막았는지/ 추억으로 가는 통로도 좁다래지셨..

댓글 시詩 느낌 2022.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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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시간은 지우개 / 박일천

벼가 치자 빛으로 물들어 간다. 들녘의 메밀꽃은 하얗게 솜사탕을 풀어내고 소슬한 바람이 차창 가로 스친다. 긴 세월 얽매인 직장의 매듭이 풀리자마자 남편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그 말에 “이왕이면 홀로 계신 시이모님 두 분도 같이 모시고 가요.” 하는 내 말에 그 사람은 “어머니가 더 좋아하겠네.” 하며 소년처럼 들떠서 완도 여행길에 올랐다. 나이 들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어머니는 이모들과 전화만 할 뿐 만나지 못해 답답하다고 넌지시 푸념을 했다. 폐를 갉아먹는 병마에 지쳐 바람 불면 날아갈 듯한 가랑잎 같은 시어머니. 잠시나마 파리한 그 얼굴에 웃음 띠게 할 수 있다면 맘의 부담쯤이야…. 앞에 앉은 세 여인은 소풍이라도 나온 듯 끝없이 말 꾸러미를 풀어낸다. 모처럼 만났으니 못다 ..

댓글 수필 읽기 2022.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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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달궁에 빠지다 / 박일천

어스름 구름 사이로 달이 얼굴을 내미는가 싶더니 서산마루에 걸렸다. 새벽공기를 가르고 계곡 물에 세수하였다. 청아한 기운이 가슴까지 흘러내린다. 밤안개에 묻어온 운해는 산봉우리를 가리며 하늘과 경계를 지운다. 검푸른 능선 자락이 점점 뚜렷이 다가온다. 태양이 대지를 정복하기 전에 계곡 탐사 길에 나섰다. 어제 지리산에 텐트를 펼쳐 집 한 칸 뚝딱 지었다. 해거름에 근처 골짜기로 내려가 여울물에 발을 담그니 한낮의 더위가 단숨에 녹아내렸다. 넓적 돌에 앉아 윤슬로 일렁이는 물을 고즈넉이 바라보았다. 산굽이를 따라 이어진 계곡 물의 끄트머리는 어디쯤일까. 시선이 미치는 골짜기 언저리는 산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텐트에서 잠을 자고 새벽에 눈을 떴다. 지난밤 산책하러 숲길을 나섰으나 어둠에 묻혀 제대로 보..

댓글 수필 읽기 2022.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