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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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조용미 시인

조용미 시인 1962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당신의 아름다움』등이 있다. 제16회 김달진문학상, 제19회 김준성문학상, 제20회 고산문학대상, 제24회 동리목월문학상을 수상했다. 백모란 / 조용미 ​ 저 모란은 흰색과 붉은색의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저물녘 극락전 앞에 내가 나타났을 때 모란은 막 백색의 커다란 꽃잎을 겹겹이 닫고 있었다/ 학의 날개 같은 꽃잎 안에 촘촘한 노란 수술을 품고 노란색 수술은 무시무시하게 붉은 암술..

댓글 시詩 느낌 2022. 5. 23.

23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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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툇마루 / 이혜영

오랜만에 어머님이 사시던 집에 왔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오래 되었지만 집은 주인이 있는 양 온전하다. 나름 견고하게 지은 집이라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온기가 가신 지 이미 오래 되었으나 기둥은 예나 다름없이 기개를 펴고 있다. 마루 역시 세월의 흐름을 표면의 얼룩진 자국들로 감추진 못해도 저만큼에 앉아 계시던 어머님의 정취를 한껏 풍기고 있다. “이 마루 우리 집으로 옮기면 좋겠다.” 네모만을 고집하는 요즘의 아파트가 싫어 남편은 주택을 선호한다. 나 역시도 아파트의 폐쇄된 공간이 마땅찮아서 남편의 생각에 적극 동의한다. 다행이 여유로운 집터에 산 지 오래 되어 좁은 공간에 들면 답답함을 밀어내기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문득 거실 앞에 툇마루라도 놓고 싶은 욕심이 일어 남편에게 의견을 내놓았..

댓글 수필 읽기 2022. 5. 23.

23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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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가해자 / 이혜영

복숭아나무에 꽃이 피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지난해 멧돼지가 들이받아 나무둥치가 찢긴 채 땅에 누워버렸던 나무다. 그렇게 상처를 입었던 나무가 올봄 꽃을 소담하게 피워냈다. 콩알만 한 복숭아가 맺혔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목숨을 움켜잡고 있었다는 것이 신비스러움을 지나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뭔가 부여된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수행자 같다. 복숭아나무를 바라보며 그만도 못한 자신이 더없이 부끄럽고 마음의 회한으로 남는다. 오랫동안 가꾸어 온 농장이 너무 방대한 탓에 관리가 소홀해졌다. 야산을 개간해서 만들었던 농장이 그동안 나무와 숲이 우겨져서 다시 야산으로 변해간다. 이제는 다시 날고 기는 짐승들의 터전이 되어버렸다. 농장에 심어진 복숭아는 익을만하면 멧돼지가 주인이었고, 맛이 든 감은 새들이 먼..

댓글 수필 읽기 2022.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