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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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정윤천 시인

정윤천 시인 1960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다. 광주대학교를 졸업하였고,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1991년 《실천문학》 여름호에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 등이 있다. 2011 천태산 은행나무문학상, 제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계간 《시와사람》 편집 주간 역임, 제주도 ‘제주유람선’ 홍보이사. 발해로 가는 저녁 / 정윤천 발해에서 온 비보 같았다 내가 아는 발해는 두 나라의 해안을 기억에 간직하고 있었던 미쁘장한 한 여자였다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자전거를 다루어 들을 달리던 선친의 어부인이기도 하였다 학교 가는 길에 들렀다던 일본 상점의 이름들을 사관처럼 늦게까지 ..

댓글 시詩 느낌 2022. 6. 30.

30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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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끝물설設 / 한상렬

#불볕더위 그해 중국 상해의 여름은 대단했다. 낮에 이어 밤까지 여행 일정은 이어졌다. 수은주가 37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였다. 어디를 가든 흐르는 땀을 닦노라 시선을 제대로 두기가 어려웠다. 한낮 거리는 온통 웃통을 벗은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공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라半裸의 천국이 중국이다. 그들의 여름나기가 가히 대단하다. 지금 내가 다시금 그 공간에 있다. 연일 불가마 속이다. 체온을 뛰어넘는 불볕더위가 축축 늘어지게 한다. 사람만이 아니다. 옥상 정원에 가꾸어 놓은 화초며, 채소들이 불볕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리기 직전이다. 아무리 목을 축여주어도 그때뿐이다. 여름나기가 어려운 건 동물들 또한 매한가지다. 온몸을 털로 무장한 우리집 강아지 복실이는 그렇다 하고 면도한 듯한 복순이 마저..

댓글 수필 읽기 2022. 6. 30.

30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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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부채 / 홍정식

고향 집 안방 문 위에는 몇 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 속의 할머니는 모로 누워 한쪽 팔로 머리를 괴고 다른 손으로 부채를 부친다. 날은 한여름이다. 아기는 곤히 잠들어 있다. 아이에게 태극선을 살살 흔들어 바람을 피우고 혹시나 손주에게 달려들 파리나 벌레를 쫓는다. 다정하게 불어가는 바람으로 할머니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득하다. 그 마루 밖으로 아버지가 여동생을 안고 흐뭇하게 보고 계신다. 나는 뭔가 심통이 났는지 섬돌 위에 앉아 땅만 바라보고 있다. 내가 다섯 살 무렵 찍은 사진이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동시에 들어간 그리고 두 동생이 같이 찍힌 사진이다. 흑백사진이므로 태극선은 검고 희게 나타나 있다. 사진을 찍은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할머니 탈상을 했다. 그 부채는 사라졌으나 그 부채가 한때..

댓글 수필 읽기 2022. 6. 30.

29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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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성윤석 시인

성윤석 시인 1966년경상남도 창녕군에서 태어났으며, 경남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묘지 관리 일을 했고, 1999년부터 서울에서 벤처기업 운영을 하다가 실패했다. 2013년 5월부터 한 해 동안 마산 어시장에서 명태 상자를 나르기도 했다. 1990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 『공중 묘지』, 『멍게』, 『밤의 화학식』이 있다. 제3회 박영근작품상, 제4회 사이펀 문학상, 2020년 김만중문학상 시·시조부문 대상을 받았다. 척(尺) / 성윤석 고작 수십 년 뒤에 아무 가치도 없을/ 것들을 위해 전철을 타고 화를 내고 울고/ 고작 몇 달 뒤면 아무 마음도 없을/ 일에 먼 곳까지 가고 가지 않고/ 아니 눈 한번 질끈 감을 사이/ 잊혀져 버릴 나의 것들..

댓글 시詩 느낌 2022. 6. 29.

29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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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뱀을 좋아하나요 / 강서

뱀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화면으로 보는 것만 좋아한다. 뱀은 징그러움과 매력을 동시에 선사하는 동물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도 단골로 등장한다. 움츠리고 있다가 한순간에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소름 돋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진저리를 친다. 그럴 때마다 간교한 지혜를 가진 유혹자를 왜 뱀으로 표상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정교한 비늘의 소리 없는 움직임, 쉿쉿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양 갈래의 혀는 째깍째깍 돌아가는 초침 같은 긴장감을 준다. 어릴 때부터 뱀에 관한 얘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막냇동생은 밤에 태어났다. 외숙모님을 비롯한 친척들은 안방에서 어머니의 출산에 대비하고 있었다. 부엌의 가마솥에서는 물이 설설 끓었다. 방 안..

댓글 수필 읽기 2022. 6. 29.

29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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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악착 보살 / 김지희

거미가 까마득한 허공에 집을 짓는다. 방사형의 살들을 도래방석처럼 엮어간다. 거미는 지지실을 타고 중심축을 오가며 쉬지 않고 동심원을 반복한다. 집의 중심인 바퀴통에 떡하니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외줄을 타는 무동처럼 아찔하다. 청도 운문사의 비로전 천장 대들보에 단청이 희미해진 배 한 척이 걸려있다. 뱃머리와 고물이 용머리 생김새인 나무배에는 줄에 매달린 동자승이 있다. 불퇴전의 화신 동자보살은 장난기 머금은 표정으로 악착스레 외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한순간 마음의 중심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사람들을 보살피느라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자보살이라 부르기도 하고 악착보살이라고도 한다. 악착보살의 이야기는 구전으로만 전해진다. 옛날에 청정하고 신앙심 깊은 이들을 서방의 극락정토로..

댓글 수필 읽기 2022. 6. 29.

28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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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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