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2021년 08월

04

습득 코너 다 때가 있는 법 / 하수일

번역문과 원문 모든 생물의 생장은 다 때가 있다. 앞서 빨리 된다고 어찌 기뻐하며 뒤져 더디 된들 어찌 원망하랴. 凡物早晩 各有其時 其先而速也奚喜焉 其後而遲也奚怨焉 범물조만 각유기시 기선이속야해희언 기후이지야해원언 - 하수일(河受一, 1553〜1612), 『송정집(松亭集)』3권 「초당삼경설(草堂三逕說)」 해 설 하수일의 본관은 진주(晉州), 자는 태이(太易), 호는 송정(松亭)이다. 과거에 급제하여 영산 현감(靈山縣監), 호조 정랑(戶曹正郎) 등을 역임하였지만 크게 현달하지는 못하였다. 문장은 의리(義理)에 근거하여 전아(典雅)하고 조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용문의 출처는 「초당삼경설」이다. 음력 2월에 초당을 지은 하수일은 국화와 해바라기를 심었다. 상추는 그보다 늦은 3월 초에 심었는데, 채 20..

댓글 습득 코너 2021. 8. 4.

04 2021년 08월

04

수필 읽기 등산 / 김상용

등산이 분명 일종의 스포츠이나, 이것이 스포츠이면서도 스포츠 이상의 어떤 의미를 소유한 데서 나의 등산에 대한 동경은 시작되었었다. 룩색에 한 끼 먹을 것을 넣어 지고 자그마한 언덕을 오르는 것으로 비롯해, 몇 달 혹은 몇 해를 허비해 가며 지구의 용마루와 싸우는 본격적인 등산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근골은 쓰여지는 것이고, 이것이 쓰여짐으로 말미암아 그 단련의 결과도 나타나는 점에 있어 등산의 스포츠적 성격이 나타난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이 수도의 한 과정같이 어떤 철학적 분위기로 우리의 심령을 정화해 주는 데 초 스포츠적 매력을 우리에게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가. 등산가의 한 가지 긍지는 굳이 다언을 피하는 기벽이 있으니, 이는 눈은 산봉과 하늘을 바라보고 오르되 이 순간 심령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안..

댓글 수필 읽기 2021. 8. 4.

04 2021년 08월

04

수필 읽기 정원 / 김상용

거리를 나서면 초라한 내 집에 비해 너무 거만한 고루대하가 내 시야를 어지럽힌다. 이런 때에 위압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그 과대광적 거구를 민소해, 내 청빈을 자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지막한, 얌전한 집의 향이 남이요, 거기 아담한 뜰이 곁들여 있으면 내 마음은 달라져 문득 선망을 금치 못하니, 정원에 대한 애욕은 도시 천생의 내 업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뜰과 인생'의 관계는 너무나 밀접하니 이를 사랑하고 갈구함은 인간 자연의 성정이 아닐까. 인생의 안식처를 가정이라 하여 집과 뜰을 연결해 놓은 데 이미 무슨 심비한 의미가 은장 된 듯도 하다. 뜰 없는 집은 사실 내외 불화 이상으로 살풍경일 수 있다. 널찍한 뜰, 거기 몇 주의 고목이 서고 천석의 유아가 있고 화초마다 곁들여 심어졌다면, 사람이..

댓글 수필 읽기 2021. 8. 4.

04 2021년 08월

04

시詩 느낌 김상용 시인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1934년 2월 《문학》제2호에 실렸다. 시(詩) / 김상용 골짜기를 혼자 거닐 때……. 별안간 무슨 소리고 내고 싶은 충동이 난다. 입술을 새 주둥아리처럼 한데 모아야겠다. 새 주둥아리로 압축되었던 '김'이 질주한다./ 그 소리가 (분명 소리리라) 건너편 절벽에서 반발한다. 곳곳에 작은 작열의 불꽃. 이때 나의 새 발견이 있다 하고 가슴이 외쳐준다. 경이다./ '시(詩)'란 작열이다. '저'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 해서 죄는 안 된다. '돌'이 ..

댓글 시詩 느낌 2021. 8. 4.

03 2021년 08월

03

수필 읽기 익숙한 외로움 / 차성기

오늘도 어느덧 어스름이 내리면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의 일상이리라. 이는 자못 상쾌한 공기를 들이쉬듯 자연스러운 일이나 한편 가족이 없는 이에겐 공허한 외로움으로 다가서는 건 아닐까. 수년 전 지방으로 출장 갔을 때다. 집 떠날 일이 거의 없는 내겐 오랜만의 출장에서 거래처와 밀고 당기느라 온종일 지친 때. 무거운 몸을 이끌며 들어서는 호텔 방 검은 내 그림자의 앞선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기다려주는 가족 없이는 설사 집이라 해도 평안을 얻을 수 있을까? 아니 평안은 얻을 수 있다 해도 몰려드는 외로움은 또 다른 시험일지 모른다. 이때 집에 혼자 남아있는 아내도 필경 같은 느낌일 것이다. 지나간 개발시대 휴일 없이 일하는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며칠씩 독수공방했던 신혼 때 아내도 ..

댓글 수필 읽기 2021. 8. 3.

03 2021년 08월

03

수필 읽기 촉촉한 선물 / 배재욱

만년필 펜촉 사이로 흘러나오는 잉크색이 짙푸르다. 검푸른 그 빛깔 속에 스며있는 이야기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어제인 양 생생히 떠오른다. 오래전 검사와 피의자로 만난 이가 전해준 만년필이다. 어느 날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검찰로 송치되어 내게 배당되었다. 도로 중앙에서 달려오는 버스를 피하여 돌아선 사람을 치어 중상을 입힌 사건이었다. 버스가 시야를 가려 사람을 보지 못하고 달리다 그만 사고를 낸 것이다. 조사를 끝낸 후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그 사람은 12살에 고아가 된 후 넝마주이, 구두닦이, 만년필 행상 등 닥치는 대로 해오다가 프로 권투선수로 데뷔했다. 테크닉을 높이 평가받아 한국페더급 랭킹에도 올랐다. 그런데 가난한 형편이라 제대로 먹을 수 없..

댓글 수필 읽기 2021. 8. 3.

03 2021년 08월

03

시詩 느낌 박두진 시인

어머님에의 헌시 / 박두진 오래 잊어버렸던 이의 이름처럼/ 나는 어머니 어머니라고 불러보네/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불러보면/ 나는 먼 어렸을 때의 어린 아이로 되 돌아가// 그리고 눈물이 흐르네/ 내가 이 세상에서 처음 입을 떨 때/부르던 첫 말/ 그 엄마 지금은 안계시고/ 이 만큼이나 나이가 들어서야/ 어머니 어머니라는 이름의 / 뜻의 깊이를 아네// 애뙤고 예쁘셨던/ 꽃답고아름다우셨을 때의/ 어머니보다는/ 내가 빨던 젖이/ 빈 자루처럼 찌부러지고/ 이마에는 주름살/ 머리터럭 눈같이 희던 때의/ 가난하고 슬프신/ 그 모습 더 깊이 가슴에 박혀/ 지금도 귀에 젖어/ 음성 쟁쟁하네/ 지금 이렇게 나 혼자 외로울 때/ 마음 이리 찢어지고/ 불에 타듯 지질릴 때/ 그 어머니 지금// 내 곁에 계시다면/ 얼마나 ..

댓글 시詩 느낌 2021. 8. 3.

02 2021년 08월

02

수필 읽기 습관일까, 착각일까? / 임영주

끝 간 데 없는 코로나 사태로 강화된 집합금지 명령이 가족 간의 돈독한 정을 갈라놓았다. 올해는 고향집에서 쓸쓸한 설 명절을 보냈다. 아무리 핵가족 시대라고 하지만 명절에는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이번 설에는 직계 가족도 5인 이상 만남을 자제하라는 권고로 시골마을은 적막강산이었다. 마을회관은 문이 닫혔고 양지바른 곳곳에는 노인들이 맥을 놓고 앉아 있다. 아랫마을에 사는 친구가 명절도 자났으니 식사나 하자면서 전화가 왔다. 공무원으로 퇴직하고 귀향하여 살면서 주변 일에 앞장서는 친구다. 나 역시 시골에서 허전하게 명절을 보내고 마음이 울적했는데 친구의 연락이 무척 반가웠다. 정해진 시간에 약속 장소에 갔더니 다른 친구 두 명이 함께 나와 있었다. 둘 다 도회지에서 생활하다가 은퇴하고 고향에 ..

댓글 수필 읽기 2021.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