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08. 9. 29. 14:16

버려진 인생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강애


 

 아침 신문을 보다가 지루해서 예쁘게 자라고 있을 배추밭에나 갈까하고 밖를 내다보니 비가 부슬 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 사다 놓은 콩나물국이나 끓여야지 하고 콩나물을 씻었다. 그런데 콩나물껍질들이 나를 버리려고 그러지 하는 듯 이리 숨고 저리 숨으며 숨바꼭질을 했다. 안 되었지만 너를 버려야겠다 생각하며 임무가 끝니면 모든 것은 다 버려지는 이치를 생각해 보았다.

 길가에 버려진 비닐 봉투, 쭈그러져  나뒹구는 페트병, 온갖 쓰레기들, 곱게 단장하고 우리들을 즐겁게 했던 낙엽들을 보니 가을의 서글픔이 내 마음을 더 허전하게 하고 있었다. 

 노인병원이나 양로원마다 넘쳐나는 노인들. 나도 언젠가는 가야할 곳이다. 버려지기 위해 모여진 곳, 엄연한 사실이기에 나 스스로 마음을 다진다. 9988까지는 아니더라도그저 건강하게 살다가 2,3일만 아프다 죽으면 좋겠다. 버려지려고 태어나고, 버려지려고 살고, 버려지려고 죽는 것이 인간이기에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산과 들에 무수히 열린 과일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동무삼아 산새 들새들의 노래소리에 맞추어 즐겁게 춤을 추었던 과일들의 화려한 시절은 가고, 높은 데서 내려다 보는 즐거움도 끝나고 머지않아 무지막지한 장대로 두들겨 맞고 떨어져야 할 밤과 은행, 대추, 호두들, 조심스럽게 대접을 받으며 따게되는 감과 사과, 배들도 결국은 다 버려져야 자기의 임무를 마치게 된다. 세상의 무엇이든 버려지지 않는 것은 없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버린 애국지사들과 군인, 소방관들의 훌륭한 희생, 부모님들의 자식사랑, 이 한 몸 바쳐 내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우리네 엄마 아빠들의 그 숭고한 버림, 그렇지만 도덕과 윤리도 모르며 살아가는 인간들을 보며 무엇을 위해 살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 왔다가 가는 인생, 빈 손을 쥐고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인생, 그것도 결국은 다 버림이 아닌가?

 최소한의 돌봄도 거부한 자녀들 앞에서 죽음을 택한 노인, 죽음을 원치 않으면서 '어서 죽어야지'가  입버릇이 된 노인, 버려지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미리 자살하는 노인들, 죽은 지 한 달이 되어서야 발견된 노인, 버려져야 할 인간이지만 비참하게 버려지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밖이  훤해진 것이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해가 떴나보다. 흙을 좋아하고, 밭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나는 하루라도 밭에 나가지 않으면 마음에 가시가 돋는다. 코스모스와 해바라를 심어놓은 배추밭에 가보고싶다. 얼마나 컸을까 어서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