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08. 9. 30. 05:18

반짝거리는 하버드대 초대총장 동상의 발등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공순혜

한가위 아침나절, 아들내외를 정신없이 챙겨 보내고 나니 거실은 텅 빈 가을들판처럼 썰렁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뒤의 패잔병처럼 멍하니 앉아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먼 곳에서 온 반가운 전화였다. 올해 9월 2학기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가주대학에 교환교수로 간 동생댁의 안부전화였다. 너무 반가웠다. 먼 외국에 아이 둘을 돌보며 등하교시키랴, 자기 일을 하랴, 얼마나 힘이 드는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었는데 밝고 씩씩한 동생댁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8월의 마지막 날, 잘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하고 떠난 게 엊그제 같은데 추석명절이라고 잊지 않고 전화를 해주니 고마웠다. 그리고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 둘을 수발하기가 쉽지 않은데 낯선 이국(異國)땅에서 자기 일까지 하면서 애들을 돌본다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동생댁은 아이 둘을 데리고 떠나면서 자기 일은 둘째고 첫째는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첫째,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의 영어를 확실히 익히기 위해서라고 했다.

장하고도 장한 우리 대한민국의 억척 엄마다. 자식교육이라면 죽을힘을 다해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게 우리나라 엄마들이다. 하루일과를 시간대별로 말하기에 어떻게 그렇게 다 할 수 있느냐고 하니 한국에서는 제 아빠랑 나눠 처리해서 제가 신경을 덜 쓴 것 같아 속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했다. 형님도 일하시면서 수현이 정환이를 반듯이 잘 키우시지 않았느냐며.

몇 년 전 미국 동부의 명문대 투어를 할 때의 일이다. M.I.T(Massachusette Institute of Technology)는 1865년 윌리암 리저드 초대 총장이 과학도 양성을 목적으로 보스턴 찰스 강 북쪽에 142에이커 규모로 케임브리지 캠퍼스에 창립한 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키웠는데 지금은 10여개의 공학관련 전공분야가 있다. 전기공학, 기계공학, 핵공학, 해양공학, 컴퓨터공학 등 캠퍼스 내에 40여개의 특수 연구소와 실험실을 갖추고 하버드대와 공동프로젝트로 인공지능 발전 연구소 생명공학센터, 암연구소 등이 있고 연방정부 지원으로 국방과 관련 최신 전자공학, 세계통신, 비행항로 조정연구 등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학을 간 학부생은 23명이고, 대학원생은 237명이 재학하고 있는데 같이 갔던 엄마의 아들이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반가운 모자상봉을 보는 우리도 뿌듯했다. 공대답게 별 꾸밈없이 캠퍼스며 강의실이 실용적이었다. 정문과 도서관만큼은 웅장하게 화강암 대리석으로 해놓아 그 위용을 자랑했다. 현지 가이드가 수완이 좋아 강의실까지 들어가 앉아볼 수도 있었다.

세계적인 아카데미의 산실 하버드대는 하버드 목사가 세운 37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학교인데 매사추세스주 보스턴을 감싸고 흐르는 찰스강의 북쪽 케임브리지에 M.I.T와 담을 맞대고 있었다. 이들 두 대학은 수많은 프로젝트와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4,938에이커의 캠퍼스에 10개 대학이 있고, 1,500만권의 장서를 갖춘 도서관이 자랑거리다. 경제, 사회, 정치, 영문학, 고전문학, 비교문학, 철학, 동양학 등 모든 인문사회의 중심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헨리키신저 국무장관, 시인 T.S 엘리엣, 백만장자 록펠러 등이 하버드대학교를 나온 대표적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학을 간 학부생은 29명이고 대학원생은 240명이라고 했다.

널따란 캠퍼스는 잔디가 심어져 있고, 숲이 우거진 아늑한 분위기여서 언제 어디서고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혹은 혼자 나무에 기대거나 잔디에 앉아 책을 읽고 있어서 세계의 석학들이 나올만한 분위기였다. 강의실도 붉은 벽돌로 낮게 지어 잔디에 앉아서 책을 읽다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고풍스럽고 자유스런 분위기가 세계의 영재들이 맘껏 학문을 배우고 가꿀 수 있는 곳 같아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부러웠다.

캠퍼스 중앙에 하버드대학교 초대 총장의 동상이 서있었다. 부모들이 그 총장 동상의 발등을 문지르면 자식들 3대가 하버드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영광을 가질 수 있단다. 관광객들마다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그 총장의 발등을 어찌나 문지르던지 반질반질 빛이 나고 있었다. 햇빛이 유독 좋은 날엔 더욱더 반질거린단다. 가이드는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더 많이 문지른다면서 자기 아버지도 너무 많이 문질러서 자기는 가이드밖에 되지 못한 것 같으니 어머니들은 적당히 문지르라고 하여 한바탕 웃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열심히 문질렀다. 우리 집 1대는 남동생이 일단 교환교수로 다녀왔으니 이제 우리 아이들 차례인 것 같아 나도 있는 힘을 다해 문질렀다. 우리 동생댁인 지효엄마도 이런 사실을 안다면 천릿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봄 햇살을 한 아름 안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올 일을 생각하니 기뻤다. 못 말리는 게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열이다. 이 힘이 국력이고 미래 우리나라의 희망이 아닐까.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내는 인동초(忍冬草)같은 우리나라 엄마들이 장하다. 대한민국 엄마들, 파이팅이다.

미국 동북부의 브라운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예일대학교, 코넬대학교, 다트머스대학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등이 아이비리그(IVY League) 대학들이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여 고풍스럽고, 리그제로 미식축구경기를 하는 대학들이라고 한다.

(2008.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