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09. 1. 27. 10:27

우울하고 바빴던 무자년
                             -2008년 우리 집 10대 뉴스-
                          행촌수필문학회 이윤상 (제164호 )

 

 장밋빛 747공약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화려한 청사진으로 무자년 출발은 온 국민을 희망에 부풀게 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뒤, 수도 서울의 역사적 상징인 국보1호 숭례문이 70대 노인의 방화로 불타 잿더미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 참화는 불길한 징조의 시작이었다.

 4월 29일 밤 MBC에서 방송된 PD수첩의 충격은 온 국민을 광우병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 때문에 5월 2일 서울 광화문에서 제1차 촛불집회가 열렸고,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결사반대하는 집회는 꼬리를 물고 7월말까지 이어졌다. 온 나라가 촛불시위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8월 12일 MBC의 사과방송으로 마침내 촛불은 꺼졌다. 촛불이 꺼져서 혼란이 가라앉는가 싶었다. 그러나 가을로 접어들면서 천만 뜻밖에도 미국 발 금융한파가 몰려왔다. 대기업, 공기업,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의 감원열풍으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자영업자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 미증유의 금융대란이 몰아닥쳤다.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메아리치는 무자년의 세모를 보내게 되었다.
 국가적으로는 광우병 파동, 금융위기, MB악법반대라는 격동의 한 해였고, 가정적으로는 가족들의 병원입원과 간병, 손주들의 등하교 수송 등으로 바쁜 한 해를 보내게 되었다. 모든 액운과 불행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가족사를 정리해 본다는 의미로 2008년 우리 집의 10대 뉴스를 정리해 보았다.

1. 형님 호흡 곤란으로 입원

 형님은 8순이 되셨지만, 자부할 만큼 건강한 분이셨다. 삭은니 하나 없이 치아가 좋고, 술을 매일 드셔도 끄떡없이 건강하시던 형님이 갑자기 호흡곤란증세로 2월 20일 전북대학교병원에 입원하셨다. 효자동 송내과 소견서를 받아가지고 응급실에 모시고 가니, 곧바로 산소호흡기를 꽂았다. 특수촬영을 비롯해서 각종 검사를 하는데 3일이나 걸렸다. 심혈관협착증으로 1차 진단이 나온 뒤에야 병실을 배치하는 대학병원 진단과정이 그토록 복잡한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3주일간 진료를 받으면서 무려 5번이나 위험시술에 대한 보호자로서 내가 동의서를 해 주었다. 병원으로서는 의료사고에 대비해서 보호자 동의서를 요구하지만, 보호자로서는 사망해도 좋으니 시술을 하라는 동의서를 해줄 때마다 그렇게 기분이 상하고 가슴이 울렁거릴 수가 없었다. 고도의 방사선 핵 촬영도 하고, CT촬영도 몇 번, 심장 협착증검사 등 정밀검사를 다 받았다. 그러나 다행이도 심장관상동맥에 관을 삽입할 정도는 아니고, 약물 치료로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와, 3주 만에 퇴원하셨다. 그 뒤 한 달 간격으로 검진을 받고, 약을 받아 잡수시다 이젠 완쾌하시니 참으로 행복하다. 건강은 아무도 장담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2. 형수님 빈혈 증세로 입원 

 금년 74세인 형수님은 18세에 시집오셔서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우신 분이다. 체구는 작아도 건강은 타고난 분이셨다. 작년 추석 무렵에 교통사고로 약 2개월 입원하신 것 외에는 병원 신세를 한 번도 지지 않고 살아 오셨다. 그런데 음력 섣달 그믐날 설음식을 장만하시다가 갑자기 졸도를 하셨다. 동네내과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설은 간신히 잘 쇠었다. 그러나 그 뒤로 어지럼 증세가 심해서 2월 16일 MRI촬영까지 해보니 결과는 뇌혈관에는 이상이 없지만, 혈소치가 6으로 떨어져서 위험하다는 결과였다. 조혈제 철분약을 몇 달 복용했지만 6월에는 졸도직전에 송내과 소견서를 갖고 대학 병원에 입원하셨다. 우선 수혈을 하고 나니 증상이 좋아졌다. 그 뒤에도 내장출혈 의심이 들어서 위혈관, 장혈관, 골수까지 내출혈검사를 다 받는 고통을 겪었다. 다행이 내출혈도 안 되고, 뇌혈관 막힘도 없으며, 빈혈을 보충하려고 두 번 수혈을 하고, 철분제 약을 복용하여 가을에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셨다. 자녀들은 직장에 매어 있으니 내가 형님과 형수님의 병원 수송과 수발을 하는데 전적으로 보호자 노릇을 하노라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보람은 컸다.

3. 꿈동이 둘째손자 초등학교 입학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던 둘째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생일이 3월 1일이라 금년에 온전히 만 6세가 되어서 입학하는 것이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녀석은 우리 집에 와서 만 3년간 함께 살았던 유별난 귀염동이다. 막 태어났을 때는 신생아 인큐배터에서 1주일간 키웠고, 한살 때 10월에는 심장수술까지 받았다. 그 뒤로 제 형을 따라서 다른 아이들보다 1년 먼저 유치원에 들어가서 3년 반이나 다니면서 아주 건강하고 활발하게 잘 적응해서 귀염을 독차지하였다.

 3월 한 달은 1학년 수업이 일찍 끝난다. 11시 30분이면 내가 학교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오후에 제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는 보호를 해야 한다. 한 달 간은 꼼 짝 없이 손자를 하교시키고 오후에 돌보는데 시간을 바치다 보니 쫓기는 3월이었다. 1학년에 입학해서 담임선생님 심부름은 도맡아서 하고, 저희 반 친구가 아프면 양호실로 안내하는 도우미역할까지 한다니, 1학년에서 비교적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4. 큰손자 OO 4학년 회장 당선RHK 국가공인자격증 4개 취득

 큰손자 OO는 4학년이 되었다. 3월 어느 날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더니 저희 반에서 1학기 회장에 당선되었다고 자랑했다. 그 녀석은 유아기에는 참으로 기특할 정도로 우수아였다.
 유치원부터 예능발표회 때마다 대표 인사, 합창지휘 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컴퓨터 파워포인트 3급 자격증을 따오고, 한자 6급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4학년 때는 워드 3급, 워드 2급, 컴퓨터 활용능력 3급, 한국사 초급 공인자격증 등 4개의 국가 공인자격증을 따온 것을 보니 자만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다.

5. 우아문화의 집에서 문자해득 강사로 자원봉사

 우아문화의 집은 전주시내 5개 문화의 집 가운데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된다. 20여 개의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운영한다. 내 친구 L교장이 퇴임하고서 3년간 봉사하다가 형편상 쉬게 되어서 나에게 맡아 달라는 연락이 왔다. 3월부터 만 8개월간 매주 월,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씩 문해(文解)지도를 하다 보니, 까막눈을 뜨게 해 주는 보람을 느꼈다. 7월 하순에는 4행시 짓기 대회도 나가서 수강생들이 발표회를 갖고, 내가 전주시장 표창도 받으니 감개가 무량했다. 퇴직자로서 작은 봉사라도 한다는 것이 큰 보람이었다.

6. 건강검진 받고 위장약 두 달 복용

 금년은 공무원연금수령자 짝수 나이 해당자들의 정기검진의 해다. 4월초에 J내과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며 위장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위에 염증이 있고, 핼리코박터 균이 있다며 약을 한 달분 처방해 주었다. 한 달 복용 후에 다시 가 보니, 핼리코박터 균은 없어졌으나. 염증이 있으니, 한 달 더 복약하라고 했다. 약을 먹는 것은 간단하나, 매일 즐겨 마시는 맥주도 마시지 말라고 하니 그게 고민이었다. 아무튼 나는 아무런 증상을 체감하지 못하지만, 의사가 약을 먹으라니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 상식이다. 술을 절제하느라고 좀 불편했지만 위장이 완쾌 되었다니 다행이다.

7. 형님과 형수님을 모시고 벚꽃 축제를 돌아보다

 3월 초순까지 대학병원에 입원하셨던 형님의 보행이 자유로우시니 4월에는 전주 효자 공원 벚꽃을 시작으로, 금산사 벚꽃, 전주 동물원 벚꽃, 송광사 벚꽃, 정읍 내장산, 마이산 등 벚꽃축제 현장을 두루두루 돌아보았다. 해마다 우리 형제가 찾아가는 벚꽃축제지만 금년은 형님내외분이 위중한 병세로 대학병원 신세까지 진후에 완쾌하셔서 함께 돌아보는 기분은 다른 때와는 유별했다. 금년에 형님이 팔순을 맞이하셨으니 앞으로 생존 하시는 날까지 도내의 벚꽃축제를 돌아보도록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8. 대 문중 시제(時祭)에 다녀오다

 5월 5일은 우리 가문의 대문중 시제를 모시는 날이다. 형님은 우리 종파 전주시 종친회 회장도 하시고, 서울 종묘대제부터 각종 문중 행사에 빠짐없이 수십 년 간 참석해 오셨다. 그러나 앞으로 형님이 별세하시면 대를 이어서 문중행사에 갈 사람은 나밖에 없다. 퇴직 후 나는 형님을 따라서 시제에 참석하기로 했다. 전남 담양군 월산면 홍합리 능동에는 여양군, 정경부인, 월평군, 월성군 묘소에 자손들이 400여 명이나 모여서 매년 5월 5일에 대제를 모신다. 그 동네가 능동이라 해서 연유를 물으니, 조선왕조 2대 정종대왕비 경주김씨가 그 마을 출신이라서 능동이라 했다는 유래도 알았고, 우리가 시제를 모신 정경부인 할머니도 정종대왕비의 동생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형님이 퇴원하신 뒤 건강한 모습으로 시제에 함께 참석하시니 다른 해보다 더 기쁨이 배가 되었다.

9. 친구들과 부부동반 일본 대마도여행

 1월 15일에서 2박 3일 간 친구 부부 24명이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대마도여행을 즐겁게 다녀왔다. 나는 여러 번 일본 여행을 했지만 배편으로 대마도여행은 처음인데다, 평생동지로 사는 부부가 동행하니, 다른 여행 때보다 재미가 쏠쏠했다. 대마도에서 일본 본토보다 부산까지의 거리가 더 가까운 49Km 지점에 있다는 것도 알았고, 백제시대부터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이주해 가서 산 곳으로 조상들의 역사 유적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했다. 특히 조선시대 세종 조에는 우리가 대마도를 지배했고, 조선통신사 유적이 곳곳에 즐비한 것을 보고 놀랐다.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우기기보다는 대마도를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게 더 타당성이 있다고 역사 교과서를 바꾸어야 될 것 같았다.

10. 휴양지에서 3회 1박 2일씩 가족 휴양

 내가 퇴직한 뒤 딸이 주선해서 제주도, 경주, 천안 리조트에서 여름과 가을에 한 번씩 가족휴가를 보내기는 했다. 금년에는 5월에 도고온천 리조트와 아산(온양) 스파월드에 가서 손주와 외손주 4명이 신 바람나게 물놀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휴가를 즐겼다. 10월에는 대명 리조트를 찾아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파월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11월에는 무창포 해변의 리조트를 찾았다. 나는 다른 행사와 겹쳐서 못가고, 손주들이 저의 부모를 따라 가서 3번째로 신나게 놀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족휴가는 연중 4회는 꼭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즈음은 적어도 6개월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서 휴양지에 못 간다는 실정을 알게 되었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본어 학습, 두 번째 수필집 발간, 탁구와 당구 수련, 서예연수 등을 실행하지 못하고 한 해를 쫓기듯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새해는 12지지 동물중 군자라는 소의 해를 맞이해서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예리한 눈으로 보고, 소처럼 걷는 자세)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해 본다.

 (09.1. 24. 섣달 그믐날 기축년 음력 설을 맞이하며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