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09. 1. 27. 16:48

뿌리 깊은 나무
                        -'손광성의 수필쓰기'를 읽고-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수요반 김상권

 


 김학 교수님이 <손광성의 수필쓰기(을유문화사)>를 소개하면서 꼭 읽어 보라고 했다. 권하는 책이니 필시 좋은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 책을 김길남 선배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책표지부터가 인상적이었다. 표지가 작은 글씨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책표지에 쓰인 글은 바로 머리말이었다. 나는 머리말에 호기심이 갔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실전에 관심이 있는 분은 우선 제3장 수필쓰기실전부터 읽어도 무방하다고 했다. 나는 3장부터 읽었다. 다 읽는데 15일이 걸렸다. 시력이 좋지 않은 점도 있지만 끈기가 없는 탓도 있고 마음에 드는 부분은 메모까지 하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읽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고 후련했다.

 제3장인 수필쓰기실전의 중심내용은 이렇다.

 첫째, 주제 선정이다. 주제는 그 글의 중심사상이므로, 그 글에 동원된 모든 소재를 유기적으로 통합시키는 구실을 한다. 만약 소재나 제재가 주제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글은 통일성을 잃는다. 주제를 정할 때 그 범위는 되도록 한정시키는 것이 좋다. 의미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다. 또 주제는 단일해야 한다. 한 편의 수필에 두 개 이상의 주제가 들어 있을 경우, 독자는 필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둘째, 소재와 제재선정이다. 수필은 제재 중심의 문학이라고도 한다. 제재가 정해지면 7할은 완성된 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재는 여러 소재 가운데서 주제를 살리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소재이다. 수필의 소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러나 주제를 살리는데 기여하는 소재만 남기고 그렇지 않은 소재는 제외시키는 과단성이 필요하다. 소재를 선정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주제를 살리는데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이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참신하여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제목 달기다. 대개 제재가 정해진 다음에 글을 쓰게 되는데, 이때 제재가 바로 제목이 되는 수가 많다. 또는 제재에 수식어를 붙여서 사용하기도 하고, 작품의 주제문을 요약해서 제목으로 삼기도 한다. 제목은 그 글 속에 있다. 상식을 깨라.

 일단 제재가 정해지면 다음 단계는 주제를 핵(核)으로 해서 여러 각도에서 떠오르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으는 발상단계에 이른다. 다음 그 많은 아이디어를 통일성과 일관성을 갖춘 작품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다시 취사선택하는 조정단계를 거친다. 이어서 살아남은 몇 개의 아이디어를 재배열하는 구성단계를 거치면 뼈대가 완성되는 셈이다. 이 뼈대에 살을 붙이고 피를 통하게 하는 집필단계와 재조정을 하는 퇴고(推敲)단계를 거쳐 비로소 한 편의 수필이 완성된다.

 이걸 바탕으로 한 편의 수필을 써 가는 과정을 실전1,2,3을 통해 체험하게 했다. 가령'수박'이라는 제재가 정해졌다고 가정하고 그것으로 발상-조정-구성-집필을 거쳐 한 편의 수필을 완성시켜 가는 과정을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그림으로 나타내어 설명했다. 그리고 집필과정도 서두, 본문, 결미를 분석해서 설명했다. 퇴고과정은 저자의 「달팽이」란 작품을 예문으로 제시하여 퇴고 전과 퇴고 뒤의 내용을 비교 검토해 보도록 했다. 나는 실전 과정의 설명이 참 참신한 발상이었다고 여겼다. 이렇게 실전을 하다보면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음으로 제1장을 읽었다. 제1장에는 수필의 특성과 정의와 수필의 요소 그리고 수필의 종류에 대해 기술했다. 이 장(章)에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문체였다. 문체는 곧 작가의 개성과 밀접하게 관계된다는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 생각을 표현하고자 할 때 어떤 어조, 어떤 단어, 그리고 어떤 문장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면 좋은 수필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제2장은 수필쓰기전략이다. 수필쓰기 이론의 핵심 부분이었다. 이 장에서 열거부분은 나에겐 처음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열거를 할 때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약한 것, 가벼운 것을 먼저 놓고 중요한 것을 다음에 놓는다.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는 사항들을 열거할 경우에는 유사한 것끼리 묶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자격의 말일 때에는 음절수가 적은 것에서 많은 것으로 배열해야 한다. 계절과 관계있는 사물은 계절의 순서에 따를 것이며, 꽃일 경우 같은 계절가운데서도 먼저 피는 것과 나중에 피는 것으로 나누어서 열거해야 한다. 또 비슷한 시기에 피는 꽃이라면 음절수가 적은 것부터 쓰는 것이 좋다. 나는 2장을 읽고서야 열거의 법칙을 알았다.

 이 책은 무려 127개 정도의 예문을 제시하여 설명함으로써 나와 같은 초보자는 물론 수필에 관심 있는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인 책이라 여겼다. 틈을 내어 다시 읽어야겠다.
 
 나무는 뿌리가 튼튼해야 태풍이 불어도 뽑히지 않듯이 수필도 이론의 튼튼한 뒷받침이 있어야 아름다운 수필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그 이론을 뒷받침으로 하여 구양수의 삼다설(三多說)인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 보는 것'이야말로 좋은 수필을 쓰는 지름길이려니 싶다.

                               (2009.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