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09. 1. 28. 15:51

내 인생의 새해, 그리고 나의 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오명순

 

 

날마다 새로운 해는 떠오른다. 어제와 오늘의 해가 똑같고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는 것은 같지만 해가 바뀌며 떠오르는 해는 새해라 한다. 왜 굳이 그 해만 새해라고 하는 것일까.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참 잘 살았노라고 말하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좀 더 잘 해 볼 걸 하고 후회하는 일도 있지만 잘 살았다고는 못해도 참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내 인생의 전환점인 나의 새해는 여러 번 있었지만 3년 전, 2006년 1월 8일 그날이 나의 진정한 새해였다고 기억한다. 머리카락에 남은 진액까지 다 태운 듯 보낸 5년간의 병원에서 보낸 시간들이 끝나는 날이었다.

딸의 병상에서 모든 죄는 나에게로 돌리고 딸을 살려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었다. 한 해 두해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면서 희망에서 절망으로 또다시 희망으로 이렇게 나의 기도는 되풀이되고 있었다. 딸을 보내지 않고 붙잡고 있는 것이 잘 하는 걸까 하고 깨닫는 순간, 기도를 바꾸었다.

진희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내가 우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30일 작정기도를 시작했다. 데려가시든지 병을 고쳐주시든지 뜻에 따르겠다고 기도했다. 금식, 하루 세 번 예배드리기.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귀에다 찬송가를 불러 주며 기도했다.

30일째 되는 날 새벽4시, 맑고 깨끗한 23살 진희는 주님 곁으로 떠났다. 성경에서 다윗왕은 아들이 아플 때 살려달라고 금식하며 기도했지만 아들이 죽은 뒤 곧 슬픔을 거두고 금식을 끝냈다고 했는데 나도 슬픔의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눈물을 멈추었다. 고통이 없는 자유인이 되어 주님 품에 안겼으니까.

딸의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지운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 하나씩 묻으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정리했다. 내가 웃으면 내 안에 있는 진희도 웃으리라 생각하며 더 많이 웃고 살리라 다짐했다. 진희가 하고 싶어 했던 일과 다 하지 못한 공부도 내가 하고, 진희가 봉사하며 살려고 했던 삶도 내가 살리라 다짐하며 슬픔을 잊었다.

우리 모녀는 생각과 꿈이 비슷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씩 찾아 나섰다.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니 참 넓고 신기하고 감사할 일들이 많았다. 주위 환경에 눌리고 다람쥐마냥 갇혀 살던 그 체 바퀴를 벗어난 것이다. 하나씩 도전하며 얻는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사람은 잠재능력이 무한하다고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잠재능력이 내 안에 얼마나 있는지 자꾸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어떤 일을 도전하여 성취했을 때 느끼는 긴장감과 스릴은 나에게 더욱 더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 주고, 소심하던 성격이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나는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 거친 풍랑에도 난파되지 않았고, 사막을 지나가며 쓰러지지 않았으며, 절벽 끝에서도 잘 버텨 주었던 나를 사랑한다. 스무 살의 나보다 서른 살의 나보다 쉰 살의 내가 더 대견스럽고 기특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두렵지 않고 자랑스러운 것은 항상 지난 한 해를 열심히 살아왔을 뿐이고 또 새해를 열심히 살아 갈 희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또 다른 도전을 꿈꾼다. 새해 달력에 지인들의 기념일과 행사를 기입하고 새 다이어리에는 새해의 계획과 꿈을 적었다. 나의 기도제목, 내가 기도해 주어야 할 사람들, 꿈의 완성을 위해 단계별로 순서를 정해 본다. 새해 ‘나의 꿈 나의 도전’은 또다시 시작되었다.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칭찬해 주고 나에게 보내는 기대를 오해하고 날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환경과 여건이 그리 좋아지지 않았고 건강도 물론 완전치 못하면서 무엇을 믿고 이러는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도 내 자신이 놀랍다.

입을 크게 벌리고 팔을 넓게 펴며 꿈을 크게 가지면 더 많은 것을 주실 것이라고 한 약속의 말씀을 믿고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고인 물이 되기 싫다. 고인 물은 서서히 죽어갈 것이고 비가 와서 넘치거나 누군가가 물길을 터 주어야 회생가능성이 보인다. 스스로 준비되어 있는 자에게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온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열정을 꺼내어 하나씩 불을 밝히고 그 촛불들을 하나로 모으면 더 큰 불을 밝히리라 믿는다. 나의 발칙하고 무모한 도전은 반드시 좋은 열매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나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오늘 떠오른 해가 새해이고 내일도 모레도 엄마에게 모두가 새해이기를, 진희야 너도 하늘에서 기도해 주렴. 나의 꿈이 너의 꿈이기도 하니까.

(2009. 1. 8. 진희 추도 3주기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