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09. 1. 28. 17:43

뮤지컬 Cats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의

 

 

 

 12월도 다 저물어 가는 토요일 오후, 막내며느리와 잠실 샤롯데에서 뮤지컬 cats를 감상했다.TV나 영화 속에서 잠시 스쳐가는 장면만 보았지 처음으로 현대 뮤지컬을 대표하는 cats를 감상한 것이다.

 세계적인 대문호 T.S. 엘리어트의 시‘웃기는 고양이 아저씨의 행장기’를 엔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작품이다. 1972년 작곡가 웨버는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서성거리다 우연히 가판대에서 시집 한 권을 샀다. 이 시집은 1939년에 발간된 “지혜로운 고양이의 지침서”다. 비행기 안에서 읽으며 주옥같이 아름다운 엘리엇의 시에 그는 매혹되었다. 그로부터 9년 뒤 런던의 극장에서 개막된 cats는 대 히트를 하며 현대 뮤지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어두운 무대에 은은한 달빛이 비추자 무대와 객석 사이에서 고양이들이 꼬리를 세우고 달려 나온다. 낯선 표정으로 관객을 살피며 1년에 단 한 번뿐인 그들만의 젤리클축제를 연다. 때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노래하고 춤추며 멋있는 제 털을 뽐내기도 하며 사랑스럽게 관객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 현란한 몸동작에 시선을 빼앗길 때쯤 우리는 이미 젤리클축제에 초대를 받았다.

 고양이들은 1년에 한 번 도시의 구석 쓰레기장에 모여‘제리클켓’을 뽑는 무도회를 연다. 제리클켓은 인간에게 사육되지 않은 고양이로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강인한 행동력을 가진 고양이에게 부여된다. ‘고양이 선언’이라고 불려지는 ‘제리클 송’을 시작으로 새벽까지 춤과 노래가 계속되는 가운데 고양이들 중 가장 순수한 ‘제리클켓’을 뽑게 된다. 깡패, 마술사, 가수, 망나니, 도둑고양이 커플 중 가장 이색적인 것은 매춘부 ‘그리자벨라’다. 거지 모습에 초라한 매춘 고양이 그리자벨라는 그 유명한 노래 ‘메모리’를 부르며 1막이 끝난다.

 2막은 노인 고양이의 행복한 모습으로 시작하여 고양이가 해적고양이로 가장하고 샴 고양이 군단을 받아들여 화려하고 멋진 싸움을 벌이며, 쓸모없는 물건으로 기차를 만들어 내는 마술사 고양이의 기술도 보여준다. 여러 고양이들이 서로 자신이 제리클 고양이로 뽑히기 위해 서로를 뽐내고 있는 동안 다시 그리자벨라가 등장하여 'Memory'를 열창한다.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젊었을 때의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기억을 되새기며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노래를 부르자 다른 고양이들도 숙연해지고 그리자벨라는 새로 태어날 고양이로 뽑힌다.

 늙은 지도자 듀터라노미의 손으로 한 마리의 '제리클캣'으로 뽑힌 그리자벨라는 축복의 대합창이 울리는 가운데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며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특히 창녀 고양이가 타이어로 만든 무대를 타고 달빛 가득한 하늘로 오르는 장면은 뮤지컬의 맛을 한층 높여주는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작품은 인생의 덧없음과 새로운 희망을 고양이라는 동물을 의인화하여 인간들의 삶을 그려낸 뮤지컬로 시종일관 관객들을 사로잡는 음악과 춤 그리고 코믹한 상황들이 일품이다. 그 중에도 고고한 달빛아래 창녀고양이가 자신의 추억을 들려주는 주옥같은 '메모리'는 관객의 영혼을 흔들며 아득한 아픈 과거에서 미래를 꿈꾸는 노래로서 압권이다.

 12월 초 전화로 뮤지컬을 보자고 했을 때 그냥 너희들이나 보라고 하니까 ‘어머니와 함께요'라고 어리광을 부리며 떼를 쓰듯 한 말투가 꼭 막내딸을 얻은 것 같았다. 막상 와서 보고 있자니 막내아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음치가 아닌 막내가 보고 아이들은 내가 돌봤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들은 시어머니보다는 친정 엄마를 더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정엄마는 뒤로 미루고 시어미를 챙기는 막내며느리의 따듯한 마음을 접하며 부끄럽기도 했다.

 내가 시어머니가 되어 내 시어머니 생존 시에 기쁘게 해드린 일이 무얼까 아무리 찾아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말년에 무슨 생각에선지 우리 집으로 오셨을 때는 정신마저 오락가락하셨다. 한 6개월 계시다 고향 큰아들 집으로 설 쇠러 가셨다가 넘어져 그대로 돌아가셨을 때는 허망한 마음을 다잡기 힘들었다. 효도를 하려고 해도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더니 짧은 기간을 함께한 시간들이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셨다.

 주어진 인생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되돌아보면 허점투성이고 실수로 점철된 후회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면 해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희망이란 놈도 누군가가 찾아주기를 고대하고 있으리라. 틈새를 비집고 얼굴을 환하게 드러내는 태양처럼, 창녀고양이 그리자벨라의 아름다운 노래는 인간의 심금을 흔들어 실의에 빠진 사람이 다시 용기를 내어 일어나고 희망의 빛을 찾아 나서게 하리라.

                             (2008. 12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