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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2012. 4. 8. 09:11

안철수의 유토피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른바 '강연 정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정치 관련 질문을 마다 않고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마지못해 한마디씩 내놓던 예전 모습과 딴판이다. 하기야 4·1 총선을 1주일여 앞둔 시점인 3일과 4일에 통합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텃밭인 광주와 대구를 찾았다는 것부터 의미심장했다. 존재감 과시를 위한 '안철수 캠프'의 본격 가동인 듯하다.

 안철수가 학생들에게 당부한 건 투표 참여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가이드라인'이라고 내놨다. 진영 논리나 정파적 이익보다는 국익, 과거보다는 미래, 증오·대립·분노보다는 온건하고 따뜻한 사람, 정당·정파보다 개인을 보라는 것이다. 지역구도 타파도 거론했다. 공자님 말씀 같지만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다.

 지난달말 서울대 강연에서도 하고싶은 말을 했다. 자신의 정치 참여를 통한 "사회의 긍정적 발전"론이다. "내가 정치 안한다고
선언하면 양당의 정치하는 분들이 긴장을 풀고 옛날로 돌아갈 것이고, 반대로 참여하겠다고 하면 내가 공격대상이 되지 긍정적
발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파워에 목마른 여야 정치권은 아쉽겠지만 듣는 젊은이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강연 발언을 통해 드러난 안철수가 꿈꾸는 '상식의 정치'는 그의 성향에 딱 맞는 이상주의적 모습이지만 구체성이 없다. 선거
참여로 정치를 바꾸자는 대목이야 누구나 동의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의 머릿 속에 콘텐츠가 형성돼가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정치판의 소용돌이와 국론 분열을 감안하면 진작에 뭔가 내놨어야 한다. 원로 정치인이나 내놓을 법한 고담준론으론 아마추어리즘이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현안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선거판을 달구는 불법 사찰에 대해선 "자신의 철학과 방향부터
제시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비켜가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의견도 없다. 함량 미달 총선후보의 막말 논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서도 정치 참여는 보다 분명히 했다. 대선 출마에 대해 "선택하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 한 발언은 마치 어느 위인전을 읽는 듯하다. 그의 선택지는 여야 중 한 곳의 선택을 받든가 제3의 길을 걷든가일 것이다. 어떤 길을 택하건 자유지만
궁금한 건 정치 스케줄이 아니라 안철수식 정치개혁과 그가 꿈꾸는 사회의 참모습이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 그의 발언을 통해 굳이 추측해 보자면 지역·세대 갈등 없고 따뜻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공동체사회 정도일 것이다. 과연 그런 사회, 그런 나라가 가능할까. 안철수는 어떤 처방전을 내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