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루미 2012. 11. 21. 15:27

외로운 식권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윤동현

이젠 날씨가 완전히 겨울 문턱을 넘어선 듯하다.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리가 오기도 하고 눈이 온 곳도 있다. 을씨년스런 날씨 때문일까! 기대했던 실망감 때문일까! 모두가 환희에 찬 얼굴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인데 내 가슴은 텅 빈 듯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이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날이어야 한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등단을 하여 수필가가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17일 오후 3시 서울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대한문학제> 제10회 신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오는 길이다. 축하꽃다발까지 주면서 가족, 친지, 친구 또는 같이 수학 하는 문인들까지 모두가 축하해 주고 기뻐하며 축배까지 나누고 들뜬 기분으로 흥에 겨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재미있게 모두 기쁨에 도취된 것 같다.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려고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나의 가슴 한쪽은 돌덩이 하나를 얹어 놓은 듯 무겁고 착잡하기만 했다. 그래도 겉으로는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셔 보지만 그 답답하고 쓸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내일은 우리 문중 시제가 있는 날이다. 해마다 고정적으로 음력 10월 첫째 일요일을 정해놓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중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날이라 죽고 사는 일 아니면 꼭 참석해야 한다. 내가 제주가 되어 연락도 하고 준비도 하기 때문에 특히 내가 빠지거나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양쪽에 떡을 쥐고 어떤 것부터 먹어야 하는 식이 되어 버렸다.

날짜는 다르지만 거리가 있어 시간적으로도 맞지 않고, 내 몸이 따라 주지 않아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일생 딱 한 번 있는 소중한 날이고 뜻 깊은 날이지만, 막내 동생이 암 수술을 하고 5년째가 되는 해이기도 하여 마침 서울에 있기 때문에 내 행사에도 오면 졸겠고 더불어 같이 내려오면 더더욱 좋을 것 같아서 좀 고되고 어렵지만 큰마음을 먹고 행사에 가기로 하고 전날 밤 애사 회장님께 연락하고 동생에게도 그저 서울 행사에 가는데 거기서 만나 같이 내려오자고 하고 갔던 것이다. 시간은 오후 3시니까 2시 반까지 오라고 했다. 오랜만에 서울에 가니 얼굴이라도 보려고 올 줄 알고 전화도 하고 또 오기도 했다. 그래서 식권도 한 장을 더 구해놓고 아무도 없는 외로움은 면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와서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도 상상해보며 그리운 동생을 마냥 기다렸다. 2시 반이 조금 지났는데 전화가 왔다. 일이 바빠서 조금 늦겠다고, 할 수 없지 늦게라도 꼭 오라하고 조바심을 억누르고 기다렸는데 시상식이 끝나도 오지 않았다.

시상식은 신인상, 작가상, 대한문학 대상, 연암문학상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신인상을 빼고는 정말 부럽고 나는 도저히 상상도 못하겠구나 생각하는 동안 어느덧 시상식이 끝났다. 전화를 했더니 꼭 갈려고 했는데 워낙 바쁜 일이 생겨서 대단이 죄송스럽지만 못가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만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식당으로 가서 축하주라고 회장님부터 모든 분들이 주는 술을 사양도 하지 않고 마셨다. 나오면서 식권을 한 장 내주고 한 장 남은 것을 만지작거려 보았다. 너는 주인이 없어서 캄캄한 호주머니 속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구나,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식당을 나왔다.

‘식권아, 너도 주인을 잘 못 만나 외롭고 쓸쓸한 신세는 나와 꼭 같구나!’

(2012.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