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루미 2013. 1. 21. 05:55

행복이란 무엇인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박일천

새해 첫날 KBS에서 '행복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온종일 생방송을 했다. 정초부터 국민을 대상으로 장시간 방송을 하는 걸 보니 지금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가 행복인가보다 생각되었다. 어릴 적에는 집과 먹을 것만 있으면 만족했는데 요즘엔 행복해지는데 조건이 많았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사전에서는 행복이란 ‘흐뭇하도록 만족하여 부족함이나 불만이 없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 만족하면 그게 행복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을까? 그것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해마다 나오는 대한민국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거의 하위수준이다. 그러면 우리의 경제수준이 낮아서 행복하지 않을까?

2012년 우리나라는 20-50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국민 개인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인 동시에 인구가 5천만 명이 넘는 국가들만 들어갈 수 있다. 1987년에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당당히 이 클럽에 진입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무역규모도 세계 8위를 기록했다. 드디어 개발 국가에서 선진국 문턱으로 올라섰다. 이렇게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이면에는 국민 모두의 피땀 어린 근면과 성실한 노력의 결과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가 놀라는 기적을 이룬 나라다. 그러면 국민의 행복지수도 따라서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는 1964년도 국민소득이 120달러였는데 지금은 2만 달러가 넘었다. 수치상으로 본다면 반세기 만에 거의 이백 배만큼 잘살게 되었다. 그렇다면 옛날보다 지금 사람들은 더 행복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전보다 훨씬 잘사는데도 행복한 사람이 많지 않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행복은 경제 순이 아닌가 보다. 생존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행복은 전혀 다른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실제로 세계에서 국민의 97%가 행복한 나라는 국민소득 이천 달러 정도인 부탄왕국이다. 히말라야 산맥지대에 있는 부탄은 자연에 순응하며 현실에 만족하고 산다고 한다. 국왕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국민은 전통문화를 지키며 자신보다는 주위의 행복을 생각하며 행동한다고 한다. 국왕은 땅이 없는 농부들에게는 자신의 토지를 무상으로 나누어 주기도 하고, 정부는 교육과 병원진료는 무료로 해준다고 한다. 국가가 국민의 불안요소를 찾아 해결해주고 사람들은 정부를 믿고 따르니 마음이 편안하여 부탄 사람들은 행복한가 보다.

우리는 좋은 집에, 최고 학벌, 좋은 직업 등 가지고 싶은 것도 많다. 부탄보다 열 배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면서도 끝없는 욕심 때문에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행복요소가 빈부격차, 고용 율, 국민소득, 자살률 순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요구조건을 볼 때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이다.

부의 편중 현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도 없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청년들. 질병과 빈곤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노인의 수가 하루 42명으로 자살률 세계 1위. 더 많은 소득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삶은 행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오히려 불평등과 불행을 초래하고 있다. 옛날 웃어른을 공경하던 동방예의지국이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노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도덕이 땅에 떨어진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이제는 나와 내 가족만 행복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더불어 살아가는 국민의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뉴스에서 사회적 보호 사각지대 사람들이 불행한 일을 당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사회적 약자에게 측은지심을 가지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정부가,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찾아 도와주는 제도도 필요하겠지만, 주변에 죽을 만큼 어려운 사람이 없는지 관심을 가지고 사랑의 손길을 보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고 빈부격차를 줄여야 국민 대다수가 행복한 나라가 되리라.

행복은 개인과 사회생활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먼저 개인의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고, 가족과 친지, 공동체가 서로 돕는 관계가 잘 유지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 이러한 균형이 깨졌을 때 인간은 불행해진다.

부탄사람들은 불우한 사람은 친척이나 이웃이 도와주어 고아나 노숙자가 없다고 한다. 그들은 이타정신이 강하여 공동체와 더불어 행복을 추구하기에 국민 대부분이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득증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다보니, 예전에 이웃끼리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돕는 마을의 좋은 풍습인 두레정신이 사라지고 말았다. 언제부터 우리는 자기 일만 하며 앞만 보고 달리게 되었단 말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암 병동’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신이 모든 동물에게 50년 수명을 주고 남은 25년을 인간에게 주었다. 인간이 화를 내자 동물들에게 가서 구해 보라고 했다. 말과 개, 원숭이가 각각 25년을 주어서 인간은 백 년 수명이 되었다. 그러자 신은 ‘너는 처음 25년은 인간으로 살고 다음은 말처럼 일하고, 나머지는 개처럼 짖고, 원숭이처럼 웃음거리로 살아라.’라고 했단다. 인간과 말로 사는 오십 년은 이미 지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제까지는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말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주위도 돌아보며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겠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덤으로 받은 삶은, 이웃과 더불어 행복을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야 하리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가족, 건강, 돈, 명예, 외모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요소들은 노력에 의해서만 되는 일이 아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도 있다. 행복을 조건으로만 찾으려 하면 멀리 날아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다. 자신이 만족하면 행복이다. 배가 고플 때 맛있는 것을 먹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피곤할 때 쉬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도 행복이다. 대화하고 싶을 때 친구를 만나 도란도란 얘기하며 공감할 때 얼마나 마음이 흐뭇한가. 혼자 있을 때 책을 읽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정화되어서 좋다. 시간 날 때 산에 가면 자연 속에서 심신이 맑아지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신이 나서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맴돈다.

냄새도 없고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행복. 오로지 마음으로만 행복은 느낄 수 있다. 행복하려면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면 된다. 동심으로 돌아가 작은 일에도 기뻐하면 날마다 행복이 수시로 나를 찾아올 것이다. 하루하루 삶 속에서 순간순간 사소한 일에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행복이다.

(2013.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