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19. 5. 3. 05:38

비비정飛飛亭을 찾아서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용권

 

 

 

 

  비비정예술열차에서 지평선 해넘이를 보는 맛은 장관이었다. 만경강 주변이 붉게 물든 해질녘, 잠을 자려고 모여드는 겨울철새 무리들이 날개갯을 하며 유유히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과 어우러진 지평선 해넘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누르기에 정신이 없었다. 붉게 물든 하늘에는 구름이 붉은 태양을 가릴 듯 말 듯 덧칠을 해놓은 것 같은 풍광이 참 아름다웠다. 우리 고장에서 해넘이 하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부안 줄포 낙조가 일품이지만, 지평선을 넘어가는 해넘이도 이에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비비정飛飛亭이라는 이름은 삼례근교를 지나는 출근길 이정표에서 보아서 그런지 낯설지 않았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 후정리 남쪽 언덕에 위치한 조그마한 정자로 완산지完山誌에 의하면 이 정자는 1573(선조 6)에 무인武人 최영길崔永吉이 건립했으며, 그 뒤 철거되었다가 1752(영조 28)에 관찰사 서명구徐命九가 중건했다고 한다. 다시 오랜 세월 정자가 없어졌다가 1998년에 복원된 조선시대의 정자다.

 

 이 비비정은 우암 송시열과도 연관이 있다.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은 최영길의 손자 최양의 부탁으로 비비정기飛飛亭記라는 기문記文을 써주었다. 우암은 기문에서 조업祖業으로 무관을 지낸 최영길과 그의 아들 최완성, 손자 최양을 언급하고, 최양이 살림이 넉넉하지 못함에도 정자를 보수한 것은 효성에서 우러난 일이라 칭찬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덧붙였다. ‘비비정이라 이름한 뜻을 물으니 지명에서 연유된 것이라 하나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대의 가문이 무변일진대 옛날에 장익덕은 신의와 용맹으로 알려졌고, 악무목은 충과 효로 알려진 사람이었으니 두 사람 모두 이름이 '비'자字였다. ‘장비’와 ‘악비’의 충절을 본뜬다면 정자의 규모는 비록 작다 할지라도 뜻은 큰 것이 아니겠는가.

 

  한편 예로부터 이곳은 한내寒川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때를 바라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 하였으며 완산 8경 중의 한 곳이다. 옛 선비들은 비비정에 올라 술을 마시고 시와 운문을 지으며 풍류를 즐겼다 한다. 이렇듯 비비정 아래로는 한내라 부르는 강(삼례천)이 유유히 흐르고, 주변으로는 드넓은 호남평야가 펼쳐져 있어 풍광이 예사롭지 않으며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한내는 물이 유난이 차갑다 하여 붙은 이름으로, 깊은 산에서 물이 흘러 형성된 소양천과 고산천이 합류하는 지점이자 전주천과 삼천천이 합수하여 만경강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 옛날 한내는 군산과 부안에서 오는 소금과 젓갈을 실은 배가 쉴 새 없이 오르내렸던 곳이며, 충무공 이순신이 백의종군한 마지막 길목이었다. 강변에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데 마을 노인들에 의하면 지금은 백사장에 갈대나 풀이 무성해 모래밭이 보이지 않지만 40~50년 전만 해도 잔풀 하나 없는 모래밭이 햇볕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고 한다.

 ‘비비낙안’과 비비정 주변에는 호산서원이 있다. 여기에는 포은 정몽주와 우암 송시열이 배향되었는데 송시열은 비비정기와 비비정 편액을 지엇기 때문에 배향되었다 한다. 그러나 정몽주가 배향되었다는 것은 의외였다.


 


  비비정예술열차가 있어 아내와 함께 승차를 했다. 이 열차는 KTX 전라선 철길을 만들면서 제 기능을 다한 철교에 새마을호열차를 이용하여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참 아이디어가 신선했다이렇게 열차를 개조하여 열차 4량을 연결하여 1호차는 레스토랑, 2호차는 특산품, 3호차는 갤러리, 4호차는 카페와 야외테라스로 구성되었다. 테라스에서 주변 환경을 살펴보니 아직 완성되지 못한 공원 구조물들이 보였다. 계획에 따라 비비낙안 주변을 공원과 시민들의 휴식처로 완성되면 옛 완산8경의 모습이 재현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되리라 생각되었다.

 한편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 만들어진 KTX 빗바랜 교각이 저 멀리 보이는 전주쪽 아파트단지와 붉게 물든 해넘이와는 KTX구조물이 흉물스러울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다. 이 글을 읽거나 보는 완주군 및 철도청관계자는 비비낙안을 위하여 구조물을 재단장 하거나, KTX구조물이 돋보이게 친환경적으로 잘 정비하여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20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