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19. 5. 3. 06:25

금평저수지 수변산책로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석곤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망설이다가, '인자요산(仁者樂) 지자요수(知者樂)'란 고사성어가 생각나서, 오늘은 인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정오가 한참 지나서야 금평저수지로 달렸다. 가다 맛집 청원골에 들러 아내와 겸상으로 차려준 검은콩과 검은깨로 만든 수제비를 먹으니, 산책이 더 기대가 됐다.


         


  저수지 곁을 차로 서너 번 지나고 놀다갔는데도 금산사 아래 저수지로만 불렀다. 요즘에사 KBS-TV 뉴스에서 ‘금평저수지’ 란 이름을 듣게되었다. 또 김제시에서 시민을 비롯한 탐방객에게 여가문화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려 저수지 수변(水邊) 산책로를 조성했다는 것도 알았다. 저수지에 도착하자마자 수변산책로에 눈길이 멈췄다. 친구들과 다녀간 지가 꽤 오래 된 게 실감났다.


 


  오늘은 48. 우리 결혼기념일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결혼식은 거의 휴일에 했다. 그런데 우리는 목요일에 결혼을 했었다. 결혼식 날 요일이 몇 년마다 일치하는지는 모르지만, 올해는 목요일이다. 탐방객이 적었다. 그래도 가족, 친구, 연인, 신혼부터 나이 지긋한 부부 등 탐방객이 저수지 수변산책로를 걷는 모습들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보기 좋았다.        


 


  마을 길섶 민들레가 즐비하게 피어 있었다. 노란, 하얀 꽃들이 오므라들어 꽃대는 둥그런 은빛 털모자를 쓰고 있는 게 아닌가? 모자의 털은 바람따라 흔들렸다. 강소천의 동요 ‘종소리’에 나온 가사처럼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민들레 꽃씨는 멀리 흩날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결혼 마흔다섯 돌을 맞은 우리의 삶을 표현한 것 같아 보고 또 보았다.    


 


  테크목재 수변산책로를 걸었다. 연분홍 웃음을 띤 꽃잔디가 돌 축대 틈 예서제서 얼굴을 내밀었다. 이웃 개나리도 활짝 웃었다. 철쭉도 잎을 단 빨간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었다. 줄서있는 벚나무는 꽃비를 바람에 실어 맞은 편 버드나무한테 보내고 있었다. 꽃비는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는 더 흥을 돋우어 주었다.


 


  산자락 산책길에 들어서니 노란 갈대가 물 가운데서 인사를 했다. 키와 몸집이 큰 나무들이 물에 담긴 채 연녹색 가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쭉쭉 자란 산죽들도 두 손을 흔들었다. 모진 세월을 지내온 소나무 숲 사이 산책길은 햇볕도 머물러 있어 장관이라 사진을 여러 번 찍었다. 이름 모를 새 한 쌍이 숨어 결혼기념 축하 노래를 불러준 것 같아 더 신이 났다. 조금 경사진 계단을 올라가 멈췄다 내려가니 저수지의 둑과 취수문(取水門)이 나왔다.


 


  저수지는 산으로 삥 둘러싸이고 앞쪽으로 신평 마을을 바라보며 높고 넓고 긴 둑을 자랑하고 있었다. 둑에는 튼튼한 난간()을 만들어 놓아 누구나 마음 놓고 산책하며 사방에 펼쳐진 정경을 감상하기 좋은 관람석이었다. 봄바람을 타고 일렁이는 파란 물결은 저수지라기보다는 호수라고 불러야 할 성싶었다.

 

  멀리 연녹색으로 뒤덮인 크고 작은 겹겹의 산은 하얀 벚꽃으로 수를 놓고 있었다. 마치 하얀 양떼들이 산 능선을 보고 흩어져 기어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산에도 봄이 왔음을 알렸다. 멀지 않는 금산사는 보이지 않고, 그 뒤로 푸른 하늘 아래 모악산 정상과 KBS송신탑이 희미하게 보였다.

 

  수변산책로를 출발할 때 우리는 우측 산자락에 보이는 쉼터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나 가보니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반대쪽에서 젊은 부부가 싱글벙글하며 오는 게 아닌가? 저수지를 한 바퀴 돌도록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게다. 김제시에  칭찬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결혼기념일의 세월이 많이도 쌓였다. 그럴수록 매사에 ‘거기까지만 하자.’고 선을 긋는 것도 많아진다. 쉼터까지만 다녀오기로 한 건 잘한 일이 아니란 걸 느끼며 저수지 수변산책로를 일주했다. 아예 무슨 일이든 선을 긋고 그 너머는 단념하는 것보다는 시나브로 해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오늘처럼 산과 물을 바라보며 더 즐길 수 있으니까.  

                                                  (2019.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