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19. 6. 11. 11:38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 (7)

- 바다가 만들어낸 조각품,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과 수월봉 -

 

신아문예대학 금요수필반 최은우

 

 

 

 

  용머리해안은 수천만 년 동안 쌓이고 쌓인 사암층을 모진 파도가 때리고 깎아서 만들어낸 해안 절경이다. 기둥처럼 서 있는 주상절리와 다르게 여러 개의 층을 수평으로 쌓아놓은 듯이 누워 있어서 수평절리라고 한다.

 

  용머리해안은 화구분출과 ¹화쇄난류가 만들어낸 화산체인 응회환으로 산방산보다 앞서 생겨났다. 얕은 바다에서 화산 폭발이 있었고 땅이 약하다 보니 화구가 이동하며 세 차례에 걸쳐 폭발한 지형이다.

 

  산방산에서 뻗어 나온 줄기가 바다로 향해 용머리처럼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 이름 붙여진 용머리해안은 산방산 남쪽 해안에 작은 돌기처럼 돌출해 있다. 해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하멜기념비와 하멜상선전시관이 있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바닷가 바로 옆으로 길이 나 있어 용머리해안의 절경인 수평절리를 감상하며 산책했다. 밀물이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해안 이동로에 물이 차서 들어갈 수가 없으니 미리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제법 큰 고기들이 낚시꾼들의 바구니에 들어가 앞으로 다가올 자기의 운명을 모른 체 바닷물 속에 담겨 노닐고 있었다.

 

  화산폭발로 땅속에 있던 마그마가 흘러나와 차가운 바다로 들어가는 모양대로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의 암석이 모여 산방산이 형성되었다. 이후 공기와 물 등에 의해 부서져 기둥 사이에 틈이 생겼고, 이 기둥의 단면은 다각형이다. 반면 용머리해안은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지면서 수평으로 누웠다. 작은 방처럼 움푹 들어간 굴이나 드넓은 암벽의 침식 지대가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 구멍 안으로 파도에 쓸려온 자갈과 모레가 파도와 같이 돌고 돌아나가면서 암석을 깎아내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굴을 마린포트홀 또는 돌기구멍이라 부르기도 한다. 해변은 모레가 굳어져서 만들어진 돌 같은 검정색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산방산은 용머리해안, 수월봉과 더불어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지형 중 하나로서 흥미 있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사슴 사냥꾼이 화살을 쏘았는데 하필이면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맞췄다. 화가 난 옥황상제가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서 던졌는데 그게 산방산이 되었다고 한다. 또 제주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설문대할망이 빨래를 하다가 빨랫방망이를 잘못 휘둘러 한라산 봉우리가 날아가 바다에 떨어져서 산방산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실제로 산방산 둘레와 한라산의 백록담 둘레에서 자라는 식물이 비슷하다.


 


  용머리해안에서 송악산 쪽으로는 산방산·용머리해안트레일 A코스 해안구간이 있는데, 제주올레길 10코스에 포함된다. 바다에는 형제섬이 보이는데 길고 큰 섬은 본섬, 작은 섬은 옷섬이라 부른다. 이 또한 화산재가 쌓여 태어난 섬인데 크고 작은 섬 2개가 형과 아우처럼 마주 보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물때에 따라 섬이 3개에서 8개까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형제섬의 탄생에도 전설이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효심 깊은 형제가 살고 있었다. 해녀였던 어머니가 매일 물질을 하러 나가면 형제는 갯바위에 앉아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에 큰 파도가 일어 물질을 하던 어머니를 덮쳤다. 형제는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며 사계 앞바다를 떠나지 않았는데 육신은 남고 영혼은 바다로 어머니를 찾아 떠났다. 그 뒤 육신은 바위가 되었고 영혼은 아직도 바닷속을 헤매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름다운 낙조를 보고 싶다면 제주의 가장 서쪽 끝머리에 있는 수월봉에 가볼 일이다. 정상까지 차량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수월봉에 올라가기 전에 오른쪽의 해안도로나 왼쪽의 지질트레일코스를 걸어보는 것도 백미다. 해안을 끼고 이어지는 산책길에서는 이국적인 풍력발전단지가 펼쳐지고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인 차귀도가 내려다보였다. 수월봉은 해안에 돌출해 있는 높이 약 77m의 봉우리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또한 화석층이 뚜렷하여 운치 있고 아름다워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했다.

 

  이 절벽을 엉알이라고 부르며 벼랑 곳곳에서는 용천수가 솟아올라 녹고물이라는 약수터가 유명하다. 옛날에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가 홀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수월봉에 오갈피라는 약초를 캐러 왔다가 누이인 수월이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자 녹고는 슬픔을 못 이겨 17일 동안 울었다고 한다. 이 녹고의 눈물이 곧 녹고물이라고 전하며 수월봉을 녹고물오름이라고도 한다.

 

  수월봉 정상에 올라 옛날 기우제를 지내던 육각정인 수월정에 앉아 바다에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면 제주 어느 곳에서 보는 것보다 아름답다. 낮에 불태웠던 태양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벌겋게 물들이면서 환상처럼 황홀하게 서서히 내려오다가 어느 순간 바닷속으로 풍덩 빠지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2019. 10. 14.)

 

1. 화쇄난류 : 화산쇄설물이 화산가스나 수증기와 뒤섞여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빠르게 지표면을 흘러가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