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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2021. 1. 14. 17:04

 



합평회 유감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용창









"이건 시가 아닙니다. 다시 써 오세요."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사님이 내가 쓴 시를 보고 이렇게 말하고 합평을 끝냈다. 문창과 학생인데 합평 시간 때마다 참 거시기하다. 합평이 끝나고 만찬이라는 음식점에서 파티가 있었다. 본인의 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글 또한 꼼꼼히 읽어 와서 열심히 합평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합평 시간에 조금씩 손 본 본인들의 글들을 다시 수정해서 카페 ‘합평 수정방’에 직접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모두가 합평에 대한 검색 글이다.


L 시인’은 초창기 시를 쓰던 시절 합평 시간에 겪은 고충을 한 편의 시로 남겼다.




‘날카로운 세 치 혀 예리한 판단에/ 얼어붙은 공기/

파르르 떨리는 심장/ 시의 영혼 깊은 곳/ 해부당할 때/

폐부를 찌르는 눈물로/ 가슴은 멍들고/ 시인의 영혼 칼질당한다/(중략)





수필의 합평 시간도 그렇다. 이제 입문한 신입생 작품은 선배로부터 지적이 많다. 반면에 등단도 하고, 수상도 한 연륜이 있는 작가에게는 칭찬만 있을 뿐이다. 나도 그랬다. ‘ㄲ’복지관 수필 반에서 공부할 때다. 그곳에서는 내가 가장 나이가 어렸다. ‘K 지도교수님’은 나의 작품을 교재로 올려놓곤 했다. 문장부호에서 맞춤법, 띄어쓰기, 단락 나누기 등 모든 부분에 지적이을 받았다. 같이 공부하는 문우님으로부터도 지적을 받았다. 나는 그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한 번은 ‘문재인 대통령’을 ‘문제인 대통령’으로 착각했다가 ‘똑바로 알고 쓰라’며 혼쭐이 난 적도 있다. 그 뒤에도 내 작품은 교재로 자주 올라왔다. 한 번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제 작품은 작품성은 없지만, 수필교재로는 최고입니다.”


모두가 큰 소리로 웃으며 합평회를 마쳤다.


합평은 각자가 빚어낸 도자기를 모두에게 평가받는 한마당 축제다. 숙련된 도공은 흠이 없이 매끈한 도자기를 내놓겠지만, 초보자는 볼품이 없는 작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실력이 갖춰진 뒤에 내놓고 싶지만, 글은 무엇이든지 써봐야 실력이 쌓인다고 하니 미완성 작품도 선보일 수밖에 없다. 아니 미완성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는 완성작품이다. 하루아침에 어떻게 장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 선배들도 새내기 시절이 있었을 테고, 그때 받았던 설움을 되갚고 싶은 심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나도 수필을 배운지 여러 해가 지났건만 지금도 합평 시간이면 마음을 상한다. 글도 그렇다. 어느 때는 내가 봐도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되지만 어느 때는 아니다 싶을 때도 많다. 좋게 표현하면 귀담아듣지만, 작품도 내지 않으면서 남의 작품을 보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듣지를 않았다.

“이 나이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런 합평 뒤에 일주일 이상 글쓰기를 멈춘 때도 많다. 글이란 게 참 묘하다. 쓰면 쓸수록 어렵다.


내가 합평시간에 눈여겨 보는 ‘K 작가'가 있다. 그 분은 시각장애인이지만 영혼의 눈으로 작품을 바라본다. 다독하여 박식하고 항상 한 차원 높은 작품을 내놓지만, 다른 문우님의 작품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한다. 작가가 처한 위치나 환경까지도 혜안으로 바라본다. 이 글은 선생님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라며 칭찬을 하는 것이다. 그분의 평가는 칭찬이 전부다. 내 글을 보고 본인이 수정한 부분을 기록하여 아무도 모르게 전한 중견 작가분도 계신다. 그 분도 참으로 훌륭하다. 또 한 분은 ’H 작가‘다. 이분에게도 합평은 칭찬의 시간이다. 칭찬을 하기 위하여 합평할 작품을 몇 번씩 읽고는 세밀하게 메모한 노트를 보며 칭찬을 한다. 그는 작품을 쓴 작가보다 내용을 더 깊이 알고 있다.


나는 ‘K 작가님'과 ’H 작가님‘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웠다. 먼저 단락별로 칭찬할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내가 체험하지 못한 소재도 메모하여 합평 준비를 했다. 작가의 주제 선택에 대하여 칭찬을 해주고, 다른 의견이 있을 시에는 “제 생각에는 이런 부분은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심스럽고도 겸손하게 내 생각을 전하면 상대방도 납득하고 표정이 밝다.


어느 심리학자가 분야별 전문가에게 ‘+’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 수학자는 '덧셈' 부호라고 했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교통경찰은 '사거리' 라 했고, 간호사는 '적십자' 마크라고 했단다. 모두가 맞는 답이다. 단지, 자기 입장에서만 바라보았다고 다른 사람의 입장은 생각해 보지 않은 채 판단한 것이다. 그는 실험 결과 이런 결론을 냈다고 한다. ‘사람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라고. 그러니 누구나 틀림은 없고 다름만 있을 뿐이지 않은가?



합평은 누구에게나 수필을 배운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합평으로 인하여 수필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 갈등이 생겨서도 안 된다. 비록 글을 잘 쓰지 못한다 해도 다른 부분에는 상대방보다 잘하는 게 있지 않은가? 누구나 어느 부분에는 스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호르몬 중에 ‘엔돌핀’보다 5,000배나 강력한 '다이돌핀'이라는 호르몬이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크게 감동을 받았을 때 우리 몸에 생성되는 '감동 호르몬'이라고 한다. 합평이 불편한 시간이 아니고, 칭찬의 한마당이 된다면 우리 모두 ‘다이돌핀’을 가득 안고 수필 공부를 하게 되지 않을까?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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