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06. 3. 16. 16:35

고추장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야) 양용모

 


  우정을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은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다소 작위적인 소설로서 전개를 예측할 수 있고 그렇고 그런 이야기이지만 그러나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감동의 박수를 치게 된다.

 '베니스의 상인'이 전주시립연극단에 의하여 무대에 올려졌다. 베니스의 상인 바사니오르는 거대한 유산의 상속녀 포샤에게 구혼하려고 친구 안토니오로에게 거금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가진 돈이 없자 자기 배를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부터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증서를 써주고 돈을 빌린다. 바사니오르는 포샤를 만나 구혼하여 사랑을 얻는데는 성공하였으나 안토니오의 배가 돌아오지 않고 빌린 돈을 마련하지 못하여 생명을 내놓아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의기양양하여 안토니오에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살은 주되 피는 한 방울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포샤의 기지로 재판에서 이기게 된다. 그러나 패소한 샤일록은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그리스도교로 개종할 것을 명령받는다.


  지독한 꽃샘추위는 두툼한 외투를 다시 걸치게 했다. 객석에 앉은 나는 잠시 설레는 마음으로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연극이 재미있어서 그런지, 벌써 많은 관객들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학생들이다. 간혹 중년들이 보이지만 많지는 않다. 어둠이 걷히고 막이 오르면서 연극이 시작되었다. 화려하지 않는 무대의 중앙에 배우 안토니오와 바사니오르가 나와 친구들과 잡담을 하는 장면으로부터 연극은 시작되었다.


 원작 '베니스의 상인'은 대영제국시대에 창작된 셰익스피어의 소설이다. 당시 유태인과 기독교도의 대립이 심각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쓰여진 소설이라는 게 연극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위적 소설구성은 뻔한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결말에 맞추려고 풍랑으로 파산된 재산이 돌아온다든가, 포샤가 재판에 참여하여 판결을 한다든가 하는 문제다. 이런 소설의 구성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걸작이라는 명성에 묻혀 버린다. 더욱 가관인 것은 포샤가 준 반지를 친구 안토니오의 권유로 재판관에게 주어버리지만 이를 추궁한 포샤의 장난이 그대로 이해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만약 남편 바사니오르의 마음을 시험하기로 했다면 반지를 주어버린 행동은 사랑을 버린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이런 것이 연극이고 소설 속의 사랑인가보다. 하긴 인생이란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세상이니 그렇고 그렇게 살면 그만이겠지만…….


 사랑, 우정, 자비, 도대체 이것들은 무엇인가. 사랑이란 우정의 희생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이며 우정이란 자비와 배려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인가. 고리대금업자의 자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재산을 내놓는 것이 자비를 베푸는 것이라고 하는 재판관의 강요는 과연 정당한 가. 만약 고리대금업자인 유대인 샤일록의 입장에서 이 연극을 본다면 최후의 심판이 그리 간단하게 샤일록의 파멸로 끝날 수 있겠는가. 작금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불어 원작자 셰익스피어가 유대인을 저주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법의 압력으로 유대교를 기독교로 개종하라고 했으니 얼마나 독선인가. 또 가관인 것은 포샤가 이 재판에 끼어 들어 재판을 주도하면서 샤일록에게 살 1파운드는 가져가되 피는 한 방울도 가져가면 안 된다는 기발한 판결을 내린다. 참 멋지게 걸어놓은 작가의 함정이다. 모든 것이 억지요 짜 맞추기의 걸작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이 관중의 호감 속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대학의 시험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에는 커닝이 등장한다. 문학문제로서 답은 '베니스의 상인'이다. 정답을 쓴 학생 뒤에 앉은 녀석이 '베니스의 상인'을 잘못보고 '페니스의 상인'으로 써놨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학생이었다. 이 녀석은 우리말로 해석을 하여 '페니스의 상인'을 '고추장수'로 썼다. 파안대소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베니스의 상인'의 스토리만큼이나 엉터리이다. 물론 웃자고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이려니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