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06. 3. 23. 22:28

산수유 꽃이 피었습니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현창


  동장군이 물러간 들판에는 봄의 첨병(尖兵)들이 먼저 와 있습니다. 남원에서 하동으로 가는 19번 도로를 따라 마치 커다란 붓에 노란 물감을 듬뿍 묻혀 칠해놓은 듯 산수유 꽃들이 피어있었습니다. 봄의 본진(本陣)인 벚꽃과 진달래꽃들은 아직도 따뜻한 남쪽지방에 머물고 있는데 잎은 물론 꽃잎마저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산수유 꽃이 지름길로 달려와 봄소식을 전해줍니다.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예비역 해병 병장인 큰아들이 운전하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사열하며 갑니다.

  산수유 꽂은 피었다고 생각하자마자 곧 잊혀집니다. 아니 봄의 본진 중 선두로 올라오는 매화나 목련, 그리고 개나리가 피어나면 산수유는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산수유 꽃은 모두 알지만 그 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들은 아주 드뭅니다. 그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인기도 없는 꽃입니다. 산수유 꽃은 바로 잊혀졌지만 가을이 되면 또 한 번 시선을 끕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진 않았지만 한여름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사모하다 빨갛게 익어버린 산수유 열매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층층나무 과에 속하는 산수유나무 열매를 산수유라고 합니다. 가을에 익은 그 열매를 따서 씨를 뽑아버리고 햇볕에 말립니다. 옛날에는 산수유 열매를 마을 처녀들이 입에 넣은 뒤 깨물어 껍질과 씨를 분리했었습니다. 이 때문에 구례처녀들은 다른 지역 처녀들에 비해 입술이 붉고 예뻐 얼굴도 안보고 시집을 보낸다고 합니다.

  국내최대의 산수유단지인 구례산동(山洞)의 지명은 중국 산동성(山東城)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올 때 산수유나무를 가져다 심었다고 해서 산동이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산수유는 신장계통 및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등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맛은 시고 성질은 약간 따뜻합니다. 신맛은 근육의 수축력을 높여주고 방광의 조절능력을 향상시켜 오줌싸개 아이에게 산수유를 달여 먹이면 좋다고 합니다. 산수유는 오래 두고 먹어도 부작용이 없고, 독특한 향기와 단맛을 지니고 있어 차로 끓여 마시기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다른 약재와 섞어 차로 끓여 장기간 마시는 것으로도 약효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노란 손수건'이라는 글을 읽으며 많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다는 이야기라 하더군요. 한 재소자가 15년 동안 복역을 하고 나서 고향에 내려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는 두려운 마음으로 고향에 미리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를 기다리는 부인에게 만약 자신을 받아들이고 싶다면, 마을 앞의 느티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놓아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노란 손수건이 없으면 재혼한 것으로 생각하고 차에서 내리지 않고 떠나겠다고 썼습니다. 버스가 고향에 가까워 오자 그는 과연 노란 손수건이 걸려있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은 마구 뛰었습니다. 마침내 고향마을에 도착한 순간,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함성을 질렀습니다. 노란 손수건이 나뭇가지마다 가득히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의 아내는 그가 잘 못보고 지나갈까 봐 마을 전체의 느티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 놨다고 합니다. 구례 산동 산수유마을이 그 사람의 고향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지금 산수유 마을에 가면 모든 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가득 걸어 놓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례군에서는 올해도 2006년 3월 25일(토)부터 4월2일(일)까지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에서 '산수유 꽃 축제'를 연다고 합니다.  풍년기원제와 개막식을 시작으로 남도소리 국악의 향기와 KBS 라디오에서 빛 고을 '차차차', MBC 산수유 꽃 가요 왕 선발, 등  공연·문화행사(21종목)를 엽니다. 또한 산수유 씨 분리, 산수유씨앗베개,  산수유 술 담그기, 산수유꽃길 걷기 체험 등 체험행사(25종목)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 어린이·학생 사생대회,  전국 일요화가 스케치대회, 담수어방류행사 등 부대행사(12종목)및 불꽃놀이, 야생화 전시, 산수유 꽃·관광사진 전시 등 기타행사(9종목)가 마련되어있어 어느 해보다 알뜰하면서 풍성한 축제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산수유 꽃은 나를 많이 닮았습니다. 성질이 급하여 수필창작과정 강의시간에 내가 제일 먼저 출석하듯, 잎도 없이 봄이 오기 전에 제일 먼저 나타나 봄을 알립니다. 또한 인기도 없고 매력도 없는 것도 나를 닮았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이번 주말엔 나를 기다리며 노란 손수건을 걸어놓은 산동에 다시 갈까합니다.           (2006.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