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루미 2006. 8. 3. 17:36

<월간 에세이 플러스 2006년 9월호>
이달의 화제 작가  김 학

                수필과 연애하는 바위학

 수필가 김학은 1943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군산 서해방송에서 활동하며 수필을 방송과 접목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전북수필문학회, 전북문협, 전북 펜클럽 회장을 역임했고 펜문학상, 한국수필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로 수필 발전에 애쓰고 있다. 1978년<<밤의 여로>>출간 이후<<호호부인>> <<오수땅, 오수 사람들>>등 올해 6월에는 9번째 수필집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을 출간했다.

*산다는 것이 실수의 노적 쌓기 아닌가.

 오로지 수필에 대한 열정으로 수필과 연애하는 김 학. 그는 이름대로 고고하고 여유롭다. 가벼이 날아다니는 종이학이 아닌 우뚝 서서 고향을 지키는 ‘바위학’이다. 방송 일을 할 때 극본을 써 보라는 주머니 두둑한 권유도 받았으나 오직 수필만을 고집하는 우직한 남자. 조금 유명해졌다고 다른 데 한눈을 팔면 변장한 까마귀와 뭐가 다르겠느냐고 소탈하게 웃는 의리 있는 남자. 그를 품어준 고향을 지키는 든든한 바위가 된 남자.
 전주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글로써 이미 친근감이 들어 집으로 찾아가고 싶다고 했더니 난감해 한다. 살던 집이 갑자기 팔리고 이사할 집은 아직 더 있어야 입주를 한다며 원룸에서 짐도 못 풀고 있다고 미안해한다. 다음에 오면 전주를 두루 구경시켜주겠단다.

- 9번째 수필집을 내면서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을 책 제목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책이 나의 살아온 지난날을 정리하는 느낌이었기에 그 제목으로 정했어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실수를 반복하며 살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이 곧 실수의 노적 쌓기 아닌가요?”

- 실수를 두려워하면 진전도 없다는 말씀이군요. 실수를 딛고서야 모자람도 채워지겠지요. 그런데 이 책에서 수록된 내용들은 요즘엔 실수라기보다는 사소한 에피소드인데 진짜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실수를 고백론 식으로 쓰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글쎄요. 그게 소설과 수필의 다른 점입니다. 소설은 무슨 말이나 다 표현할 수 있지만 수필은 자신을 발가벗겨 드러내는 일이라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 별로 쓸게 없어서. 허허허”

  비켜가는 웃음이 소탈하다. 정말 없을까? 그의 말처럼 큰 실수 없이 무난한 여정을 지내왔기에 작은 실수도 오점으로 남을 만큼 점점이 찍혀있었나 보다. 그에게서 무슨 비밀을 캐낼까 하는 의뭉한 생각은 접는 게 낫겠다.  ‘욕심의 무게를 줄이면 행복이요, 욕심의 무게를 키우면 불행‘ 이라고 말하는 그의 신념으로 이번에는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글을 시리즈로 쓰고 싶다고 하니 말이다.

* 욕심의 무게를 줄이면 행복, 욕심의 무게를 키우면 불행

-<옛날 수필이론에 발목이 잡힌 현대수필>에서 다른 연예, 예술 분야가 한류열풍을 일으키듯 우리 문학 수필도 현 시대와 눈높이를 맞추자고 하셨는데 그 주축들이 젊은 세대들입니다. 젊은이들을 수필계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수필 이론이 젊은층들이 들어와 기웃거리다가도 나가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매력적인 끼를 발산할 터를 마련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입니다. 지금 신춘문예에서 수필을 뽑는 곳은 지역신문 4곳뿐입니다. 20~30대 젊은이를 대상으로 신인작품 공모를 하는 것도 좋겠지요. 신춘문예나 영향력 있는 수필전문지가 앞장서서 그들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에세이플러스가 새로 태어난 젊은 잡지이니 한 번 시도해 보면 어떻습니까?(웃음)”

-숙제를 주시는군요. 건강한 문학을 위해선 바람직한 제시입니다. 요즘은 인터넷과 활자 매체가 접목되어 글들의 홍수시대를 이룹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문학층이 두꺼워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과 과정 없는 글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문학적 냄새가 사라지고 글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신조어가 만들어져 한글이 오도되는 사태가 심각합니다.
 세계에는 6,500개 언어가 있고 그 중에 400여개 언어는 말만 있을 뿐 표기할 수 있는 문자가 없어요. 문자가 없는 6,100개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문자를 가르치면 가장 효율적일지를 유네스코가 연구했는데 400개 문자 가운데서 우리 한글이 1위로 뽑혔다는 것입니다. 그처럼 자랑스러운 문자가 바로 우리의 한글입니다. 이런 한글 지킴이가 바로 수필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 말씀 중에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글을 다루는 문인들이 우리글 장려에 앞장 서야 하는데 우선 선생님 글 중에도 어떤 사람을 간접 지칭할 때마다 K씨, Y씨, L씨 등으로 표기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인데도 말이지요. 저는 아주 눈에 거슬리던데요?

 “옳은 지적이십니다. 이젠 공해가 되었죠. 너도 나도 그렇게 하다보니 저도 무의식적으로 습관이 됐네요. 작가들 중엔 ㄱ씨 ㄴ씨로 표기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만, 나도 오늘부터 당장 고치겠습니다. 허허”

 이럴 때 나는 반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아름답다. 고치려함은 현명하다. 이런 긍정적 사고가 그의 소박한 절제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문장을 구사하는 힘일까. 단순한 일상에서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쾌한 논리를 제시하는 뿌리였을까.

 * 외곬 사랑을 바치는 그는 정말 행복한 남자가 맞다.

- 인터넷에서 많은 글들을 만나기는 쉬워졌으나 그 반대 현상으로 서점에서는 수필 책을 보기 어렵습니다. 서점의 수필 자리는 유명인들이나 다른 분야의 인사들이 쓴 책들이 차지했습니다. 이번에 오면서<<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을 사려고 유명 서점을 여러 곳 찾아갔지만 구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수필의 현재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이유와 해결책은 뭐가 있을는지요?

“거의 모든 서점은 특정 출판사와 연계하여 책을 받아줍니다. 영세한 출판사들의 책은 판로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거지요. 그러니 동인들끼리 연결된 판로로 미미하게 전해집니다. 독자는 읽고 싶어도 책을 구할 수 없고 수필가는 판매할 길이 막힙니다. 수필의 판로에 대해 세미나를 열어 공개적으로 심층적으로 논의하고 연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나는 수필가들의 품앗이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수필가들과 수필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약 5천 명이라고 볼 때, 그 5천 명이 서점에 수필집이 한 권 나오면 무조건 한 권씩 사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원로 중진 신인 가릴 필요가 없지요. 그게 수필을 살리는 길이라면 모두 따라 줘야지요. 그러면 누구의 수필집이던 기본적으로 5천 권은 팔리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출판사에서는 수필집을 출판하려고 달려들 것이고 서점에서도 수필집이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될 게 아닙니까?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면 지금 같은 현상은 되풀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 자비출판이 보편화된 현상 탓은 아닐까요? 수필가로서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으십니까?
 
“그것은 책임감을 운운할 문제는 아니지요. 출판사나 서점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자들이 아닙니까? 그들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베스트셀러를 출판하는 출판사의 책이 서점에서 우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문제는 그런 출판사에서 수필가들의 수필집을 출판하고 싶도록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그런 말입니다. 그래서 수필가들의 품앗이 정신이 필요하다 그런 말입니다.
 사실 작가는 누구나 불후의 명작을 남기고 싶어 하지요. 글은 자꾸 쓰다보면 좋은 글도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는 아주 느긋하다.  묵묵히 멀리 응시하고 나갈 뿐이다. 조급함도 흔들림도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한번쯤은 흔들렸을까. 혹시 다른 분야의 문학을 생각해 보거나 수필만을 고집해온 데 대해서 후회해 본 적은 없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그는 강하게 거부의 몸짓을 보였다.

 “나는 왠지 수필이 좋아요. 그냥 좋아요. 다른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앞으로도 계속 수필만 쓸 것입니다. 제자들이 좋은 작품으로 여기저기서 상을 타고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도 행복합니다.”

  줄줄이 제자들의 수상 경력과 등단활동 자랑에 신이 난 그가 밉지 않다. 자식 자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수필에 살고 수필에 죽는 그의 수필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확인했다. 외곬 사랑을 바치는 그는 정말 행복한 남자가 맞다.

 

대담: 유재서 수필가

쵤영: 최경자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