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魂

소설을 쓰는 정진영의 블로그입니다.

20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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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두 번째 자전거길 국토종주 짧은 후기

1. 경험이 늘었다고 힘이 덜 드는 건 아니다. 내가 또 전국의 모든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섭렵한 그랜드슬래머 아닌가. 그 때문에 5년 전에 했던 국토종주보다 조금은 수월할 줄 알았다. 막상 달려보니 그런 거 전혀 없다. 힘든 건 그냥 힘든 거다. 2. 요령은 늘었다. 지난 몇 년간 전국 곳곳을 돌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다 보니 야간 라이딩을 피하는 방법, 숙소 잡는 방법, 보급하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다. 덕분에 5년 전 매일 야간 라이딩을 하며 6박 7일 만에 마친 국토종주를, 이번에는 야간 라이딩을 거의 안 하고 5박 6일 만에 끝냈다. 3. 체력은 줄었다. 5년 전에는 오르막길을 깡으로 밀어붙여 올랐는데, 이젠 그렇게 힘을 주니 다리가 풀리더라. 힘에 부쳐 중간에 쉬는 일이 예전..

댓글 일상다반사 2021. 9. 20.

13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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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리뷰 윤고은 장편소설 <도서관 런웨이>(현대문학)

제목만 보면 SNS 셀럽이나 모델을 다룬 이야기인가 싶다. 처음 부분은 그렇게 오해할 만하다. 그런데 페이지를 더 넘기면 갑작스러운 실종 사건에 보험 이야기가 뒤섞인 제목과 영 딴판인 블랙코미디가 펼쳐진다. 여기서 끝이냐? 마지막에는 로맨스다. 그것도 가슴 아픈 로맨스. 윤고은 작가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재기발랄한 상상력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다루는 작가의 상상력은 종종 예언이 되기도 했다. 재난 지역 여행상품을 다룬 작품 이 대표적이다. 다크 투어리즘을 한발 앞서 다뤘던 이 작품은 올해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에서 작가는 결혼 제도를 보험 상품에 포함하는 상상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안심결혼보험'은 결혼 준비 비용뿐만 아니라 배우자..

12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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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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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리뷰 장류진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창비)

거두절미하고 경쾌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벌어졌던 가상화폐 광풍이 이 작품의 배경이고, 평범한 미혼 여성 직장인 셋의 투자기가 주된 서사의 줄기다. 게다가 장류진 작가는 직장인의 애환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 소설집 으로 데뷔와 동시에 문단에서 스타로 떠오른 작가다.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는데, 가상화폐 광풍이 불 적에 어설프게 뛰어들었다가 몇백만 원을 날린 경험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몇 달간 이 작품을 외면해왔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읽는 동안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왔다. 덕분에 작품에 빨리, 그리고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시세가 매초 급변하는데 거래는 24시간 멈추지 않고 이뤄진다. 잠..

12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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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리뷰 강화길 장편소설 <대불호텔의 유령>(문학동네)

용두사미.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떠오른 단어다. 1부와 2부가 마치 처럼 잘 만든 컬트 무비(이 책의 홍보 문구에서 보이는 호러의 느낌은 별로 없다)의 분위기를 풍겨서 마지막을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마지막 부분인 3부의 내용(그리고 이 작품의 주제로 보이는)은 책 뒤표지에 실린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원한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대물림된 깊은 원한의 감정과 불신, 차별과 혐오를 '사랑의 힘'으로 이겨낸다는 결론은 조금 안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부와 2부로 촘촘하게 쌓은 이야기의 힘이 마지막에 맥없이 풀렸다면 지나치게 박한 평가인가. 조금 더 밀어붙였다면 좋았을 텐데.

11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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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리뷰 정한아 소설집 <술과 바닐라>(문학동네)

요즘은 과거보다 못하지만, 초기에 대산대학문학상의 위세는 대단했다. 1회 당선자가 김애란 작가, 2회 당선자가 윤고은 작가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당선과 동시에 등단을 인정받고, 당선작은 계간 창작과비평 지면에 실리니 어지간한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 당선보다 권위 있고 실속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대학생 문사가 모두 공모를 노렸다. 내가 처음 응모했던 2005년 4회 공모의 소설 부문 당선자가 정한아 작가였다. 그런 인연(?) 때문에 나는 작가의 작품을 등단작부터 대부분을 따라 읽었다.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었던 작가는 나이가 들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소설을 읽는 일은 값싸게 간접적으로 다른 인생을 경험해보는 일이다. 작가의 작품을 따라 읽는 과정은 작가의 변화한 삶과 ..

06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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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리뷰 하라다 히카 소설 <낮술>(문학동네)

지난 5주간 머물렀던 호텔프린스에서 돌아온 뒤 처음 펼친 책이다. 이 책을 펼친 이유는 내년에 출간할 예정인 첫 번째 에세이 때문이다. 에세이에 담을 주제가 술안주여서 자연스럽게 이 책에 마음이 끌렸다. 제목답게 주인공이 술을 마시는 시간은 낮인데, 그 이유는 주인공의 직업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른 나이에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확신이 없는 남자와 얼떨결에 결혼했다가 짧게 살고 이혼한 여자다. 경제력 부족으로 딸을 전남편에게 맡긴 주인공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호구지책으로 '지킴이'라는 일을 한다. 주인공은 야간에 고객에게서 의뢰받은 일을 하는데, 일의 종류는 말동무가 돼주는 일부터 청소까지 다양하다. 퇴근 시간이 낮이다 보니, 하루 일과의 마지막은 귀가 전에 반주를 마시는 일이다. 책은 짧은 에피소드 16개..

06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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