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생각

정철카피 2010. 1. 29. 16:59

 

내일 아침 매경 칼럼입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아빠의 역할

얼마 전 이런 얘기를 들었다. 요즘 부모들은 아들보다 딸을 더 원한다는 얘기. 딸 키우는 기쁨이 아들과 전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쏠쏠하다는 게 이유라 했다. 이제 대세는 딸인 모양이다. 일찍이 이런 기운을 감지한 나는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아들 없는 외동딸이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간다. 딸은 공부도 보통이고 외모도 보통이고 생각도 보통이고, 그냥 보통 아이다. 사실 요즘 아이들 보통으로 커주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래서 나는 보통 아이로 커준 딸이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데 얼마 전 이 보통 아이가 보통이 넘는 이야기를 꺼냈다. 고등학교에 가서 악기를 전공하겠다는 거다. 뜬금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악기라고는 어릴 때 피아노 조금, 그리고 노래방에서 탬버린 잠깐 잡아본 게 전부인, 그러니까 음악적으로도 분명 보통인 아이가 악기를 하겠다니. 아빠는 처음엔 코웃음을 쳤다. 그냥 저러다 말겠지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딸 생각은 변함이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그 학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딸 키운 지 16년. 그동안 딸은 이처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딸을 흔들었을까. 아빠도 은근히 관심이 생겼다.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봤다. 그 학교는 대원여고라는 인문계 학교인데, 관악예술과를 딱 한 반만 뽑아 실기 위주로 교육을 한다는 거였다. 아빠가 학교 이름 두 글자를 겨우 알 즈음에 딸은 이미 그 학교에 다니는 언니를 찾아내 만나고 왔다. 엄마를 졸라 그 학교를 찾아갔고, 선생님을 만나 상담까지 하고 왔다. 혼자 진도를 팍팍 나가버린 것이다.

이제 아빠는 대답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아빠 역시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판단이 쉽지 않았다. 아빠는 엄마에게 돼지고기를 삶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소주 두 병을 꺼냈다. 부부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서로 생각을 나눴다. 대학에 가려면 이미 악기를 하고 있는 보통이 넘는 아이들을 넘어서야 한다. 대학을 나와도 번듯한 내 일을 가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소주 한 병을 비울 때까지는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아빠를 지배했다.

취기가 조금 올라서였을까? 문득 `아빠의 역할`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인 생각이 들었다. 딸을 잘 키우는 것?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잘`은 어떤 의미일까? 또 `키우다`라는 범위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빠라는 사람이 그동안 아빠의 역할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참으로 대책 없는 아빠였다. 그러나 아무리 대책 없는 아빠일지라도 결론을 더 미룰 수는 없었다. 술자리가 끝날 무렵 어렵게 생각이 정리되었다.(아니, 생각이 정리되자 술자리가 끝난 셈이다.)

아빠의 역할은 딸에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것. 딸이 자기 길을 걸어가면 그 뒤를 졸졸 따라가며 지켜봐주는 것. 그러다 딸이 길바닥에 넘어져 울고 있으면 그때 손을 내미는 것. 그리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이것이 아빠의 역할일 거라는 나름의 결론이었다. 딸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만났는데, 아빠라는 높이로 이를 막을 수는 없어. 만약 딸이 악기와 끝내 친해지지 못하고 주저앉는다면, 그래 그때가 바로 아빠가 정말 필요할 때일 거야. 아빠는 마지막 잔을 비우며 딸에 대한 조급한 욕심도 비웠다.

딸은 운 좋게 합격했다. 이제 며칠 후면 관악예술과 1학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늘 악기를 품에 안고 잠들 것이다. 아빠는 잠든 딸을 지켜볼 것이다. 네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아빠에게 보여줘, 아빠는 너를 믿어, 하는 따뜻한 눈으로.

[정철 카피라이터]


[ⓒ 매일경제]


믿음을 담은 따뜻한 눈빛...
그 이상 뭘 더 바라겠습니까?...
딸 입장에서 말씀드리는겁니다..^^
딸 이름이 담입니다. 담이가 이 글 읽고 울었답니다.^^*
^^*(?) 이거는 몸까? 담이 울려놓고 좋아하시는겁니까? ㅋㅋ
담아~! 홧튕~!
음....
저도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부모의 역활은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혹시 좌절하면, 위로해 주고, 다시 기다려 주고....

믿어주면.... 원하는 걸 이룰겁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게 가장 행복한 삶일테니까요^^*
저도 그러리라 믿어 봅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혼자 진도를 팍팍 나가는 딸이라면 보통은 넘는데요?
방향은 다르지만 아빠의 예술적인 끼를 물려 받은 것 같은데요ㅎ
아무 걱정마시고 묵묵히 지켜봐도 전혀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딸이 있어 부럽네요...아들 만 둘...에궁
보통 아이 맞습니다.^^*
담이 잘 할 겁니다.
아빠를 봐도 그렇고, 아빠의 집안 분들을 봐도 그렇고, 담이 사촌을 비롯한 2세들을 봐도 그렇고,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는 집안의 피를 받은 담이의 재능이 어디 가겠습니까? 게다가 또 탬버린만 잡으면 밤을 꼴딱 새우는 담이 어머님까지.. 정담 화이팅!
핵심을 맨 뒤에 뒀군.
아이들은 믿는 대로 큰다는 말이있듯이 아마도 울 따님<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30.gif" value="^^" /> 잘하리라 생각되네요. 바위같은 아빠가 계시니..<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cafe2/bbs/ttc/10.gif" value="ㅎㅎ" />
가위도 아니지만 바위도 아닐 겁니다. 그냥 보 정도..<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30.gif" value="^^" />
아...벌써 저렇게 커서...하고 싶은 일, 열정을 담을 수 있는 것...을 찾아낸것인가요....아..세월이란....^^:: ---담이 입학축하~~~
ㅎㅎ 땅꼬마 때 봤을 텐데....
부전여전, 행복한 가족.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시길 입학선물로...
덕담을 입학션물로 전해 줄게요.^^
문화, 예술은 그 사회가 얼마나 괜찮은 사회인가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그 다음으로 문화와 예술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 나라에서 예체능이란 기본적으로 돈과의 싸움이라는게 먼저 떠오릅니다.

직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한 것이라면 아주 바람직한 일일테지만...

예체능을 전공한다는 건 아마도...이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는...불순한 걱정이 드네요.


어쨌든 축하합니다...중요한건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