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생각

정철카피 2010. 3. 6. 08:02

오늘 자 매경 칼럽입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집을 줄여가는 행복

보름 후면 집을 옮긴다. 결혼하고 여덟 번째 이사다. 열일곱 번째 결혼기념일이 엊그제였으니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이삿짐을 싼 셈이다. 집시 부럽지 않게 부지런히 옮겨 다닌 만큼 이젠 이사에 이력이 날 만도 한데, 아내는 여전히 이사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삿짐센터가 다 알아서 해준다지만 여자들 눈에는 그들의 풀서비스가 조금도 양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틈만 나면 줄자를 들고 가구나 가전제품 허리 사이즈를 재고 다닌다. 그리고 한 뼘이 모자란다며 다이어트를 게을리한 그들에게 눈을 흘기고 한숨을 내쉰다. 그럴 만도 하다. 특히 이번엔 집 크기를 줄여가는 이사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왜 이 글 제목이 `집을 줄여가는 행복`일까? `집을 줄여가는 안타까움`이나 `이사 스트레스`가 아니라 왜 이런 뚱딴지 같은 제목을 붙였을까? 물론 집을 줄여가는 이사와 행복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처럼 가까워지기 어려운 단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늘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다. 환경이 바뀌는 데서 오는 생활의 작은 변화들을 찾아보면 행복이라 이름붙일 만한 놈들도 틀림없이 머리를 내민다. 저도 있는데요, 하면서.

엊그제 일이다.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우리 집에 왔다. 아내는 거실과 주방에 놓여 있던 몇 가지를 주섬주섬 챙겨서 그녀 품에 한아름 안겨줬다. 집을 줄여간다는 것은 그만큼 살림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뜻이므로 이를 미리미리 조금씩 실천하는 것이리라. 마음이 아니라 현실이 시켜서 하는 나눔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나눔에 인색했던 우리가 나눔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행복해졌다. 집 크기를 늘려가는 이사였다고 생각해 보라. 늘어나는 공간 채울 생각부터 먼저 했을 테니, 이런 낯선 행복을 맛보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닥칠 행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사를 하고 나면 방 하나와 욕실 하나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거실, 주방, 베란다 할 것 없이 모든 공간이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 식구 저녁 먹으며 소주 한 잔 할 식탁은 그대로 살아남을 것이고, 누워서 뒹굴며 TV 볼 공간도 그대로 살아남을 것이고, 창문 열어놓고 담배연기 쫓으며 글 쓸 공간도 그대로 살아남을 것이고,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는 화분 몇 개 데려올 공간도 그대로 살아남을 것이다. 집이 줄었으니 생활도 그만큼 줄어들어야 할 텐데, 이 모든 생활이 그대로 살아남는다니 이 또한 행복 아니겠는가.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불필요한 공간을 너무 많이 붙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볼록 나온 뱃살을 단숨에 덜어내며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일까.

그리고 나 혼자 히히히 속으로 웃고 있는 비장의 행복이 또 있다. 관리비, 생활비 줄어드는 것? 아니다. 출퇴근 시간 줄어드는 것? 아니다. 그건 바로 청소다. 집안일 절반을 하는 (일주일에 한 번 청소기 드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다) 나는 이제부터 청소기를 잡으면 훨훨 날아다닐 것이다. 오랫동안 헉헉거리며 스피드스케이팅을 하던 선수가 이제부터 쇼트트랙 링크를 누비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게다가 나만을 위한 특별 보너스가 하나 더 있다. 이사할 집 코앞에 있는 벌교꼬막 파는 소줏집. 벌써부터 행복한 군침이 돈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다. 행복도 불행도 찾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만 내 것이 된다는 사실, 우리의 여덟 번째 이사는 그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집을 줄여간다는 것은 다음엔 집을 늘려갈 확률이 조금 더 커졌다는 뜻이니까. 아내도 이 억지스러운 글을 읽고 픽 웃으며 이사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정철 카피라이터]

[ⓒ 매일경제]

집이 넓어도 좋고 좁아도 좋습니다
집을 채우고 있는 공기만 따뜻하다면야 무슨 상관이랍니까?
공기... 그렇지요. 정말 소중한 단어지요.^^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다.
행복도 불행도 찾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만 내 것이 된다는 사실......
일단 가슴에 꼭꼭 재겨둡니다.

그래도 쥐새끼에게 느끼는 불만은
불만을 넘어 테러충동을 느낄 정도로 극렬하니
지금의 저는 그 새끼때문에 불행합니다. S-Pa~~
고양이가 되세요..
그 공간 속에 행복의 밀도는 더욱더 높을것이지요~
아내분 역시 정카피님의 마인드를 가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행복의 밀도, 바로 그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더 늦기 전에 들러야겠군)
(딱 2주 남았다)
(왕중왕 전 함 해야겠네요 ㅋㅋ)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린거라는 거죠? 행복은 진짜 스스로 느끼는 정도의 차이에서 오는 거라 확신합니다..
맞아요...청소...더 말해 뭐합니까...

집에서 청소 좀 하는 사람이면 그냥 딱 아는거지...
이렇게 사시는 분을.... 우린, '법정스님 같은 분'이라고 합니다.
말로만 하는 무소유. 아니죠?
법정스님왈.. 무소유는 무엇을 안가지는 것이 아니고 작은 것으로도 만족하는 것 !
법정스님이 '부활'했네요 ! 짝짝짝......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