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서 향기로운 시들

조찬용 2011. 12. 23. 10:57

 

 

 

 

불타는 말의 기하학/유안진

 

 

 

쉬운 걸 굳이 어렵게 말하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참말만 하며
당연함을 완벽하게 증명하고 싶어서
당연하지 않다고 의심해보다가
문득 문득 묻게 된다

 
유리벽을 지나다가
니가 나니?
걷다가 흠칫 멈춰 질 때마다
내가 정말 난가?

 
나는 나 아닐지도 몰라
미행하는 그림자가 의문을 부추긴다
제 그림자를 뛰어넘는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일단은 다시 본다
이단도 생각하고 삼단에 행동하게
손톱 발톱에서 땀방울이 솟는다
나는 내가 아닐 때 가장 나인데
여기 아닌 거기에서 가장 나인데
불타고 난 잿더미가 가장 뜨건 내 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