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서 향기로운 시들

조찬용 2011. 12. 23. 11:52

 

 

문단속/조용숙

 

 

오래 살아야 두 달 산다는 아버지를

노인병원에 모시던 날

보호자는 있을 곳 없으니

이제 그만 다들 돌아가라는 수간호사 말에

한순간도 엄마와 떨어져 살아본 일 없던

아버지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린다

하는 수 없이 엄마가지

입원수속을 밟고 돌아서는데

어머니 내 귀에 대고 살짝 속삭인다

글쎄 동네 홀아비 김씨가

한밤에 간너 마을 팔순 과부를 겁탈했다는 소문이

동사무소에 파다하단다

니 아버지 먼저 가면 나 무서워서 어떻게 산다냐

대문 없는 집에서도 평생 맘 편히 살았는디

니 아버지 가면 나도 얼마 안 있다 바로 따라 가던지

아니면 제일 먼저 대문부터 해 달아야 쓰겄다

제삿날 받아놓은 아버지 곁에

새색시처럼 바싹 달라붙어 잇던 칠순 엄마가

처음으로 여자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