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속/조용숙
오래 살아야 두 달 산다는 아버지를
노인병원에 모시던 날
보호자는 있을 곳 없으니
이제 그만 다들 돌아가라는 수간호사 말에
한순간도 엄마와 떨어져 살아본 일 없던
아버지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린다
하는 수 없이 엄마가지
입원수속을 밟고 돌아서는데
어머니 내 귀에 대고 살짝 속삭인다
글쎄 동네 홀아비 김씨가
한밤에 간너 마을 팔순 과부를 겁탈했다는 소문이
동사무소에 파다하단다
니 아버지 먼저 가면 나 무서워서 어떻게 산다냐
대문 없는 집에서도 평생 맘 편히 살았는디
니 아버지 가면 나도 얼마 안 있다 바로 따라 가던지
아니면 제일 먼저 대문부터 해 달아야 쓰겄다
제삿날 받아놓은 아버지 곁에
새색시처럼 바싹 달라붙어 잇던 칠순 엄마가
처음으로 여자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