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담우淡友DAMWOO 2021. 4. 15. 08:30

아스콘 도로 갓길 가로수 전세집에 그녀가 돌아왔다

 

작년 늦가을까지 살다가 겨울 나러 떠난 뒤 봄이 꽃 필 때였다

전세 기간 한 철마다 자동으로 넘어간 재계약에

벚나무 가로수는 화사한 꽃지붕을 새로 드리우고

일 프로의 전세도 올리지 않았다

 

연자색 꽃잎을 뿌리며 맞이하는 벚꽃 이벤트에 바람도 손을 보태고

햇살은 이 쪽 저 쪽 공평하게 빛을 뿌렸다

차들이 기름 냄새 풍기며 힐끔힐끔 흠쳐 봐도 그녀는

란제리 한 겹 안 걸친 허리를 숨기지 않았다

 

쓰디 쓴 세상은 한겨울 지나면 새 봄이었다

선크림 따위로 햇살 가리지  않고 미세먼지 종일 들러붙지만

클린싱 오일은 봄비로 대신하고 티슈조차 공기로 대체했다

 

얇은 메디치 칼라에 봉긋한 얼굴이 햇살과 함께 빛나는 그녀는

벚나무 가로수 주인과 영구 전세 임차인이었다.

 

세상의 쓴 입에 씀바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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