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담우淡友DAMWOO 2021. 9. 21. 03:28

눈을 뜨니 새벽 3시, 삼경입니다

한가위 보름달이 중천에 떠 있었습니다

마치 금단추처럼 천청색 하늘 옷깃을 여미고 있네요

하늘 대문의 초인종의 버튼 같기도 하고요

너무 밝아서 옆에 있는 해왕성이 아예 보이질 않아요

가장 밝은 목성마저 남쪽 하늘가 멀리 희미하고요

계신 곳이 해왕성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이승의 사람들이 죄다 쳐다보는 달이니

추석에는 아버지 어머니도 졸리운 혼을 깨워

달의 왼쪽 옥토끼 산으로 건너와 계실 거라고도 생각했어요

아는 사람은 알테고 모르면 달만 밝겠지요

초인종 버튼처럼 눌러 봅니다

멀고 먼 해왕성 보다 지구에 가까운 달에 살고 계셨으면

안성맞춤이다 생각했습니다

가까워서 달문 여는 소리 들리고

생전에 두 분 옥루몽 읽어 주고 들어 주는 모습 보일 것 같네요

21세기 가장 큰 재앙이 된 코로나 때문에 자식들이 모인

차례도 못지내고 송편마저 나누지 못한 채 각자 집에서

엉성하게 빚은 쑥빛 송편, 밤 소를 넣은 송편, 완두콩을 넣은 송편 가지가지

그나마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빚던 송편이었습니다

막내가 온라인 화면에 차려 놓은 추석 차례상에 마음의 삼헌작

두 손의 정안수처럼 올립니다

달빛 저리 밝으니 이승의 밤 저승의 밤이 어둡지 않습니다

토끼산 아래 떡방앗간 동네에 사실거면

초승달부터 그믐달까지 자주 바라보겠습니다

오늘은 이따가 초저녁부터 쳐다보아야겠어요.

2021.9.20. 차남 감소고우(敢昭告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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