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담우淡友DAMWOO 2021. 11. 19. 07:29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 되기 전의 어머니를 

할아버지 앞에 데리고 와서 폈을 때

키가 크지도 않은 아버지의 어깨에 닿을락말락

대가 짧아서 식구들 머리 위에 설수 있겠냐

치마 통이 좁은 것도 눈에 거슬렸다

아버지가 자기의 키를 절반이나 어머니 키에 붙여

우리 남매를 가릴 만큼 높이 양팔을 벌리고

주룩주룩 내리던 할머니의 근심까지 받아 냈다

높이가 짧은 어머니는 잘 넘어지지 않았고

우리가 조랑말 걸음으로 따라가면 

오일장 신작로의 땡별도 내려오다가 멎었다

아버지가 반팔을 더 보태면

집적거리던 소나기가 비켜 갔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퍼붓던 코로나의 기세가

어머니와 연대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주변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쭈뼜거렸다

우리의 마스크가 코밑으로 내려가면

짧은 어머니의 팔이 금세 다가와 제자리에 놓는 동안

어머니의 열두 폭 애성이는 점점 너비 늘어나

우리가 우리 새끼들의 머리 위에 그늘을 펼 때까지

관심을 접어도 애정이 펴지는 파고라가 되었다

더는

옛정을 펴지 못하는 데도 아늑한 궁륭이 되고 있었다.

 

부모는 우리의 그늘이며 평생의 우산이다.

 

대구문인협회cafe.daum.net/dgmu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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