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담우淡友DAMWOO 2021. 1. 29. 09:37

간절한 습관으로 지은 전봇대 위의 집은 엉성했다

그러나 단단했다 

22킬로 볼트의 전선이 건드리지 못한 채 지나갔고

변압기도 위치를 변경하지 못했다

더불어 살고 있었다

 

전기가 불편했다

전봇대를 세운 사람이 갈퀴와 사다리차를 몰고 왔다

퇴거 명령서도 없이 철거 명령만 집행했다

보상은 논의조차 없었다

 

출산을 앞둔 채 시골로 낙향한 그 해 늦여름

아스팔트가 산중 컨트리 클럽으로 기어가는 길섶 미루나무 가지에

풀냄새 짙은 나뭇가지로 흙을 묻혀 새 집을 지었다

엉성해 보였지만 단단해서 바람이 그냥 지나갔다

미루나무가 터를 내주었다

흔들릴 때 부서지지 않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세입자 수가 줄이든 공간이 광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텃세를 받기는커녕 달세도 약정하지 않았다 

전세 계약서는 양식조차 없었다

눈비가 들러 손님으로 지나갔으며 햇살은 사정이 허락하는 한 매일 들렀다

 

곡식의 낱알과 벌레 과일이 지천이었다

쓰름매미가 여름의 치마 끝에 앉아 노래를 불러 주던 홈 스위트 홈 가락에

불어난 식구가 날개 춤을 추고 있었다

미루나무도 같은 몸짓이었다.

 

달세 전세 없는 까치 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 집  (0) 2021.01.29
이 겨울에 비가 내리면  (0) 2021.01.26
강설  (0) 2021.01.13
봄 한 아름  (0) 2020.03.05
박제된 추억  (0) 2020.01.16
2020 또 한 해  (0) 202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