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전국백일장 수필 수상 작품 (1)

글(文)

담우淡友DAMWOO 2021. 11. 27. 02:24

   아스트라제네카 여전사.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의 칼끝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아테나의 방패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따끔! 피부를 관통하는 주사 바늘에서 나와 내 팔죽지 살 속으로 들어오는 촉감이 짜릿했다. 단출하고 깔끔했다.

  사실 그녀를 몸 안에 넣기 전 꽤 두려웠다. 뉴스나 인터넷 화면에서 보고 들은 그녀의 성깔 때문이었다. 행짜를 부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거나, 나를 현재로부터 셧 다운 시키지 않을까 불안했다. 미리 성깔을 다독여 주는 알약을 먹고, 아침 아홉 시에 첫 순번으로 그녀를 받아들인 뒤였다. 그녀는 아무런 티를 내지 않았다. 조용해서 진짜 내 안에 들어왔나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룻밤을 함께 열대야를 견딜 정도로 차분하고 순했다.

  그녀가 별 볼일 없는 나를 간파하고 슬쩍 머리통을 건드린 건 그날 오후였다. 그래도 내가 별 불평 없이 일요일의 나른한 오후를 기껏 선풍기 바람으로 달래고 있을 때였다, 어깨의 폭을 재고 그대로 가슴 내부를 침범한 뒤 대퇴부를 관통해 종아리 근처까지 통증의 회로를 따라 숨겨 두었던 발열을 실행 시켰다. 데스크 탑 컴퓨터와 마주 앉아서 영화를 보는 내 관심이 그녀를 토라지게 한 것일까. 그녀보다 훨씬 성깔 있는 실물 여자와 마트에 가서 화려한 외모의 갖가지 공산품에 한눈을 팔았기 때문일까. 그녀의 도우미격인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알약을 불러들였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터여서 즉시 효과의 바리케이드를 쳤다. 과수원 출신의 복숭아도 기분을 거들었다. 이튿날 다시 그녀가 성질을 부릴 때, 한 번 더 선무 일환의 알약을 투입했다. 그렇게 그녀는 순화 전철을 밟은 뒤 내 몸 안의 환경, 젖과 꿀이 흐르기는커녕 미세먼지와 소음이 가득한 오염 습지에 적응하여 살았다.

   서로 다투지 않고 잘 어울려 지내고 있을 때였다. 두 달 정도 된 시기였는데, 갑자기 오른쪽 귀안에서 두두두, 두두두 하는 소리가 귀 벽을 치고 있었다. 그녀가 내 달팽이관을 타악기식으로 연주했으리라는 생각은 짐작조차 하지 않았다. 평소 몸의 각 기관을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정비 센터에서 점검 후 필요한 수리를 짬짬이 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귀 언저리의 한 부품의 나사가 빠졌거나 녹슬어 제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나보다 했다. 당장 귓바퀴는 잘 구르고 있으니 정비센터에 가는 걸 서두르지 않았다.

  이튿날 귀신같이 연주가 먹었다. 연주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였다.

  첫 번째 여전사 그녀의 덕분인지 변이바이러스 출생 전의 바이러스는 그녀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그녀가 내 몸 안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그녀 보다 먼저 내 몸과 마음을 사로잡은 실물 여자와 새로 산 식탁 위에서 채식 위주의 끼니를 즐겼고, 커피라는 이름의 수인성 취미와 가끔 알코올 성분의 일탈을 꿀꺽꿀꺽 목구멍을 비롯한 식도와 어울려 놀게 했다.

두 번째 아스트라제네카 여전사를 몸 안에 투입 시킨 날이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에서 계획한 1,2차 투입 계획에 따라 자동으로 받아들였는데, 1차 여전사의 성깔을 겪은 터라 조금 두려워하면서도 사전 달래기를 도모하지 않고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신가정의학과 의사의 주사기에 의한 편입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두 번째 그녀는 첫 번째 그녀와 같게 오전 9시 투입 이후 오후까지 성깔을 부리지 않았다. 메두사의 머리를 박아 넣은 방패를 지녔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의 실물 여자와 마트에 가서 이 것 저 것 무거운 공산품 종류를 카트에 가득 실으며 좋아라 싸들고 온 그 날 밤부터 심사가 뒤틀렸나 보다. 1차 때의 여전사와 비슷한 성질을 부렸다. 귀여운 알약으로 달래면 되겠지 하며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을 알몸으로 들여보냈다. 1차 여전사와 구십구 프로 일치하는 디엔에이를 가졌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그녀는 잠잠해졌고, 열대야가 수그러든 입추와 말복이 지난 뒤였다. 창 아래의 귀뚜라미의 짝을 찾는 노래가 기분 좋게 들려왔다.

  하지만 이게 무슨 곱등이에 연가시 같은 상황. 이튿날 그녀가 내 몸 안의 구석구석을 돌다가 전 여전사처럼 달팽이관에 관심을 가졌는지 두드려 보는 것 같았다. 두두두 두두. 관현악단의 맨 뒤에 있는 팀파니 연주 소리, 선풍기에 종잇장이 닿을 때 나는 소리가 깊숙한 귀의 안쪽에서 달음박질했다. 그녀를 투입한 날이 주말 아침이었는데 일요일 햇살 좋은 하루가 귓바퀴 밑에 깔려 버렸다. 날개 부러진 기분이 땅에 떨어져 푸드덕거렸다. 좀체 귓속의 타악기 연주가 멈추지 않았다. 수리 센터에 가지 않고 소리 나는 곳의 귓바퀴 둘레를 꾹꾹 눌러 공기압을 체크해 보았지만, 귓불 주변의 머리 안쪽이 마비되는 느낌 외에 펑크 난 곳이 없었다. 국민서비스센터에서 접종 후의 증상에 관한 안내와 증상 설명이 3일, 14일 간격으로 푸짐한 문자가 전송 되어 왔지만, 친절 외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안내 중에는 아스트라제네카 투입 후유증 가운데 혈전증 유발이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그녀가 내 몸 안을 돌아다니다가 귓바퀴 부근에서 쉬고 있는 것일까. 방패를 내려놓고 쉬면서 들고 있던 창으로 달팽이관 부근을 두드리며 먼 뇌의 골짜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길랑바레 증후군은 아닌지. 나는 귓바퀴를 당기고, 마비된듯한 우뇌 쪽 부위를 꾹꾹 눌러보았지만, 귓속의 연주는 멎질 않았다. 그러다가 지압 그림책을 보고 지압봉으로 새끼발가락과 약지발가락 아래 뿌리 쪽을 몇 차례 눌러 보았다. 그저 이 것 저 것 처방해 보는 중이었다. 환호. 씻은 듯이 연주가 멎었다. 우울했던 하루가 그렇게 엘이디 스탠드 불빛 아래서 밝게 회복 되었다. 연주자가 아스트라제네카였는지, 그녀와 싸우다가 세반고리까지 도망친 바이러스 그 자인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일단 제1 제네카와 제2 제네카를 투입 후 벌어진 전황이었다.

  그녀들이 번갈아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투 방어 임무 외에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어쨌든 그녀들의 방어 수행과 더불어 나는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의 역할을 수시로 재배치하고 있다. 귓속의 연주회는 막을 내렸지만, 귓불 주위의 머리 안쪽으로 느닷없이 몰려오는 간헐적 마비 증세는 어떤 녀석인지 꼬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길랑바레 소행이라면 몇 주 후 아니면 달포 정도 후 자연 제거 된다는 인터넷 검색 결과를 겨우 챙겼다.

  앞으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처지라는 전망에 낙담하지 않는다. 가족이 모인 추석을 무사히 넘겼고, 투입한 두 명의 아스트라제네카와 방어 수칙을 지키며 하루하루 끌밋한 일상을 이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서초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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