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1)

글(文)

담우淡友DAMWOO 2021. 5. 8. 17:51

"Been there, done that".

 

어느 미국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들었던 대사인데, 짧게 지나갔지만 인상깊게 남았던 대사예요.

그 장면은 검사로서 이제 막 커리어를 만들어가던 딸이 정치적으로, 전략적으로 고민에 빠졌을 때

법조계에서 뼈가 굵은 아버지가 조언을 해주던 내용이었어요.

 

(I have)Been there, (I have)done that. 직역하자면 나도 거기에 가보았고, 나도 해보았다는 뜻이죠.

알고 보니 "나도 다 겪어보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네요.

저는 누가 이런식의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상당히 오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세상에 완벽히 똑같은 처지에 놓이는 사람은 없는데,

괜히 꼰대처럼 으스대기만 하고 아무런 해결책은 못 주는 사람들이 저렇게 말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보았던 드라마의 그 장면과 대사는,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삶의 지혜를 덤덤히 전달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아빠도 그런 상황에 놓여보아서 이런 저런 방법을 다 해봤단다."

그 뒤에 해결책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떤 기술적인 방법보다는 아빠의 삶을 통해 응축된 어떤 지혜였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표현을 예전에는 생물학적으로 단순한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더욱 깊은 의미로 공감이 되어요.

만일 영혼이나 인격적 속성이 없는 세포들이 번식되고 유전된다는 점에서만 보면

아담의 원죄라던지 가나안 땅을 들어가지 못하고 이스라엘 백성의 책임을 진 모세,

이런 것들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는데,

아, 요즘엔 부모와 자식이, 그리고 그 자손들이 어떻게 연결되어지고

또 어떻게 함께 하게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왜 우리는 모든 의미에서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또 그것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게 되는지를 말이죠.

그래서 어떤 거룩한 책임감도 생기구요.

 

저는 아직도 아빠, 엄마한테 배우고 싶은 게 많아요.

제가 짜증내거나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한다고 하여 존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어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이 세상에서 당장의 답을 달라고 떼를 쓰는 거죠.

앞으로 그 지혜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한 세대를 넘어, 손주들에게도 바른 생각과 바른 마음을 가르쳐 주세요.

그러기 위해서 더욱 건강해 지시구요.

 

감사해요 우리 엄마 아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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